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채 다 읽지 못한 <텍스트가 설교하게 하라>를 도서관에서 다시 빌렸다. 이 책의 원제는 the Word Militant, 직역하면 '전투적인 말씀' 정도가 될텐데 이 제목이 한글제목보다 내용에는 더 적합하나 한글제목이 좀 더 매력적이다(달리 말하면 '텍스트가 스스로 말하게 하는 법'인데 이는 텍스트를 다루는 모든 이들의 꿈이니까).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쓴 설교에 관한 글을 모아놓은, 일종의 모음집이기 때문에 글의 내용이 부분적으로 겹친다. 일독에 대한 욕심이 없거나 시간이 충분치 않다면 프롤로그 '텍스트와 함께하는 모험'과 1장 '설교는 현실의 이미지를 바꾸는 행위', 2장 '고대의 말씀과 현대의 청취' 정도만 읽어도 충분하다. 여유가 있다면, 일독을 한 뒤 347페이지에 나와있는 '출처'를 참고로해 논문을 쓴 시기순으로, 주석을 살펴가며 다시 읽어보는게 유익하다. 이렇게 읽으면 부르그만이 "세계적인 성경신학자이자 구약성경 해석의 권위자"(이런 평은 우습다.)라는 평의 진위까지는 판정할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그가 10년간 설교라는 문제를 두고 성실히 공부해왔다는 정도는 알 수 있으며, 현대라는 상황과 설교라는 주제를 함께놓고 고민할 때 참고할만한 도서목록을 건질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저 에버트(Life It self: A Memoir(2011)), 로저 에버트 지음, 윤철희 옮김, 연암서가, 2012 


"...그게 오고 있음을 안다. 그래도 나는 그게 두렵지 않다. 죽음 저편에는 두려워할 게 하나도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그리로 가는 길에 겪어야 할 아픔이 되도록 크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완벽하게 만족했었다. 그래서 죽음도 똑같은 상태일 거라 생각한다. ... 내가 얼마 안 있어 죽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죽음은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당장 일어날 수도 있다. 언젠가 사귄지 35년 된 친구인 짐 토백과 얘기하던 중이었다. 대화는 늘 그랬듯 우리의 죽음에 대한 얘기로 접어들었다. "남들한테 그들이 죽음을 어떻게 느끼는지 물어봐" 그가 말했다. "그러면 사람은 누구나 죽게될 거라고 말할 거야. 그럼 그들에게 물어봐. 지금부터 30초 안에요? 노,노,노,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럼 오늘 오후는 어떤가요? 노. 자네가 그들에게 진짜로 묻는 것은, 나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아요. 나는 몇 초 안에 사라져버릴지도 몰라요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야"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나 역시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608)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Dieu, la justice, l'amour, la beaute (2009)), 장 뢱 낭시 지음, 이영선 옮김, 갈무리, 2012


"나는 너를 조금, 혹은 많이 사랑해"라고 함은 "나는 네가 마음에 들어, 즉 나는 너를 알고 너와 많은 것들을 함께하게 되어 기뻐"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서의 어조는 전체적으로 나를 향해 있지요. 즉, 나는 나만의 평가를 내리고,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던지, '많이' 혹은 '좀 더 ', '정말 많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난 널 사랑해"라고 말할 때, 나는 어떠한 측량도 가늠할 수 없고, 그것이 많은지 적은지 말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 반대를 의미하죠. 즉 "난 널 사랑해"는 그것으로 완전합니다. 즉 라틴어에서는 이것이 모든 것에서 분리된, 모든 측정으로부터, 모든 비교로부터 분리된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알려줍니다. 즉, 진정한 사랑이란 그 양이나 정도를 헤아리거나 비교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넘어서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지요. 우리가 양을 가늠하고 비교하는 한 그것은 그저 이익 관계에 머물 뿐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그 완전한 차원에서 시작합니다. (12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욕의 상페
장 자크 상뻬 지음, 허지은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3월
구판절판


"언젠가 나도 할 수 있을거야"가 "언젠가는 행운이 올거야"하고 생각했지요. 그게 좀 다르거든요.-30쪽

풍자화는 (실용적인 기능이 없다는 점에서) 사치품입니다. 사람들은 사치품없이 살 수 없어요. 산다고해도 재미없게 살게되지요. 사치품은 무지개입니다. 항상 비가 내리는 브르타뉴 지방에서 산다고 해봅시다. 살기야 살죠. 하지만 하늘에 뜬 작은 무지개를 보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겠지요.-71쪽

(정신분석과 풍자화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대해)정신분석은 내가 범접하기에는 너무도 중대하고 복잡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 말은 마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인류에 기여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말도 안되는 소리죠. 인류에 기여하는 사람은 독감예방주사같은 것을 개발하는 사람이잖습니까? ...인류에 기여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요-75쪽

내가 하는 일은 좀 애매한 일입니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갈거예요.-75쪽

내가 하는 일은 약간 변형된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변형된 것이 확실한 게, 내가 기록하는, 내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는 것이니까요. 사람들의 행동, 그들의 번민, 혹은 존재에 대한 불안, 혹은 두려움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을 일시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덧없는 기록이라고나 할까요? -7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안의 책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김효정 옮김 / 까치 / 2012년 5월
장바구니담기


새로운 것에 나는 끔찍하게 예민하다. 이미 가는 장소에서만 나는 평온을 느낀다. -17쪽

내 인생의 중요한 비극은 모든 비극처럼 운명의 장난이다. 나는 형벌과도 같은 실제 현실을 거부한다. 나는 비열한 해방과도 같은 꿈을 거부한다. 그러나 나는 실제현실의 가장 일상적이고 가장 지저분한 부분을 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가장 강렬하고 절대로 변하지 않는 꿈의 일부를 살고 있다. 나는 휴식을 취하는 동안 술에 취하는 노예같다. 요컨대 한 몸에 두 개의 불행이 산다.-31쪽

글을 읽을 줄 몰라도, 누구와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진정한 지혜를 가진 사람이라면 의장 앉아서 온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 ...존재의 변화가 없을 때까지 존재를 단조롭게 하라. 가장 사소한 것이 흥미로운 일이 될 때까지 하루하루 감정을 이완하라. 지루하고, 똑같고, 불필요한 노동에 날마다 몰두하면...탈출의 환영이 나타난다. 머나먼 섬에 대한 상상 속 이미지가, 과거에 있었던 공원의 거리 축제가, 다른 감정이, 다른 내가 나타난다. -38쪽

...그에게는 영혼이 있었다. 이것은 틀림없다. 자살하려면 그것은 필수였다. -53쪽

시골에서 새벽을 맞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허나 도시에서의 새벽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하기 때문에 나는 더 마음이 편안하다. -56쪽

우리가 보는 사물 속에서 중지된 것은 모두 우리 내면에서도 중지된다. 과거에 있었던 모든 것은 우리가 그것을 보았다면 그것이 떠날 때에, 우리내부에서 제거된다.-59쪽

일생은 잠이다. 아무도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아무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며, 아무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한다.-6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행이 내가 모르는 어떤 도시나 나라를 발견하는 최고의 방법인가 하는 의문이다. 사실은 정반대다. 모든 것이-또한 수많은 작가들의 경험이 그런 느낌을 더욱 굳혀주는데-, 어떤 곳에 얘기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자기 집에 머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15)


"문제는 모르는 곳을 알게 됨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잦은 방문은 열린 정신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유익할 터이기에 말이다. 요는 그런 방문이 직접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느냐 아니면 신체적 이동이 아닌 다른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냐 하는 데 있는 것이다."(16) 


"그로므로 이 책은 내가 방콕 여행자라고 부르는 에세이스트를 위한 책인 셈이다. ...이 여행자는 모든 문화가 결국 자기에게 귀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위험을 감수할 생각도 없는데다 자신의 탐구 대상과 적정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서, 신체적 이동과 정신적 이동을 분리시킬 줄 알고 자신의 이동을 최대한 제한하고자 하는 사람일 뿐이다. 따라서 이 책이 관심을 두는 대상은 다른 누구보다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들을 세세하게 묘사한 자전 작가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17)


"이 책은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사회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관해 성찰하는 책이긴 하지만, 그러나 그런 실천적 조언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이 책은 문학과 문학이 묘사하는 세계-특히 문학이 수용하는 장소들-의 관계에 대해 성찰한다는 야심 또한 품고 있다"(18) 















"설교란 것은 설교자에게 불가능한 책임을 지워 주는, 청중과 얼굴과 얼굴을 맞댄 채 되풀이해서 일어나는 이상한 교류입니다. 만일 우리가 이 교류에서 '대화'라는 특성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설교를 듣는 회중도 그만큼 부담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아챌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설교의 본질에 대한 일치된 견해가 없기 때문에 설교자마다 제각기 나름의 자유를 행사하고 있고, 때로는 아주 특이한 개념을 갖고 있는 것이 이상하고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저 너머에서 오는 소식이 있을 때에는 그것을 큰 소리로 말하고 또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들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저 너머에서 오는 메시지는 반드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전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13-4)


"이 모임집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내 사상이 발전하고 성숙하는 과정에서 쓴 글들을 담고 있습니다. 나는 구약 연구와 해석학 분야의 최근 저술에 주의를 기울이려고 애썼으며, 미국 사회가 제국으로 변모하면서 야기된 교회의 위기를 논하는 일에 이제까지 관여해왔습니다. 설교자는 우리가 처한 현 상황을 다루는 주요 학문들에 대해 가능한 많은 교육을 받아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성경 본문이 그 어느 것보다도 더 적실하고 흥미로우며 설득력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14) 
















"신학은 문화의 모태와 그 모태 안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의미와 역할 사이를 매개한다. 문화에 대한 고전주의자의 관념은 규범적이었다. 이를테면 적어도 하나의 보편적이고 영속적인 문화가 의당히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 문화에 대한 소양이 없는 이들은, 그들이 젊은이들이거나 보통 사람들이거나 원주민들이거나 미개인들이거나 간에, 그 문화의 규범과 이상을 동졍했을지도 모른다. 


고전주의자들의 문화 관념 외에 경험에 근거를 둔 문화 관념도 있다. 문화는 삶의 방법을 알려주는 의미와 가치의 집합이다. 문화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문화는 느린 발전이나 빠른 해체의 과정에 있을 수도 있다. 


고전주의자의 문화 관념이 우세할 때 신학은 하나의 영원한 성취로 여겨지며, 그때 우리는 신학의 본질에 대해 담론한다. 문화를 경험적으로 생각하게 되면 신학은 진행 중인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그럴 때 우리는 신학의 방법에 대해 기술한다. 


방법은 멍청한 사람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소심하게 따르는 일련의 규칙들이 아니다. 방법은 협동적인 창조성을 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틀이다. 방법은 신학자들이 자기들의 다양한 과제를 이행하려고 노력할 때 그들에 의해 수행되는 다양한 일단의 작용들을 개괄해 줄 것이다. 현 시대의 방법은 현대 과학, 현대 학문, 현대 철학의 맥락에서, 그리고 역사성, 집단의 실천성, 공동 책임성의 맥락에서 그러한 과제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15-6) 
















"이 강연의 목적은 종교를 형성시키는 인간의 본성 안에 있는 다양한 요소들에 관하여 간결한 분석을 제공하고, 지식의 변화와 함께 불가피하게 생겨나는 종교의 변화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특별히 이 강연을 통해서 세계 속에 안정된 질서를 제공하는 영속적인 요소들, 즉 그것을 떠나서는 변화하는 세계 전체가 존재할 수 없는 요소들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종교의 토대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