by momohip (내 사진선생.)
어느 서재에 가서, 에피소드들이 담뿍 담긴 그 사람의 예전 글들을 읽으며 난 나의 예전 글들을 지웠다. 아, 부끄러운 헛소리들.
오늘은 드디어 내 서재에 만명째 사람이 들어올 예정인 날이니, 신경써서 예쁜 사진을 골랐다. 라고 또 헛소리 시작.
[번지점프를 하다]를 계속해서 도돌이해 보며 석양이 내리는 갈음이 해수욕장에서 왈츠를 추고 싶다고 생각했었을까. 그 해 겨울 엠티 장소는 나의 강력한 추천으로 갈음이해수욕장으로 정해졌다. 할아버지할머니가 계신 민박집(정말 집)의 방 한칸에 짐을 내려놓고 바다로 뛰어나가 찰박거리는 물 위에서 우리는 꿈같이 뛰어다녔다. 물론 콧노래는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눈이 슬금슬금 내리자, 난 코맹맹이 소리로 '비겁한 변명입니다!' 라고 설경구 흉내내서 3년간 놀림거리가 되었고, 밤에는 '사치기사치기사빠뽀'놀이를 하며 온 진을 다 빼버리고, 술을 마시며 각자 써온 희곡 시놉을 검토해주거나, 배역을 하나씩 맡아 역할극을 하기도 하며 눈오는 밤을 지샜다. 무대의 조명이 꺼지고 난 후'연극이 끝나고 난 뒤'를 합창하며 분장실을 뛰쳐나올 때의 벅찬 가슴을 식히지 못했을 때였나 보다. 지금의 난 그 때 숙제로 가져갔던 내 시놉의 내용조차 기억을 못하게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찬바람이 소슬소슬 불기 시작하면 난 갈음이 바다 생각이 난다. 충만했던만큼 빠르게 소진되어버리곤 했던 나의 청춘. 나와 내가 행하는 것들만이 존재이유였던 그 시간이 그립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도 수많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스산한 바람이 불면 미친듯이 설레이는 추억을 갖고 있다니, 정말 잘살았다.
그 동안 보잘것 없는 제 서재에 찾아주시고 Forgettable.이라는 온라인 존재를 잊지않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찾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