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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 - 현대인이 잃어버린 안식의 참 의미를 말하다
아브라함 J. 헤셸 지음, 김순현 옮김 / 복있는사람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인들에게, 아니 기독교인들에게, 아니 보다 좁게 기독교인을 자칭하는 나에게 도대체 주일, 혹은 안식일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걸까? 아니, 나에게서 안식일의 의미를 찾기 이전에 안식일의 본래 의미는 무엇일까? 본래 의미로서의 안식일과 오늘날 기독교에서 행해지는 '주일'은 어떤 점을 공유하고 있으며, 어떤 것이 다른가? 주일날 예배 드리기가 점점 더 귀찮아지고 있을 때 이 책을 집어들었다. 주일은 형식적으로는 '주님의 날'이지만, 기본적으로 창세기에 그 연원을 있으며, 그것에 근거해 최초로 '안식'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것, '안식일'에 지켜야할 조항등을 만들어낸 것은 유대교이기 때문이다.
지은이 혜셸이 이 책에서 강조하는 안식일의 가장 큰 의미는 '시간의 가치',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인간의 공간과 대비되는 하나님의 성스러운 시간의 가치를 이 땅에 회복하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문명화'된 오늘날은 지나치게 공간 중심적이며, 시간의 가치를 망각케한다. 안식일을 준수하는 것은 이러한 오늘날 원래 이 공간 안에 내재되어 있는 시간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다. 작게 보면 그것은 하루를 '성화'시키는 것이지만, 크게 보자면 이 하루로 인해 일주일 전체를 '성화' 한다고 혜셸은 확신한다. 시적인 문구(원서로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각각의 문구들은 아름답다.) 속에 그는 유대교가 지닌 고유의 가치를 당당히 선언한다.
안식일, 기독교에 있어서 '주일'의 가치를 다룬 기독교 계열의 책들이 이 책을 참고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몇몇 책들은 이 책에서 나온 논의들을 '기독교적'으로 재해석해서 확장할 수도 있으리라. 이 책은 결국 유대교의 가치를 옹호하는 책이므로, 기독교인들이 보기에 이 책은 상대적으로 '율법주의적'으로 비쳐질 테니, 그것을 지양하거나, 혹은 좀 더 확장해서 일주일 모두를 '성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그런 책들을 굳이 택하지 않아도, 몇몇 기독교인들은 고전적인 기독교가 이러한 논의들을 좀더 세세하게 구분해놨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혜셸은 시간을 또 다시 구분하지 않지만, 기독교는 시간을 두 차원으로 나눈다. 하는 통상적인 의미의 시간을 뜻하는 '크로노스'와 그러한 통상적인 시간을 꿰뚫고 오는 신적인 시간인 '카이로스'가 있다. 혜셸의 메시지를 기독교적 언어로 해석하면 '주일은 일주일이라는 '크로노스'속에 '카이로스'의 가치를 다시 드러내는 것' 정도가 된다.)시키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보다 더, 혹은 동시에 필요한 것은, 보다 실제적으로 주일, 혹은 안식일이 지닌 본래의 의미를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이 아름다운 책은 그 '어떻게'의 질문에 대해서 매우 추상적인 논의의 실천이나 원칙을 제외하고는 답하지 않았다. 그것은 혜셸이 하나님과의 언약을 충실히 수행하면 , 하나님은 그에 대한 올바른 은혜를 선사하실 것이라는 올바른 의미에서의 '율법주의 유대교 신앙'을 지녔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현대 사회에 대한 관찰이 부족해서 일 수도 있다. 설령 혜셸이 전자의 위치에서 이 책을 썼더라고 보더라도,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 '안식일의 가치'를 되새기고,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설득시키고자 한다면 후자를 염두해 두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