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상의 미술과 지상의 투쟁- 가톨릭개혁의 시각문화, 신준형 지음, 사회평론
첫번째 책은 신준형의 <천상의 미술과 지상의 투쟁>이다.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미술이 전개되어 나간 방향을 살핀 책인데, '종교투쟁의 시각체험을 글로 재현하고자'했다는 문제의식이 돋보인다. 종교개혁에서 예술 쪽, 특히 미술쪽으로 돋보였던 것은 가톨릭 쪽이므로 가톨릭 개혁의 시각문화를 살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개신교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을까. '성상 논쟁'에 접어들면서 개신교가 시각문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것(그리고 실제적으로 많은 문화재들을 파괴하기 까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것은 일차적인 관심사가 아니므로, 이 책을 비롯한 이 문제를 다룬 책들은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읽을 것 같다.  



2.신비와 저항, 도로테 죌레 지음, 정미현 옮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3.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 김진호, 백찬홍, 최형묵 지음, 평사리
4.정의와 평화가 입맞출 때까지 ,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지음, 홍병룡 옮김, IVP


조직신학 계열에서 눈에 띌만한 새책은 도로테 죌레의 <신비와 저항>이다. 저자 약력을 보니 2003년 별세했다고 나와있다. 2003년이라면 한창 학회 세미나에서 그녀의 <현대신학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토론을 벌이고 있었을 때인데, 별세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니 새삼 놀랐다. 어쨌든, 이 책은 그녀가 생애를 천천히 마무리하고 있을 즈음에 나온 저작으로서 이전의 저작들과는(물론 이것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읽은 책은 <현대신학의 패러다임>과 <고난>에 한정되어 있으므로) 조금 다른 뉘앙스를 띄고 있다. <현대신학의 패러다임>과 <고난>은 세계 공동체의 고난을 체감하고 그것의 변화를 추구하는(그리고 그 변화를 위해 기존의 신학들을 가혹할 정도로 비판하는)헌걸찬 해방신학자의 저작이지만, 이 책은 생의 끄트머리에서 '하나님'과 '나'의 관계의 '신비'를 체감하고, 그것의 역사적인 연원을 추적하는 한 신앙인의 노트에 가깝다. '해방신학자'로서의 정체성을 벗기는 실었는지, '저항'이라는 말을 제목에 넣었고, 그에 관련된 챕터들도 꽤 되지만, 여기서 '저항'의 의미는 경직된 도그마에 빠진 나머지 '하나님'과 '나'의 관계의 신비성을 '영지주의'나 이단으로 재단해버리는 기존 교회에 대한 '비판'에 가깝다. 어쨌든, 이 흐름도 기독교 사상사나 교회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고, 이 부분에 집중해서 탐구한 책들이 번역된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조금씩 읽고 있는 중이다.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는 한국 기독교의 보수주의의 기원과 역사, 그리고 현재를 다룬 책인데,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 적절하게 나온 책이다. 책의 양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다루려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개인적인 생각으로는 4부 좌담은 굳이 넣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양대부흥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개신교 내에서 나왔다는 점 그 자체 만으로도 이 책은 주목받을 가치가 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출 때까지>는 복음주의 계열의 고전적인 저작들을 펴내는 시리즈인 'IVP모던 클래식 시리즈' 세번째 책이다. IVP 시리즈에 대한 나의 관심은 '현재 개신교 주류가 개신교 안의 문제, 혹은 밖의 문제에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가'에 맞춰져 있고, 이 저작은 후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줄 것 같다. 사회문제를 다루면서 지은이가 종교개혁가들의 논의를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또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을 대폭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조금 이채롭다.









5.바울은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게리 윌스 지음, 김창락 옮김, 돋을새김
6.새 역사를 향한 순례, 김경호 지음, 평화나무
7.야훼 신앙의 맥 김경호 지음, 평화나무

성서신학 쪽에서 눈에 띄는 책은 게리 윌스의 <바울은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이다. 물론 게리 윌스의 책이 엄밀한 성서신학 텍스트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서문에 지은이는 자신의 책이 학문적 저작이라기보다는 체스터튼이나 엔도 슈사쿠의 신앙서적 계열에 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바울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성서에 근거해 뒤집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성서신학계열의 책'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책의 핵심은 기존의 성서신학자들이나 지식인들이 바울을 '예수의 생각을 (부정적으로든 긍정적으로든)왜곡한 이'로 보는 반면 게리 윌스는 바울이야말로 예수의 생각을 제대로 계승한 이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서신학을 전공한 이들도 한번쯤 곱씹어 볼만한 문제제기라 할 수 있는데, 성서신학을 전공한 우리교회 목사님이 2주 연속으로 이 책을 인용하는 것을 보면 꽤나 논리정연하게 서술하지 않았나 짐작해본다.

<새 역사를 향한 순례>, <야훼 신앙의 맥>은 김경호 목사의 9권으로 기획된 '생명과 평화의 눈으로 읽는 성서 시리즈' 중 구약의 일부분을 다룬 책이다. 한동안 진보적인 신학생들의 교과서였던 <함께 읽는 성서>시리즈의 확대개정판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전작보다 교인들의 '성서공부'를 배려한 것이 눈에 띈다. 90년대 이후로 조금은 엉거주춤해보이는 민중신학의 관점을 오롯이 지켜낸채 성서를 전면적으로 해석한다는 것도 주목할만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스라엘 역사에 대한 지식과 성서해석, 그리고 사회적 실천을 염두해둔 균형잡힌 '성서공부용 책'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8.사람을 찾는 하느님, 아브라함 J.헤셸 지음, 이현주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9.사랑에 대하여, 칼 구스타프 융 지음, 마리안느 쉬스 엮음, 한오수 옮김, 솔출판사
 <사람찾는 하느님>은 뒤늦게 출간이 된 사실을 안 책이다(일하는 곳 프로그램에 등록이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왔다는 것을 몰랐다니!). 출판사 페이지의 소개글을 보니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와 같은 계열의 책이라고 하는데, 목차를 확인해보니 한 책을 두 개로 나누어서 번역한 것 같다. 주로 유대교의 하느님 이해, 그리고 인간 이해와 같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유대교의 신인식과 인간인식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 그리하여 구약적 세계관의 특징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만한 책인 것 같다. 그나저나 아브라함 헤셸의 책은 올해에만 3권이 출간되었다(<사람을 찾는 하느님>과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는 재출간). <안식>이 많이 팔렸나보다.

마지막 책은 융의 사랑에 관한 아포리즘인 <사랑에 대하여>이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다분히 지금 번역하고 있는 틸리히의 <사랑, 정의, 힘> 영향이 크다. 틸리히는 <사랑...>에서 지속적으로 심리학적인 논의들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 중에 이 책도 속해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았기 때문이다. 설령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심리학의 대가, 게다가 다분히 종교적이고 기독교에 호의적인 사람으로 평가받는 융이 '사랑'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서술해놨는지 조금 궁금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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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RAM 2007-08-12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훼 신앙의 맥이라는 책을 찾다가 방문해 봤습니다. 누군가가 이런 기독교 관련 서평을 깊이있게, 꾸준히 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활약 부탁드려요

Viator 2007-08-1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BARAM/서평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브리핑,'간단한 보고나 설명'으로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깊이있는 안내'는 힘들겠지만, 꾸준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