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들과 함께 성경읽기, 크리스토퍼 홀 지음, 우병훈,이경직 옮김, 살림
무함마드와 예수 그리고 이슬람, 이병권 지음, 코나투스


신학생이지만, 혹은 신학생이기에 언제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성서읽기'다. 학부때 배운 방법론들을 활용해 성서를 읽자니, 방법론들에 대한 숙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설령 방법론을 제대로 숙지한다 하더라도 성서전서를 하나의 방법론으로 읽어낼 수는 없다.), 마냥 읽자니 날림으로 읽게 된다. 결국 '전서 읽기'는 삶의 과제로 미루어두고, 드문드문 읽으면서 과거의 신앙선배들이 읽었던 흔적들을 더듬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교부들과 함께 성경읽기>는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온 책이다. 가톨릭이 아닌, 개신교 학자가 적극적으로 교부들의 '성서 독해'를 되짚어볼 것을 역설하는 경우는 드문 일인데, 책의 초반부(는 오늘날 개신교인들이 왜 교부들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견해가 비교적 상세히 적혀있다.)를 읽어보니, 그런 이채로운 행위 이면에는 현 미국 복음주의계가 처한 상황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근대에 대한 지나치게 부정적인 평가가 조금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교부들의 세계를 들어가고자 하는 이들(특히 개신교인들)에게는 적절한 입문서이다.

<무함마드와 예수 그리고 이슬람>은  <예수, 노자를 만나다>, <예수, 석가를 만나다>를 지은 이병권의 '종교들의 대화' 시리즈 연작에 해당된다. '종교들의 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진 않기에 전작들에 눈길이 가진 않지만, 이번만은 다른데,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무슬림 복음서」를 다루고 있고, 그 텍스트를 다루면서 무슬림들에 비춰진 예수상을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노자나 석가는 '역사적으로' 예수를 모르지만, 무함마드는 예수를 '역사적으로' 알았고, 그(혹은 그의 영향을 받은 이들)가 재해석해 낸 예수는 기독교와는 다른 방식으로 무슬림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해석의 변천사는 설령 '종교들의 대화'에 관심이 없더라도 곱씹어볼만한 부분이 있다.









신은 위대하지 않다,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알마
자비를 팔다, 크리스투퍼 히친스 지음,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정환 옮김, 모멘토
도킨스의 망상, 알리스터 맥그라스, 조애나 맥그라스 지음, 전성민 옮김, 살림
인식의 근본 문제, 요셉 드 프리스 지음, 신창석 옮김, 가톨릭출판사

<만들어진 신>의 여파가 크긴 큰가보다. 적지않은(아니지, 인문학 시장으로 봤을 때는 가히 엄청난) 판매량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간지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니 말이다. <만들어진 신>의 실제적인 공로는 유신론을 반박하거나, 무신론을 퍼뜨린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신론을 다룬 책들도 출판시장에 먹힐 수 있다는 것(게다가 각광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신은 위대하지 않다>와 <자비를 팔다>는 이런 분위기에 발맞추어 나온 책들이라 할 수 있는데, 분위기를 타고 나온 것이 꼭 나쁜 것이 이번에 나온 이 두 책들은 전자의 입담을 넘어선다(<자비를 팔다>가 좀 더 날카롭다). 굳이 <만들어진 신>과 <신은 위대하지 않다> 중 한 권을 추천해달라면, 나는 후자를 권할 생각이다.
<도킨스의 망상>은 <도킨스의 신>에 이어 복음주의 신학자인 알리스터 맥그라스가 도킨스의 논의에 반박한 책인데, <도킨스의 망상>은 좀 더 <만들어진 신>에 집중되어 있다. 비교적 정확하게 분석이 이루어진 책이라고 보는데, 도킨스의 논의에 반한 이들이 이 책을 읽을지에 대해서는 의아스럽기는 하다. 아마도 도킨스의 책을 읽고, 어딘가 기분이 뒤숭숭한 기독교인들만이 이 책을 읽게 되지 않을까. 출판사의 의도적인 전략이 보이기는 하나, <만들어진 신>과 디자인이 거의 똑같기 때문에 나란히 서재에 꽂아두면 보기에 나쁘지 않다. 어쨌든, 도킨스의 논의든,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반박이든 현시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유신론/무신론 논쟁이 주로 영미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은 유념해두어야할 부분이다.
영미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기독교 신학자들은 그렇다면 무엇과 씨름하고 있을까? 좀 더 차원을 좁혀서 어떤 '무신론'과 대결하고 있을까? 가톨릭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난적은 니체, 마르크스도 아니고 러셀이나 도킨스도 아닌 칸트이다. 칸트의 '비판'이후로 신앙과 이성을 연결시키는 것은 가톨릭 신학자들에게 필연적인 과제라 할 수 있는데 이번에 나온 <인식의 근본 문제>도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저작이라 할 수 있다. 읽어보기는 커녕, 홅어보지도 못했지만, 나의 학문적인 관심사기 때문에 이렇게 적어둔다.     








바울로, 요아힘 그닐카 지음, 이종한 옮김, 분도출판사
사도 바울, 알랭 바디우 지음, 현성환 옮김, 새물결


역사적 예수 열풍이 한국에서도 사그러들었는지, 예수에 대한 학술적인 저작은 잘 보이지 않는다(아마도 2007년 11월에 출간된 리처드 A.호슬리의 <갈릴리>(박경미 옮김,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가 마지막인 듯하다.). 하지만 바울 관련 저작들은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결국 기독교란 바울의 종교인가?). 두툼하고 알찬 신학 텍스트를 펴내는 분도 출판사 '신학 텍스트 총서' 시리즈에서 <바울로>가 나왔고, 주목받는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사도 바울>이 나왔는데, 아마도 많은 이들은 후자쪽에 관심을 둘듯하다. 바울의 현대적 해석을 읽고 또 평가하는 것(게다가 철학자의 '해석'을!)은 지금으로서는 요원한 일이니, 나의 관심은 전자로 향한다. 다음 방학 즈음에 권터 보른캄의 <바울>전기와 함께 두고 읽을까 고민 중이다.  









단테 <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 안티쿠스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이마미치 도모노부의 <단테 <신곡>강의>다. 장정을 포함한 책의 품새, 내용의 충실함 모두 압도적이다. <신곡>에 대한 충실한 해설서이기도 하지만, 아니 충실한 해설서이기에 이 책은 서구 고전사상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가 되어주기도 한다. <고백록> -  <신곡> - <실락원> -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로 이어지는 기독교를 근간으로 하는 문학서들을 바탕으로 기독교적 사유의 흐름을 짚어보는 것은 먼 훗날 언젠가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작업이다. 그 먼훗날 언젠가를 위해, 멀지 않은 시간에 페이지를 넘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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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당신의 추천도서는?







그리스도와 문화, 헬무트 리처드 니버, 홍병룡 옮김, IVP
성경적 문화관, 루시앙 르그랑 지음, 금빛내렴 옮김, 살림


12월에는 성탄절이라는 거대한 기독교 축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목할만한 신학서적은 출간되지 않았다. 역사적 예수나 예수의 생애에 관련된 서적들이나, 하다못해 예수 탄생의 의미에 관한 서적이 거의 출간되지 않은 것은 기이하다 못해, 씁쓸하기까지 하다. 그와중에 꾸준한 시리즈물이 출간되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나. IVP 모던클래식 시리즈에서는 현대 기독교의 고전 중 하나인 <그리스도와 문화>를 출간했고, 살림에서는 루시앙 르그랑의 <성경적 문화관>을 출간했다. 둘 다 '문화'를 다룬다는 점이 주목할만한데, <그리스도와 문화>는 현대 기독교의 흐름들을 일정하게 분류하여 분석하고 있고, <성경적 문화관>은 성서 안의 인물들이 자신들이 터한 문화에 어떻게 대응해 나갔는지를 추적한다.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성경적 문화관>은 <그리스도와 문화>의 도식을 넘어선다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그런 표현을 굳이 의식하지 않는다면, 상호보완의 차원에서 함께 참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스도와 문화>는 내 기억으로는, 김재준 번역으로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출간된 바있는데, 아무래도 이번 번역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성경적 문화관>은 Bible on culture 를 성경적 문화관으로 번역했다는 점에서 번역자의 성향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주요한 참고자료의 가치는 있다고 본다. 








교양인을 위한 바이블 키워드, J.스티븐 랭 지음, 남경태 옮김, 들녘

신학책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읽어볼만한 책은 <교양인을 위한 바이블 키워드>, 일종의 기독교 관련 잡학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독할 필요는 없지만, 궁금한 내용이 있을 때마다 찾아읽는다면 기독교 관련 지식을 쌓는데 요긴한 자료로 쓸 수 있는 책이다.


2007년의 책
 








올해의 기독교 서적으로 내가 꼽은 책은 이성덕의 <이야기 교회사>와 정숙희의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이다. 두 책은 신학적으로 탁월하다거나, 깊이있는 성찰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현시점에서 매우 유용한 지식과 생각꺼리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힐 만한다.

이밖에도 몇 가지 기억해둘만한 출간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꾸준한 시리즈물의 출간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한들 출판사의 시리우스 총서는 하르낙의 <기독교의 본질>, 에른스트 벤츠의 <기독교 역사와의 대화>와 같은 굵직굵직한 고전급 저작들을 출간했고, 다산글방에서 키르케고르 선집을 꾸준히 재출간하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할 사항이다. IVP 모던 클래식스 시리즈는 도로시 세이어스와 같은 일급 복음주의 신학자들, 혹은 변증가들의 저작을 꾸준히 출간함으로써 한국 기독교 복음주의의 지적 영역을 확장했다. 유감스러운 것은 이런 시도들이 너무 쉬이 잊혀지고 있거나, 출판사들의 기대에는 턱없이 부족하게 적은 이만이 이 시리즈들의 저작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인문학의 위기니 뭐니 하지만, 그것은 신학의 위기에 비하면, 배부른 소리인지도 모른다. 신학에 관심 있는 이들의 작은 실천(아주 단순하게 그 많은 신학교의 학생들이 한달에 한 권 신학책을 구입하더라도 이런 위기는 없을지도 모른다.)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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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복음, 김창락, 김진호 등 지음, 산책자
추락하는 한국교회, 이상성 지음, 인물과사상사
정치교회, 김지방 지음, 교양인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 , 정숙희 지음, 홍성사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일어난지도 어느새 4개월이 흘렀다. 한국 개신교 역사에서 있어 일종의 '분수령'이 될만한 사건이라 할 수도 있는데, 4개월이 지난 지금 그에 대한 논의들은 '말만 무성한채'(혹은 그 말들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적은 성찰들만을 남긴채) 어느새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무례한 복음>은 이러한 시점에서 나온 책, 그것도 '선교'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비판적인 논의를 한 '거의'(내가 행여나 출간된 책을 놓쳤을 확률도 있으므로)유일한 저작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에 이은 제3시대 그리스도연구소 공동연구작업물이라는 점이라는 점도 주목할만 한데, 현재 한국 개신교계에서 주요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그것을 곱씹으면서 일정한 성과물을 내놓는 유일한 집단이라는 것은 부분적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고, 부분적으로는 서글픈 일이다.

<추락하는 한국교회>는 한 신학자가 한국 개신교회의 문제점들을 낱낱이 들추어내어, 그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모아놓은 책이다. (머지 않아 서평에서 다루겠지만) 교파와 학문이 얽혀있고, 그것이 일종의 '보이지 않는 눈'이 되어 학자들의 발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현상황에서 집단이 아닌 한 신학자가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만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개신교회에 대한 충분한 관찰과 숙고가 이루어진 뒤에 나온 것인지, 개신교에 대한 많은 이들의 '비판적인 시선'을 넘어서는 통찰을 보여주었는지는 따로 생각해 볼 일이다.

<정치교회>와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는 평신도가 쓴 한국 개신교회의 면면들에 대한 관찰을 담은 글이다. 전자는 한국개신교회의 정치참여에 관한 관찰과 견해를 담았고, 후자는 미국에 진출해있는 한국개신교회의 면면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평신도로서의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 전자의 문제는 이런저런 책들에서 부분적으로 다루어졌으니,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닌데, 후자는 '미국안의 한국교회'라는 상당히 독특한 상황을 담고 있다는 점,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 (비교적 보수적인 신앙관을 갖고 있는)'평신도'가 '상식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출간된지 얼마되지 않아 일독했는데, 칼럼집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논외로 치면, 한국의 신학자들을 포함한 개신교 담론 일반이 알면서도 '태연스레 모른 척하는' 핵심적인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고 본다. 꽤나 많은 정보들을 모아놓은 <정치교회>와 함께 읽으면 많은 생각꺼리를 갖게되지 않을까 싶다.









도킨스의 신, 알리스터 맥그라스 지음, 김태완 옮김, SFC출판부
예수의 정치학, 존 하워드 요더 지음, 신원하,권연경 옮김, IVP
톰라이트와 함께 하는 기독교 여행, 톰 라이트 지음, IVP
십계명 , 스탠리 하우어워스, 윌리엄 윌리몬 지음, 강봉재 옮김, 복있는 사람

복음주의권에서 출간된 책 중 주목할 만한 책은 4권 정도이다. 우선은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대응하여 나온 책인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도킨스의 신>이라는 책. 보통 <만들어진 신>과 같은 이른바 '반기독교 서적'에 대해서 학자들이 대놓고 '대응'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알리스터 맥그라스와 같은 복음주의권의 핵심적인 학자가 이러한 책을 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현재 서구사회에서 도킨스가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거나, 적어도 서구 복음주의권에 <만들어진 신>이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는 것을 보여준다. 폴킹혼과 더불어 과학자 출신 신학자인만큼 <만들어진 신>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 말고도 신학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신학과 과학의 관계'에 대해서도 몇 가지 참고할 만한 견해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도킨스의 논의들이나, 그에 대한 대응들에 큰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당장 공부해야 할 것도 아니다. 나는 여전히 기독교의 유산을 충분히 숙고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선적인 관심은 이러한 유산들을 지금, 이곳에서 검토하고 있는 저작들에 가 있다. <예수의 정치학>과 <십계명>은 그러한 책들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예수의 정치학>은 영미권에서 20세기 후반기(는 아마도 라인홀드 니버 이후를 뜻하는 듯하다.)에 가장 중요한 개신교 윤리학자로 평가되는 존 하워드 요더의 대표작인데, 그가 재세례파라는 점, 그리고 바르트의 제자라는 점이 이채롭다. 마찬가지로 바르트의 제자인 골비처의 <자본주의 혁명>의 '신학적인 부분'과 크게 다를꺼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다른 정황들과 살펴보면 여러 곱씹을 거리를 줄 책이라는 짐작은 든다. <십계명>은 요더의 노선을 계승하고 있는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저작인데, 요더의 관점을 받아들여 기독교의 윤리적 행동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인 원천들을 재해석하는 작업물(주기도문에 대한 해석인 <주여, 기도를 가르쳐 주소서> 역시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중 하나이다. 현재 한국 개신교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타개하는 대안들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역사비판적 해석에 대한 터부가 심한 현상황에서는 그러한 해석을 하지 않아도 지금, 이자리에서 조금씩 실천하게끔 인도해주는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십계명>은 그러한 시도에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급 신약학자인 톰 라이트의 <톰라이트와 함께 하는 기독교 여행>은 <예수의 정치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독교가 갖는 기본적인 가치들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원제를 보면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를 다분히 의식하고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의식하면 어떠랴. 교회에 다니는 많은 이들은 기독교의 기본적인 가치들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무관심 하거나, 아니면 너무나 쉽게 외면하려든다. 신학자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신자들을 향하여 눈을 돌려 '알아야 할 것'에 대해 말할 의무가 있고, 톰 라이트는 그것을 했다. <순전한 기독교>가 조금은 낡은 느낌이 든다면 이 책을 집어들어 읽어보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신비 신학, 윌리엄 존스턴 지음, 이봉우 옮김, 분도 출판사

가톨릭계로 시선을 돌려 보면 오랫만에 사목총서시리즈에서 출간된 <신비 신학>이 눈에 들어온다. 개신교계에서 영성,영성 하지만 아무래도 가톨릭 안에서 형성된 신비주의적 전통에 비하면 그 수준과 깊이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 이 책은 신비주의의 기원과 더불어 그 형성을 살펴볼 뿐 아니라 현대에서 신비신학이 갖는 실천적, 학문적 함의 까지를 그야말로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누군가 구태여 '영성'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신약성경신학, 칼 헤르만 쉘클레 지음, 조규만 옮김, 가톨릭출판사
수사비평: 역사 방법론 요나서 , 필리스 트리블 지음, 유연희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잃어버린 예수, 박영호 지음, 교양인


성서신학에서 볼만한 책은 세권 정도. 첫번째는 칼 헤르만 쉘클레의 <신약성경신학>인데, 근래에는 좀처럼 하지 않는 신약을 통째로 꿰는 시도를 한 저작이라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필리스 트리블의 <수사비평>은 그녀의 특유의 방법론이 잘 드러난 저작이라 할 수 있는데, 여성신학과 문학비평을 결합한 그녀의 시각을 통해 요나서를 본다면 어떨지 궁금하다(하지만 내가 이런 저작을 제대로 읽으려면 조금은 많은 시일이 지난 후에나 가능할 듯 싶다.). 세번째 책은 박영호의 <잃어버린 예수>, 잠시 훑어본 바로는 이 책이 갖는 중요한 점은 '잃어버린 예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부제에서 암시했듯 '다석사상으로 다시 읽는'다는 것이다. 바울과 예수의 연속성은 신약학에서도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이므로, 여기서는 다룰 수 없지만, 요한복음을 통해서 '예수가 진정으로 의도했던 것'을 찾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신약성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지은이가 모르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지은이는 다석 사상과 예수의 연결고리가 '요한복음'에서 가장 명확하게 발견된다고 판단했고, 다석의 언어로 요한복음을 다시 읽어냈을 것이다. 이것이 얼마만큼의 호소력을 갖는지는 미지수이지만, 다석 사상에 굳건히 기대어 하나의 텍스트를 온전히 재해석해냈다는 것은 그 시도만으로 참신하고, 또 높이 평가할만하다.
 
 







민중신학자 안병무 평전, 김남일 지음, 사계절 출판사
위대한 성자 프란체스코, 니코스 카찬차키스, 애플북스

마지막으로 살펴볼 두 권은 사계절에서 출간된 <민중신학자 안병무  평전>과 그리스의 위대한 소설가 카찬차키스의 <위대한 성자 프란체스코>다. 안병무 평전은 살림 신학자 평전 시리즈에서도 나왔고, 이번에 나온 평전도 그것을 많이 참고했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읽기에는 이번에 나온 평전이 훨씬 수월한 것 같다.

죽은지 10년이 넘었지만, 안병무는 여전히 '민중신학'의 신화적인 인물이고, 설령 인간적인 나약함을 지녔을 망정, 우리가 마땅히 본받아야 할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날 '민중신학'의 면면을 보면 그러한 '칭송'과 함께 그가 이룩한 공헌들과 동시에 그가 놓쳤거나 그의 실천적인 움직임 속에 발견되는 미진함 부분에 대해서 언급해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안병무 이상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칭송되고 있는 프란체스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둘은 모두 위대한 실천가지만, 당연하게도 둘은 '나약한 인간'이었고, 그러한 인간이 남긴 흔적은 우리에게 칭송할 권리만이 아닌 비판적으로 성찰해야할 의무를 남기고, 또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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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간/ 현대의 비판, 키르케고르 지음, 임춘감 옮김, 다산글방
2.키르케고르 평전, 월터 라우리 지음, 임춘갑 옮김 , 다산글방
3.지식과 신앙, 그리고 회의, 칼 뢰비트 지음, 임춘갑 옮김, 다산글방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키르케고르 선집과 그와 관련된 도서들의 출간이다. 탐탁치 않은 판매량과 거의 전무한 소식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펴내는 출판사의 '우직함'을 높이 평가할 수 밖에 없는데, 이왕이면 '재출간'이니만큼 번역을 좀 더 읽기 좋게 다듬었으면 하는 바램이다(<키르케고르 평전>은 사서 드문드문 읽고 있는데, 문장투가 상당히 어색하다.). 하지만 이러한 바램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일단은 책에 대한 구체적인 애정의 표현, '사서 읽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철학분야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철학 보다 더 19세기 이후의 신학에 키르케고르가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지식과 신앙, 그리고 회의>는 키르케고르의 저작들에 대한 보다 세밀한 독해를 가능하게끔 출간 된 듯 싶은데, 가장 관심있는 주제인 만큼 사서 읽어볼 예정이다.








4.기독교 문화관, 프란시스 쉐퍼 지음, 문석호 옮김, 크리스찬다이제스트
5.기독교 성경관, 프란시스 쉐퍼 지음, 문석호 옮김, 크리스찬다이제스트
6.기독교 영성관, 프란시스 쉐퍼 지음, 박문재 옮김, 크리스찬다이제스트
7.기독교 교회관, 프란시스 쉐퍼 지음, 박문재 옮김, 크리스찬다이제스트
8.기독교 서구관, 프란시스 쉐퍼 지음, 박문재 옮김, 크리스찬다이제스트


선집, 전집류가 재출된 것은 키르케고르 선집 만이 아니다. 아마도 80년대 이후 한국 개신교 복음주의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 중 한명일 프란시스 쉐퍼 전집 역시 재출간되었다. 추측컨데, 판형을 바꾸되 다른 변화를 준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아무튼 생명의 말씀사에서 이미 나온 전집을 다른 곳에서 또 다시 '전집'의 형태로 출간하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각광받는 이 인 것 같다. 프란시스 쉐퍼의 생애를 찾아보니 근본주의 계열로 포함되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의 학자들과 연결되는데, 그렇게 보면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의 신학이 한국 개신교계에 끼친 영향은 그야말로 지대하다. 그리고 그것은 상당히 스펙트럼이 넓은 복음주의 계열이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근본주의적 성향'을 더 강하게 띄는 경향의 원인이 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9.필로칼리아3, 성 니코디모스 지음, 엄성옥 옮김, 은성
키르케고르와 함께 8,9월에 출간된 '고전급' 저작은 성 니코디모스의 <필로칼리아 3>이다. 은성 출판사는 예전에 한 책을 읽고 실망한 기억이 있어서 잊고 있었지만, 금년에 (키르케고르의 저작들과 마찬가지로 거의 알려진바 없이) 출간된 책들의 면면을 보면 그런 기억은 잊어버리고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게 만든다. <필로칼리아>에 대한 선지식은 전무했는데,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동방 정교회 관련 저작이라고 되어 있다. 역사적 전통들과 그 흐름들에 대한 관심이 지극히 적은 한국 기독교계에서 동방 정교회 관련 자료, 특히 <필로칼리아> 같은 원데이터는 거의 출간되지 않는 법인데,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다. 틈나는대로 찾아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0.터닝 포인트, 마크 놀 지음, CUP
11.
이야기 교회사, 이성덕 지음, 살림
12.박윤선, 김영재 지음, 살림

13.미국 종교사, 류대영 지음, 청년사
 

역사 계열에서 눈에 띄는 책은 대략 4권이다. <터닝 포인트>는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이라는 저작으로 상당한 지명도를 얻었던 복음주의계열의 교회사가 마크 놀의 저작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복음주의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은 편인데, 마크 놀의 저작은 비교적 균형잡혀있는 축에 속한다. 2~3월 브리핑에서 언급했던 <기독교 인물 사상사전>처럼 학부대학생들이 주요한 교회사적 사건을 정리해서 익힐 때 보면 좋은 책이다.
<이야기 교회사>는 <기독교 역사와의 대화>를 번역한 이성덕이 썼는데, 이 책은 적어도 '실용적인 가치'에 있어서는 올해의 신학서적에 꼽힐만하다. 지은이가 번역한 <기독교 역사와의 대화>가 그렇듯이, 연대기 순이 아닌 특정한 주제를 정한 뒤에 그 주제의 역사적 전개를 서술하고 있는데, 한국교회의 실정을 최대한 감안하고 써서 신학도들 뿐 아니라 일반 신도들이 보더라도 매우 유익한 내용을 제공하는 책이다. 시도 만으로도 높이 평가해줄 만한 '살림 신학자 평전'시리즈에서 이번 8,9월 사이에 출간된 책은 박형룡과 더불어 개신교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박윤선의 평전인데, 교파의 제약, 혹은 압박 때문인지 '평전'이라기 보다는 사실상 '위인전'에 가깝다. 다시 계획되어 나오기 힘든 시리즈인 만큼 필자 선정에 아쉬움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다음 번에 나올 신학자는 바르트라는데 어떻게 다뤄질지 모르겠다.
<미국 종교사>는 그야 말로 미국 안에 있는 종교들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어 왔는지를 다룬 책인데, <이야기 교회사>만큼이나 유용한 책이다. 한국 개신교는 어쩔 수 없이 미국의 종교, 특히 개신교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을 띌 수 밖에 없고, 그것을 치우침없이 기술한 책은 매우 희귀하기 때문에, 이 책의 출간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14.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 레슬리 뉴비긴 지음, 홍병룡 옮김, IVP
15.아메리카, 파시즘 그리고 하느님 , 데이비슨 뢰어 지음 , 정연복 옮김, 샨티


그렇다면 현재 미국의 종교적 상황, 특히 기독교의 상황은 어떠한가? 이것에 대해 궁금하다면 참고할 만한 책이 <아메리카, 파시즘 그리고 하느님>이다. 지은이는 데이비슨 뢰어라는 목사인데, 유니테어리언 보편구제설 교회의 담임목사라는 것이 매우 이채롭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기독교 상황을 그가 어떻게 진단했냐는 것 보다는, 그의 유니테어리언적 사상이 그의 설교에 얼마나,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
살림 신학자 시리즈와 더불어 꾸준히 출간되는 신학서적 시리즈인 IVP 모던 클래식스 시리즈에서 8,9월 달에 출간한 책은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이다. IVP에서는 이 책 말고도 이른바 '세계관' 혹은 , 문화와 복음의 상관관계를 다룬 책들을 꽤나 많이 출간했는데, 문화와 복음을 사이에서 어떠한 활로를 모색하느냐가 복음주의자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 듯하다.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은 그러한 문제를 다룬 저작들에서 비교적 '고전'급으로 평가받는 책인듯 한데, 언제 읽게 될지는, 사실, 미지수다.








16.시편사색, 월터 부르그만 지음, 조호진 옮김, 솔로몬


성서신학계열에서 눈에 띄는 책은 월터 부르그만의 <시편사색>이다. 월터 부르그만은 이른바 '토지'의 관점에서 구약을 해석해 상당한 지명도를 획득한 신학자이다. 시편사색은 학적 텍스트라기보다는, 신앙적인 에세이인듯 한데, 기회가 되면 한번 '빌려' 읽을 참이다.








17.죽은 신을 위하여, 슬라보예 지젝 지음, 김정아 옮김, 길  
18.성스러운 테러 , 테리 이글턴 지음 , 서정은, 생각의 나무

기독교 서적외에 기독교적인 관심, 혹은 기독교와 연관되어 곱씹어 볼만한 책 중 눈여겨볼만한 책은 슬라보예 지젝의 <죽은 신을 위하여>와 <성스러운 테러>이다. 어느 모임에서 누군가 요즘 유럽에서 좌파들이 성서를 재해석하는 것이 일종의 붐이라고 말했는데, 두 책들은 그러한 경향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후자는 간접적이지만). <죽은 신을 위하여>는 책의 큰 얼개(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온갖 도착적 형태를 취하며 순응주의를 조장하는 지배 이데올로기로 작동하는 종교적 신념의 도착적 작동 양상을 폭로하고, 그 속에 가리워진 진정한 가치의 종교(특히 기독교)의 가치를 살리려한다는)만 본다면 지금 당장 구해 읽어야 할 책이라 할 수 있는데, 잠깐 훑어보니 논의를 진행하는 방식이 딱히 와닿지 않는다. 일단은 브리핑 목록에 올려두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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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상의 미술과 지상의 투쟁- 가톨릭개혁의 시각문화, 신준형 지음, 사회평론
첫번째 책은 신준형의 <천상의 미술과 지상의 투쟁>이다.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미술이 전개되어 나간 방향을 살핀 책인데, '종교투쟁의 시각체험을 글로 재현하고자'했다는 문제의식이 돋보인다. 종교개혁에서 예술 쪽, 특히 미술쪽으로 돋보였던 것은 가톨릭 쪽이므로 가톨릭 개혁의 시각문화를 살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개신교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을까. '성상 논쟁'에 접어들면서 개신교가 시각문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것(그리고 실제적으로 많은 문화재들을 파괴하기 까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것은 일차적인 관심사가 아니므로, 이 책을 비롯한 이 문제를 다룬 책들은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읽을 것 같다.  



2.신비와 저항, 도로테 죌레 지음, 정미현 옮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3.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 김진호, 백찬홍, 최형묵 지음, 평사리
4.정의와 평화가 입맞출 때까지 ,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지음, 홍병룡 옮김, IVP


조직신학 계열에서 눈에 띌만한 새책은 도로테 죌레의 <신비와 저항>이다. 저자 약력을 보니 2003년 별세했다고 나와있다. 2003년이라면 한창 학회 세미나에서 그녀의 <현대신학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토론을 벌이고 있었을 때인데, 별세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니 새삼 놀랐다. 어쨌든, 이 책은 그녀가 생애를 천천히 마무리하고 있을 즈음에 나온 저작으로서 이전의 저작들과는(물론 이것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읽은 책은 <현대신학의 패러다임>과 <고난>에 한정되어 있으므로) 조금 다른 뉘앙스를 띄고 있다. <현대신학의 패러다임>과 <고난>은 세계 공동체의 고난을 체감하고 그것의 변화를 추구하는(그리고 그 변화를 위해 기존의 신학들을 가혹할 정도로 비판하는)헌걸찬 해방신학자의 저작이지만, 이 책은 생의 끄트머리에서 '하나님'과 '나'의 관계의 '신비'를 체감하고, 그것의 역사적인 연원을 추적하는 한 신앙인의 노트에 가깝다. '해방신학자'로서의 정체성을 벗기는 실었는지, '저항'이라는 말을 제목에 넣었고, 그에 관련된 챕터들도 꽤 되지만, 여기서 '저항'의 의미는 경직된 도그마에 빠진 나머지 '하나님'과 '나'의 관계의 신비성을 '영지주의'나 이단으로 재단해버리는 기존 교회에 대한 '비판'에 가깝다. 어쨌든, 이 흐름도 기독교 사상사나 교회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고, 이 부분에 집중해서 탐구한 책들이 번역된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조금씩 읽고 있는 중이다.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는 한국 기독교의 보수주의의 기원과 역사, 그리고 현재를 다룬 책인데,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 적절하게 나온 책이다. 책의 양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다루려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개인적인 생각으로는 4부 좌담은 굳이 넣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양대부흥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개신교 내에서 나왔다는 점 그 자체 만으로도 이 책은 주목받을 가치가 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출 때까지>는 복음주의 계열의 고전적인 저작들을 펴내는 시리즈인 'IVP모던 클래식 시리즈' 세번째 책이다. IVP 시리즈에 대한 나의 관심은 '현재 개신교 주류가 개신교 안의 문제, 혹은 밖의 문제에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가'에 맞춰져 있고, 이 저작은 후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줄 것 같다. 사회문제를 다루면서 지은이가 종교개혁가들의 논의를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또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을 대폭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조금 이채롭다.









5.바울은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게리 윌스 지음, 김창락 옮김, 돋을새김
6.새 역사를 향한 순례, 김경호 지음, 평화나무
7.야훼 신앙의 맥 김경호 지음, 평화나무

성서신학 쪽에서 눈에 띄는 책은 게리 윌스의 <바울은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이다. 물론 게리 윌스의 책이 엄밀한 성서신학 텍스트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서문에 지은이는 자신의 책이 학문적 저작이라기보다는 체스터튼이나 엔도 슈사쿠의 신앙서적 계열에 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바울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성서에 근거해 뒤집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성서신학계열의 책'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책의 핵심은 기존의 성서신학자들이나 지식인들이 바울을 '예수의 생각을 (부정적으로든 긍정적으로든)왜곡한 이'로 보는 반면 게리 윌스는 바울이야말로 예수의 생각을 제대로 계승한 이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서신학을 전공한 이들도 한번쯤 곱씹어 볼만한 문제제기라 할 수 있는데, 성서신학을 전공한 우리교회 목사님이 2주 연속으로 이 책을 인용하는 것을 보면 꽤나 논리정연하게 서술하지 않았나 짐작해본다.

<새 역사를 향한 순례>, <야훼 신앙의 맥>은 김경호 목사의 9권으로 기획된 '생명과 평화의 눈으로 읽는 성서 시리즈' 중 구약의 일부분을 다룬 책이다. 한동안 진보적인 신학생들의 교과서였던 <함께 읽는 성서>시리즈의 확대개정판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전작보다 교인들의 '성서공부'를 배려한 것이 눈에 띈다. 90년대 이후로 조금은 엉거주춤해보이는 민중신학의 관점을 오롯이 지켜낸채 성서를 전면적으로 해석한다는 것도 주목할만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스라엘 역사에 대한 지식과 성서해석, 그리고 사회적 실천을 염두해둔 균형잡힌 '성서공부용 책'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8.사람을 찾는 하느님, 아브라함 J.헤셸 지음, 이현주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9.사랑에 대하여, 칼 구스타프 융 지음, 마리안느 쉬스 엮음, 한오수 옮김, 솔출판사
 <사람찾는 하느님>은 뒤늦게 출간이 된 사실을 안 책이다(일하는 곳 프로그램에 등록이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왔다는 것을 몰랐다니!). 출판사 페이지의 소개글을 보니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와 같은 계열의 책이라고 하는데, 목차를 확인해보니 한 책을 두 개로 나누어서 번역한 것 같다. 주로 유대교의 하느님 이해, 그리고 인간 이해와 같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유대교의 신인식과 인간인식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 그리하여 구약적 세계관의 특징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만한 책인 것 같다. 그나저나 아브라함 헤셸의 책은 올해에만 3권이 출간되었다(<사람을 찾는 하느님>과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는 재출간). <안식>이 많이 팔렸나보다.

마지막 책은 융의 사랑에 관한 아포리즘인 <사랑에 대하여>이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다분히 지금 번역하고 있는 틸리히의 <사랑, 정의, 힘> 영향이 크다. 틸리히는 <사랑...>에서 지속적으로 심리학적인 논의들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 중에 이 책도 속해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았기 때문이다. 설령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심리학의 대가, 게다가 다분히 종교적이고 기독교에 호의적인 사람으로 평가받는 융이 '사랑'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서술해놨는지 조금 궁금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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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RAM 2007-08-12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훼 신앙의 맥이라는 책을 찾다가 방문해 봤습니다. 누군가가 이런 기독교 관련 서평을 깊이있게, 꾸준히 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활약 부탁드려요

Viator 2007-08-1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BARAM/서평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브리핑,'간단한 보고나 설명'으로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깊이있는 안내'는 힘들겠지만, 꾸준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