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하느님, 
저는 수많은 소망과 열망
그리고 기대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것들 중 어떤 것들은 실제로 
채워지겠지만 
많은 것들은 채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욕망이 충족되어 기쁠 때나 
그렇지 못해 실망할 때에도 
저는 당신 안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결코 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심을, 
그리고 당신의 성스러운 약속들을 
채워 주심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저의 바람과 다르게 되어 가는 듯이 
보이더라도 그것이 바로 당신의 뜻임을, 
그리고 그 길이 결국엔 저를 위한 최선의 길임을 
알고 있습니다. 
오, 주님, 저의 수많은 소망들이 채워지지 않을 때, 
특히 바로 그때에 저의 희망이 더 강해지도록 
은총을 주소서. 
그리고 제가 결코 잊지 않게 해주소서. 
당신의 이름은 사랑이심을. 아멘. 
"
『With Open Hands』 (<열린 손으로>(성 바오로 역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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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대에 선 그리스도 - 우리의 판단을 뒤흔드는 복음에 관하여 로완 윌리엄스 선집 (비아)
로완 윌리엄스 지음, 민경찬.손승우 옮김 / 비아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시인들은 '무덤 뒤의 찬란함'에 자주 도취하면서도, 현실에서는 그 빛을 일상적 실천의 등대로삼는다. 언제나 물질의 제약을 받는 이 세상에서 그 찬란한 빛을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도달할 수 없는 곳을 향해 가는 발걸음은 바로 그 도달할 수 없는 사실 때문에 결코 멈추어지지 않는다. 시인들에게는 다른 세계의 빛이 이 세계의 실천을 지시한다." (황현산, <사소한 부탁>, 34.)


이 책은 2001년 캔터베리 대주교가 선정한 사순절 도서이다(지난달에 출간한 <순례를 떠나다>는 2002년 선정 도서이다. 덧붙이면 미로슬라브 볼프의 <베풂과 용서>(복 있는 사람, 2008)은 2006년 선정 도서이다). 잉글랜드 성공회에서는 1983년부터 캔터베리 대주교가 명망 있는 사목자/신학자/수도사에게 사순절에 함께 묵상할 수 있는 책을 1년 전에 의뢰해 사순절 시기를 앞두고 출간하는데 로완 윌리엄스는 1983년과 2001년 두 번 의뢰를 받았다(2018년 현재까지 두 번 의뢰를 받은 이는 로완 윌리엄스가 유일하다. 1983년 저작은 ‘평화’에 대해 성찰한 <하느님의 휴전>The Truce of God인데 이 책은 로완의 정치/공공 신학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저작으로 꼽힌다).


‘사순절 선정 도서’이기는 하나, 주제와 내용은 모두 저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잉글랜드 성공회에서 ‘사순절 도서’로 선정했다고 해서 반드시 한국 독자들이 사순절에만 선정 도서들을 읽을 필요는 없다). 로완 윌리엄스의 전체 저작 목록에서 이 책이 갖는 특징은 그가 복음서를 집중적으로 다룬 흔치 않은 저작이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그가 직접 쓴 저작이라는 것이다(대다수가 놓칠 수 있는 점은 지금까지 나온 로완의 대부분의 책, 한국에 소개된 로완의 책(<신뢰하는 삶>,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제자가 된다는 것>,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것>)은 대부분 강연을 녹취하거나, 필사한 강연집이라는 것이다. 하다못해 <기독교 영성입문>이라는 밋밋한 제목으로 소개된 <상처입은 앎>Wound of knowledge또한 강연에 기반을 둔 저작이다). 강연과 원고의 차이는 ‘구성’과 ‘호흡’에 있으며 여러 강연을 모아 놓은 책일수록 ‘호흡’에 커다란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여러 호흡을 한 호흡처럼 만드는 게 편집자의 주된 업무일 것이다). 물론 둘 모두 ‘책’으로 나왔을 때는 저자 본인, 편집자의 손길이 깃들기 마련이므로 호흡의 차이는 최소한으로 줄어들지만, 아무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구상을 하고 일관된 호흡으로 쓴 책과 강연집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캔터베리 대주교 재임 이후 로완 윌리엄스의 강연은 한결 ‘대중친화적’이 되었다(물론 기포드 강연과 같은 아주 어려운 강연도 있긴 하지만). 좋든 안 좋든 <심판대에 선 그리스도교>는 로완 윌리엄스가 ‘대중’을 더 많이 의식하기 ‘전의’ 작품이다. 하여 이 책은 ‘대주교’가 되기 전 ‘학자/주교’로서 로완 윌리엄스가 본인 고유의 인장을 가지고 복음서의 법정 장면을 일관된 호흡으로 성찰한 ‘책’이라 할 수 있다.


(3) 신학 전공자들은 알겠지만 예수의 법정 장면들‘만’을 따로 다룬 책들은 그리 많지 않다(물론 빌라도의 저 유명한 질문(진리가 무엇인가?)을 다룬 책들은 많으며 그러한 면에서 이 책과 견주어 볼 몇 가지 책들이 있다. 조르조 아감벤이 쓴 <빌라도와 예수>(꾸리에, 2015)는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른바 ‘마에스트로’ 고유의 질감과 성향을 감지할 수 있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모두가 공통적으로 택하는 레파토리에 어떻게 본인 고유의 해석을 깃들이는지를 보는 것, 다른 하나는 본인 특유의 레파토리를 어떻게 만들어나가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특색을 맛보려면 ‘베토벤 교향곡 9번’이라는 곡을 두고 카라얀이나 푸르트벵글러와 같은 지휘자들의 연주를 들어본 뒤 듣는 방법이 있고, 다니엘 바렌보임만 택하는 레파토리를 살피는 방법이 있다(피에르 불레즈나 엘리엇 카터와 같은 현대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하는 것). <신뢰하는 삶>이 전자(일가를 이룬 신학자들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통상 하는 ‘신경’해설)라면, <심판대에 선 그리스도>는 후자에 해당한다.


나는 번역/편집할 때 위와 같은 부분들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다. 물론 이 책과 관련해서는 이러한 스케치로는 담을 수 없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편집자 생활을 시작하며 낸 책이 <신뢰하는 삶>이었고 5년차에 이른 시점에 낸 책이 <심판대에 선 그리스도>이다. 우연이지만, 지난 5년간 ‘로완 윌리엄스’라는 이름은 내 인생 여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로완 윌리엄스를 여러 가지로 수식할 수는 있겠지만, 내게 로완 윌리엄스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말 한 마디가 이 세상 그 어느 것에 비견할 수 없는 ‘말’임을, 우리가 평생에 걸쳐 곱씹고 삶에 녹아내야 할 무언가임을 (낯설지만 새롭게, 그리고 그리스도교 전통의 가치를 새삼스럽게 긍정하는 방식으로) 알려준 이, 내가 언젠가 심판대에 섰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참회와 찬미뿐임을 깨닫게 해준 이다(이것이야말로 그리스도교 신학자/사목자(그가 로마 가톨릭이든, 성공회든, 장로교든 감리교든 침례교든 그 무엇이든)의 척도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간의 표현을 조금 바꾸어 말하면 신학자, 사목자가 예수의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되새기지 못한다면 우리가 사랑받는 존재이며그 사랑에 응답하는 존재로 빚어가는 하느님의 활동에 우리를 참여시키지 못한다면 그 신학자/사목자의 활동은 무력한 활동이며, 그 자체로 불행이다). 그의 신학이 어렵다면 그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 가리키고자 하는 바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 지점에 가기를 망설이고,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거부하고, 우리 자신의 편의를 위한 도구로 삼는 우리 자신, 우리가 스스로 세워둔 여러 ‘장벽’들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그리고 이를 어떻게 복음이 ‘뒤흔드는지를’)세밀하게 살피기 때문일 것이다. 황현산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물질의 제약을 받는 이 세상"이 "찬란한 빛"을 자주 가림을 응시한다. 그리고 우리의 힘으로는 그 빛에 우리 자신을 열 수 없음을, 우리 자신을 버리지 않고서는 그 빛의 초대에 응할 수 없음, 그곳에 도달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황현산과 달리) "도달할 수 없음"에도 그곳을 향한 발걸음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빛이 '이미' 이 세계에 왔으며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빛은 우리의 원천이며, 우리를 지탱하고, 우리를 새로이 빚어낸다. "다른 세계의 빛"은 이 곳의 빛이 되어 "이 세계의 실천을 지시한다". 로완은 이 빛에 우리 자신을 열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진리 앞에 무릎 꿇어야 합니다. 생명과 새로운 삶을 주는 유일한 힘인 그분의 손에 우리를 맡겨야 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익숙하지 않은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신뢰는 우리가 사랑받고 있음을 깨닫고 이를 받아들일 때만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진리는 우리의 응답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자유다 자유! 그가 너를 기다린다!”

당신은 이제 자유롭습니다. 그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심판대에 선 그리스도, 241)


이 책이 ‘그’를 향한 발걸음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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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역사와 만나다 - 민족의 경전에서 인류의 고전으로』의 지은이 야로슬라프 펠리칸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을 하나 올립니다. 미국의 저명한 그리스도교 잡지인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에 수석편집자인 티모시 조지가 펠리칸 사후 그를 추모하며 쓴 글입니다.  


교리로 기쁨을 누리다. , 티모시 조지 (크리스채너티 수석 편집자) 

  

2006년 5월 13일 야로슬라프 펠리칸이 세상을 떠났다그리하여 그리스도교 학계는 당대 가장 위대한 그리스도교 옹호자이자 미국이 배출한 최고의 교회사 학자를 잃었다. ‘위대한이나 최고라는 표현은 누군가를 좋게 평하기 위해 너무나 자주 부적절하게느슨한 방식으로 쓰이곤 한다하지만 야리’(펠리칸의 애칭)의 경우 이 표현은 문자 그대로 진실이다.

생전에 그가 이룬 업적은 경이롭다그는 그리스도교 역사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 40여 권의 저서와 10권이 넘는 참고 자료를 편집했다벨파라이소 대학교컨콜디아 신학교시카고 대학교를 거쳐 1962년부터는 예일 대학교에서 다양한 세대의 학생들을 가르쳤다예일 대학교 대학원장미 학술원 의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1983년에는 국립 인문학 재단에서 수여하는 제퍼슨 상을 받았으며 2004년에는 인문학 분야에서 평생에 걸쳐 빼어난 업적을 이룬 이에게 수여하는 존 클루지 상을 받았다애버딘 대학교에서 기포드 강연을토론토 대학교에서 질송 강연을 맡았고 전 세계 42개 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외에도 그가 이룬 수많은 업적을 여기에 열거할 수 있다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그의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한 열정을 완전히 드러내지는 못한다그는 그리스도교 전통이라는 이야기에 담긴 풍요로움드라마일관성사랑엄격함을 말함으로써 그리스도교 메시지에 담긴 의미그 의미가 빚어내는 풍요롭고도 깊은 차원을 드러내고자 했다.

 

슬라브 유산



 











펠리칸은 그가 가장 좋아했던 파우스트의 구절을 곧잘 인용했다.

 

그대가 유산으로 상속받은 것은

이제 그대의 과제가 되었다.

사용치 않는 재산은 무거운 짐만 될 따름이니

그대는 이를 자신의 것으로 삼으라.”

 

펠리칸의 경이로운 학적 활동의 동력은 그의 슬라브 가족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그의 부모는 유럽에서 태어났다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모두 루터교 목사였다어머니는 에머슨의 수필들을 읽으며 영어를 익힌 학교 교사였다그들은 어린 펠리칸에게 배움에 대한 사랑과 하느님을 향한 갈망을 심어주었다그가 저녁 식사를 하는 식탁에 손이 닿지 못하던 시절그의 부모는 그를 미네J.P. Migne가 편집한 교부학 총서원어로 된 교부들의 문헌들을 모아 놓은 책 위에 앉혔다훗날 그는 이를 두고 말했다. “그래서 제가 교부들에게 몰두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실제로 그의 언어 능력은 경이롭다 못해 경악스러웠다그는 그리스어라틴어히브리어와 같은 고전어뿐만 아니라 독일어슬라브어체코어네덜란드어러시아어세르비아어모든 로망스어그 밖의 수많은 언어에 능통했다이따금 그는 언어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항공기 라디오를 듣곤 했다(이 중에는 알바니아어도 있었는데 그는 택시 운전사와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언어가 무척 유용하다고 말했다).

그의 깊은 그리스도교 신심은 루터의 소요리 문답바흐의 합창곡무엇보다도 성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이 세 가지는 이후 그의 학적 작업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그는 루터교 목사로 안수를 받았지만 삶의 대부분을 세속 학교 주변에서 보냈다그러나 어렸을 때 물려받은 신앙은 그의 가슴 속에 늘 살아 있었다언젠가 그는 고백했다.

 












"나는 대학에 있는 동시대 신학자들과 장단을 맞추려는 노력을 언젠가부터 접었다나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적인 정당성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의심한 적이 없다나는 신앙을 늘 간직했다이때 신앙은 다른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복잡하지 않은 슬라브(정교회신심이었다.”

 

전통에 대한 원대한 시야





 








1946년 조숙했던 펠리칸은 22세의 나이에 컨콜디아 신학교에서 학사 학위와 시카고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동시에 받았다그리고 몇 년 후 첫 번째 책 루터에서 키에르케고어까지From Luther to Kierkegaard(1950)가 나왔다이내 그는 동 세대에서 가장 탁월한 루터 연구자가 되었다그는 55권 분량의 영역본 루터 선집의 대표 편집자였으며 별도로 루터의 성서 주석에 관한 책을 펴냈다그는 언제나 교회일치 운동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전날 쓴 로마 가톨릭 주의의 난제The Riddle of Roman Catholicism(1959)는 이를 잘 보여준다이 저작은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대한 사려 깊은 입문서다.

일설에 따르면 칼 바르트Karl Barth는 10세 때 자신의 전집을 쓸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마찬가지로 펠리칸 또한 자신이 커다란 책이라고 부른 저작을 학적 경력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부터 쓸 계획을 갖고 있었다그 계획은 세부적이면서도 분명했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하느님의 말씀에 바탕을 두고 믿고 가르치고 고백한 것”, 즉 그리스도교 교리에 관한 포괄적인 역사를 기술하고자 했다.

펠리칸 이전에 이 거대한 작업을 수행한 사람은 독일 자유주의 개신교의 위대한 적자였던 아돌프 하르낙Adolf Harnack 뿐이었다그는 세 권으로 이루어진 교리사에서 이 거대한 작업을 시도했다그러나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다룬 주제인 교리의 내용에 공감하지 못했다그 결과 그는 교리를 과거의 족쇄로 간주하고 여기서 그리스도교가 해방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펠리칸 또한 하르낙을 좇아 이 주제에 엄격하게 역사적인 방식으로 접근했으나 하르낙과는 달리 그는 그리스도교 교리의 내용에 커다란 공감으로 대했다언젠가 그는 말했다.

 

"나는 (나의 선배, 선생들, 동시대인들이 그러했듯) 신학적 자유주의와 역사적 상대주의가 아닌, 전통과 정통 안에서 특정 부분이나 특정 시기를 해석하는 전제를 발견했다.“

 

그 결과 그가 단순하게 그리스도교 전통The Christian Tradition이라고 부른 다섯 권짜리 책이 출간되었다이 주저는 그가 남긴 업적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업적이다이 저작에서 그는 시대를 가로지르는 그리스도교 가르침의 다양성과 다양한 표현을 소개할 뿐 아니라 신약성서에서 성도들에게 한번 결정적으로 전해진 그 믿음”(유다 1:3)이라고 부른 그리스도교의 근본적인 일치와 연속성을 강조했다그가 평생에 걸쳐 관심을 가졌던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 본문들에 대한 관심은 발레리 호치키스와 함께 편집한 4권 분량의 비평판그리고 나는 믿나이다Credo라고 불리는 한 권 짜리 역사적신학적 안내서의 출간으로 이어졌다(이 또한 위대한 업적이나 그리스도교 전통이라는 대작과 견주었을 때는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덜하다).

 

사파리 중인 예수

 

유대교에는 (중심 신조인쉐마가 있고 이슬람교에는 샤하다가 있다그러나 그리스도교는 예수가 던진 "너는 나를 누구라 부르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말 그대로 수세기를 거쳐 수천가지로 만들어진 진술을 갖고 있다펠리칸의 전집에는 수백개의 진술이 포함되어 있고그 중에는 나이지리아 마사이족의 신앙고백도 있다이 신앙고백에서 그들은 예수가 "사파리에서 언제나 선한 일을 행하신다"고 선언한다또한 예수가 "고문당하고 손과 발이 못박힌 뒤에 무덤에 묻히셨지만 하이에나들은 그를 상하게 하지 않았다그리고 사흘이 되던 날그는 무덤에서 일어나셨다그는 하늘로 오르셨다그는 주님이시다"라고 고백한다이 고백을 펠리칸은 나이지리아 동부 병원에서 일하던 성직자 중 하나였던 그의 학생을 통해 알게 되었다훗날 그는 이 고백문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회고했다. “그녀가 이 신앙 고백문을 가져왔을 때 나는 고백문에 담긴 내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전율을 느꼈다그렇다하이에나는 그분을 상하게 하지 않았고 어떤 공격도 가하지 않았다하느님께서는 하이에나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계신다.” 


살아있는 신앙

 

펠리칸은 많은 주제를 다루었다그 주제들은 하나하나가 깊으면서도 어려운 주제들이기도 했다그러나 그는 이 주제들을 

단순하고도 명확하며 우아한 문체로 표현해냈다그는 심원한 진리들을 명료하면서도 쉽게 잊을 수 없는 문장으로 표현해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그 결과 그는 널리 알려진 문장들을 남겼다.


예수 그리스도는 신학자들만 다루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인물이다.”

모든 사람은 현재에 관해서는 전문가다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과거를 대신해 소수 

의견을 제기하는 것이다.”

전통은 죽은 이들의 살아있는 신앙이다전통주의는 살아있는 이들의 죽은 신앙이다.”

 

그는 예일 대학교 전임자였던 롤런드 베인턴Roland H. Bainton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몇몇 저작들이를테면 인류 역사에 나타난 예수Jesus Through the Centuries, 성서역사와 만나다』 와 같은 책들은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8년 3월 25성모 마리아 축일에 펠리칸과 그의 아내 실비아는 정교회로 전입했다펠리칸은 아마도 몇몇 사람들은 이 사실에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자신을 잘 아는 소수는 이 사실에 놀라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말했다. “오랜 시간 공항 주변을 선회하던 비행기의 연료가 다한 것이다.” 동방 정교회로 옮긴 행동은 슬라브 신심이라는 그의 뿌리동방 정교회의 전례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동방 정교회 신학자인 조지 플로로프스키Georges Florovosky과 나누었던 우정그리스도교 전통』 2권에서 동방 그리스도교의 정신을 다룬 페이지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순전한 기쁨에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생애 마지막 시기 그는 성 블라디미르 신학교의 이사로 활동했다.


나는 펠리칸의 강의를 직접 들어보진 못했다그러나 그리스도교 역사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모두가 그러하듯 나는 그의 학생이었다역사 신학을 공부하던 젊은 학생 시절나는 그가 쓴 모든 저작글을 읽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다이는 분명 벅찬 일이었다. 1995년에 나온 그의 참고문헌 목록은 그의 생애 마지막 10년간 이루어진 풍성한 결실을 포함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50페이지 분량에 이른다그는 친절한 동료이자 친구였으며 내가 역사 신학을 이어가는데 커다란 자극을 주었다.

펠리칸은 예술과 학문의 세계에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그는 역사와 신학뿐만 아니라 예술정치교육이론공공윤리에 관련된 수많은 글과 저서를 남겼다그는 이 모든 작업을 학자임과 동시에 그리스도교인으로써 수행했다그는 인도주의자였으며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것을 사랑했다그의 남긴 유산은 앞으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모든 이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윤리적 상상력을 복돋아 줄 것이다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그의 유산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그의 교회에 속한 이들구원자의 사랑이 담긴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 사이에서 빛날 것이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성과 속 사이에서라는 글에서 펠리칸은 바흐를 신학자들 사이에 놓으며 그가 예수여 도우소서라는 말로 작곡을 시작해 하느님 당신 홀로 영광 받으소서라는 말을 하며 작곡을 마무리했음을 지적했다이는 펠리칸 본인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코튼 마터가 교회사가를 불렀던 표현을 빌려 쓰자면그는 주님을 상기시키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성실했으며 신실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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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 왜 교회에 가야 하는가? 교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비아 문고 10
존 프리처드 지음, 한문덕 옮김 / 비아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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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 왜 교회에 가야하는가? 교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두고 역자 한문덕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내용을 여기에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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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먼저,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출간 소회를 말씀해주시죠.

A.비아와 인연을 맺고 두 번째 책을 번역할 수 있어서 기쁘고 또 감사합니다. 지난번에는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신학 사상을 한국에 소개해 신학을 공부하는 이로써 기쁨을 느꼈다면 이번에는 교회라는 주제에 관해 여러 사람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책을 소개해 목회자로서 기쁨을 느낍니다. 물론 둘은 날카롭게 분리되지는 않습니다. 신학은 교회를 위해 봉사하고, 교회 현장의 고민들은 신학의 주제가 되니까요. 두 번에 걸쳐서 이론과 현장에 관한 내용을 고민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Q2. 번역하시면서 특별히 신경 쓰셨던 부분, 첫 번째 역서였던 『스탠리 하우어워스』에 비교했을 때 좀 더 신경 쓰셨던 부분이나 작업하면서 다른 부분이 있었는지요?

A.『스탠리 하우어워스』의 잠정 독자가 신학생이라면 『교회』의 잠정 독자는 일반 교인이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글을 읽을 때 어렵지 않게 다가가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가급적이면 쉬운 용어를 쓰고 문장도 평이하게 하려 애썼지요. 『스탠리 하우어워스』에서 중점이 하우어워스의 신학과 사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좀 더 가독성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Q3. 역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독자로서 『교회』에서 특별히 인상에 남는 부분이 있었는지요?

A.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책이 구체적인 사항을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국 상황과 한국 상황이 다름에도 이 책이 한국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일으킨다면 그건 저자의 시선이 위쪽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이 아니라 교회에 다니는 이들의 시선에 맞추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갔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회에 관심이 없는 사람, 교회를 다녔다가 떠난 사람,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 교회를 다니지만 뭔가 지치고 고단한 사람들, 자신의 교회가 한층 더 성숙하기를 기대하고 바라는 사람들이 느끼는 지점들을 간략하지만 적확하게 짚어 내고 있어요.

두 번째는 교회의 존재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한된 지면 아래 개인의 삶의 여정에서 교회가 어떠한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 함께 사는 세상에서 어떤 공동체를 꾸리며 삶을 나눌 것인지, 인간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와 미래에 대해, 교회가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사역들에 대해 조목조목 짚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공회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책답게 예배에 관해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 깊이 뿌리 박고 있을 때에만, 이를 일상에서 체화하고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이야기지요. 저는 한국 개신교 교회가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좀 더 배워야 할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예배라고 생각합니다. 구도자를 위한 열린 예배와 부흥집회에서 사용하는 약식 예배가 주를 이룬다는 걸 염두에 볼 때 전례적인 관점에서 한국 개신교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로 다짐한 이들이 일상에서 신앙을 더욱 깊이 있게 할 수 있게끔 도움을 주는 예배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교단과 교파를 막론하고 전례학자들은 공통적인 예배의 요소나 구성을 예배에 반영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데, 아직 한국개신교 교회 전반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서술한 예배는 예배에 참여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번 읽고 새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4. 『교회』를 독자들이 어떻게 읽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 같은 것이 있는지요?

A. 독자가 혼자 이 책을 읽는 것도 좋겠지만, 교회에서 소그룹별로, 신도회나 구역 등에서 함께 읽고 세미나나 토론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회를 다닌다는 것은 한 사람의 삶에 있어서 중요하고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신앙이란 우리 삶의 토대를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교회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은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저자가 말한 대로 교회는 예배와 교육, 봉사와 구제, 선교 등 다양한 교회의 활동이 조화를 이루어서 자신의 공동체성을 드러냅니다. 교회는 하나의 사회이고, 매우 복잡한 공동체 입니다. 이러한 것을 차분히 살피려면 책에 실린 각각의 내용을 하나씩 주제로 삼아 서로 대화하고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이 이루어진다면 자신이 소속된 신앙공동체가 더 성숙한 공동체가 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5. 추천도서 목록이 꽤나 방대한데 그 중에서도 꼭 읽어볼만한 책은 무엇이 있는지요? 사목자, 신학생, 평신도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A.신학생이나 목회자라면 우선 한스큉의 <교회>를 한번 심도 깊게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스 큉은 성실하고 탁월한 신학자이고 이 책은 그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한 저작입니다. 베네딕토 16세, 요셉 라칭어가 쓴 <그리스도 신앙>도 추천합니다. 교황을 지내신 분답게 그리스도교의 신앙의 핵심인 사도신경을 깊이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동체와 관련해서는 본회퍼의 <성도의 공동생활>을 추천합니다. 예배와 관련해서는 안선희가 쓴 책들과 조기연이 쓴 <묻고 답하는 예배학 Cafe>를 추천합니다. 이론과 실천을 아우르는, 유용한 책들입니다. 목회자이고 설교를 해야 하는 분이라면 아힘 헤르트너와 홀거 에쉬만이 지은 <다시 설교를 디자인하라>를 추천합니다. 탄탄한 이론에 기초하여 다양한 설교의 형식과 방법을 잘 알려 주고 있어요. 특히 설교가 청중과 소통하는 언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쓴 책입니다. 교회개혁과 관련해서는 필립 클레이튼이 쓴 <신학이 변해야 교회가 산다>라는 책을 권하고 싶네요. 신학을 공부하는 이에게 신선한 관점을 주는 책입니다. 가나안 성도 부분에서는 김진호의 <시민 K, 교회를 나가다>를 추천하고 싶네요. 주제별로 한번씩 읽어 볼 만한 책들을 모아 놨기 때문에 독서 계획을 세워서 주제별로 하나씩 읽는 것, 혹은 하나의 주제를 깊게 파보는 것 모두 좋을 것 같습니다. 로완 윌리엄스가 쓴 <신뢰하는 삶>,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을 빠뜨릴 뻔했군요.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초를 단단하게 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전체 윤곽을 잡는데 아주 좋습니다.

 

Q6. 한 사람의 목사로서 교회를 가는 것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요?

A. 한국 교회의 역사를 고려해 보면 지금의 상황은 위기의 상황이면서 동시에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인의 감소나 사회적 신뢰도의 추락 등으로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교회가 어떻게 성장했고, 자리매김했는지를 돌이켜보고 더 큰 차원, 그리스도교 전통과 성서를 다시 숙고한다면 이 시간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일제 식민지와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의 지난한 노력 속에서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고 있지요.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가치관과 더 깊은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교회는 희망이 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교회의 문을 두드리게 하려면 교회는 거듭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그리고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삶의 구원을 체험하게 해 주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완벽한 공동체는 세상에 없습니다. 다만 더 나은 공동체가 되도록 함께 노력할 뿐이지요. 그것이 우리의 임무이자 사명입니다. 교회에 실망하여 떠났다가 다시 교회를 찾는 이들도 이 점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곳은 있어도 이미 완성된 곳은 없다는 것을 말이지요. 처음 교회에 나가려는 분들은 서두르지 말고,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천천히 교회라는 공동체를 맛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지고 있을 테니까요. 그리스도교 신앙은 궁극적으로 하느님께서 이루실 것이고, 또 그렇게 이뤄 가신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 그 믿음에 기대어 여물어가는 삶이야말로 구원의 삶입니다. 이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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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세트 1 - 전10권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어니스트 헤밍웨이 외 지음, 하창수 외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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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구입을 망설였을 터이나 막상 소장하니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드는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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