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복음, 김창락, 김진호 등 지음, 산책자
추락하는 한국교회, 이상성 지음, 인물과사상사
정치교회, 김지방 지음, 교양인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 , 정숙희 지음, 홍성사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일어난지도 어느새 4개월이 흘렀다. 한국 개신교 역사에서 있어 일종의 '분수령'이 될만한 사건이라 할 수도 있는데, 4개월이 지난 지금 그에 대한 논의들은 '말만 무성한채'(혹은 그 말들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적은 성찰들만을 남긴채) 어느새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무례한 복음>은 이러한 시점에서 나온 책, 그것도 '선교'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비판적인 논의를 한 '거의'(내가 행여나 출간된 책을 놓쳤을 확률도 있으므로)유일한 저작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에 이은 제3시대 그리스도연구소 공동연구작업물이라는 점이라는 점도 주목할만 한데, 현재 한국 개신교계에서 주요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그것을 곱씹으면서 일정한 성과물을 내놓는 유일한 집단이라는 것은 부분적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고, 부분적으로는 서글픈 일이다.

<추락하는 한국교회>는 한 신학자가 한국 개신교회의 문제점들을 낱낱이 들추어내어, 그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모아놓은 책이다. (머지 않아 서평에서 다루겠지만) 교파와 학문이 얽혀있고, 그것이 일종의 '보이지 않는 눈'이 되어 학자들의 발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현상황에서 집단이 아닌 한 신학자가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만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개신교회에 대한 충분한 관찰과 숙고가 이루어진 뒤에 나온 것인지, 개신교에 대한 많은 이들의 '비판적인 시선'을 넘어서는 통찰을 보여주었는지는 따로 생각해 볼 일이다.

<정치교회>와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는 평신도가 쓴 한국 개신교회의 면면들에 대한 관찰을 담은 글이다. 전자는 한국개신교회의 정치참여에 관한 관찰과 견해를 담았고, 후자는 미국에 진출해있는 한국개신교회의 면면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평신도로서의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 전자의 문제는 이런저런 책들에서 부분적으로 다루어졌으니,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닌데, 후자는 '미국안의 한국교회'라는 상당히 독특한 상황을 담고 있다는 점,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 (비교적 보수적인 신앙관을 갖고 있는)'평신도'가 '상식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출간된지 얼마되지 않아 일독했는데, 칼럼집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논외로 치면, 한국의 신학자들을 포함한 개신교 담론 일반이 알면서도 '태연스레 모른 척하는' 핵심적인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고 본다. 꽤나 많은 정보들을 모아놓은 <정치교회>와 함께 읽으면 많은 생각꺼리를 갖게되지 않을까 싶다.









도킨스의 신, 알리스터 맥그라스 지음, 김태완 옮김, SFC출판부
예수의 정치학, 존 하워드 요더 지음, 신원하,권연경 옮김, IVP
톰라이트와 함께 하는 기독교 여행, 톰 라이트 지음, IVP
십계명 , 스탠리 하우어워스, 윌리엄 윌리몬 지음, 강봉재 옮김, 복있는 사람

복음주의권에서 출간된 책 중 주목할 만한 책은 4권 정도이다. 우선은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대응하여 나온 책인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도킨스의 신>이라는 책. 보통 <만들어진 신>과 같은 이른바 '반기독교 서적'에 대해서 학자들이 대놓고 '대응'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알리스터 맥그라스와 같은 복음주의권의 핵심적인 학자가 이러한 책을 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현재 서구사회에서 도킨스가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거나, 적어도 서구 복음주의권에 <만들어진 신>이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는 것을 보여준다. 폴킹혼과 더불어 과학자 출신 신학자인만큼 <만들어진 신>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 말고도 신학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신학과 과학의 관계'에 대해서도 몇 가지 참고할 만한 견해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도킨스의 논의들이나, 그에 대한 대응들에 큰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당장 공부해야 할 것도 아니다. 나는 여전히 기독교의 유산을 충분히 숙고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선적인 관심은 이러한 유산들을 지금, 이곳에서 검토하고 있는 저작들에 가 있다. <예수의 정치학>과 <십계명>은 그러한 책들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예수의 정치학>은 영미권에서 20세기 후반기(는 아마도 라인홀드 니버 이후를 뜻하는 듯하다.)에 가장 중요한 개신교 윤리학자로 평가되는 존 하워드 요더의 대표작인데, 그가 재세례파라는 점, 그리고 바르트의 제자라는 점이 이채롭다. 마찬가지로 바르트의 제자인 골비처의 <자본주의 혁명>의 '신학적인 부분'과 크게 다를꺼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다른 정황들과 살펴보면 여러 곱씹을 거리를 줄 책이라는 짐작은 든다. <십계명>은 요더의 노선을 계승하고 있는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저작인데, 요더의 관점을 받아들여 기독교의 윤리적 행동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인 원천들을 재해석하는 작업물(주기도문에 대한 해석인 <주여, 기도를 가르쳐 주소서> 역시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중 하나이다. 현재 한국 개신교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타개하는 대안들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역사비판적 해석에 대한 터부가 심한 현상황에서는 그러한 해석을 하지 않아도 지금, 이자리에서 조금씩 실천하게끔 인도해주는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십계명>은 그러한 시도에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급 신약학자인 톰 라이트의 <톰라이트와 함께 하는 기독교 여행>은 <예수의 정치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독교가 갖는 기본적인 가치들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원제를 보면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를 다분히 의식하고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의식하면 어떠랴. 교회에 다니는 많은 이들은 기독교의 기본적인 가치들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무관심 하거나, 아니면 너무나 쉽게 외면하려든다. 신학자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신자들을 향하여 눈을 돌려 '알아야 할 것'에 대해 말할 의무가 있고, 톰 라이트는 그것을 했다. <순전한 기독교>가 조금은 낡은 느낌이 든다면 이 책을 집어들어 읽어보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신비 신학, 윌리엄 존스턴 지음, 이봉우 옮김, 분도 출판사

가톨릭계로 시선을 돌려 보면 오랫만에 사목총서시리즈에서 출간된 <신비 신학>이 눈에 들어온다. 개신교계에서 영성,영성 하지만 아무래도 가톨릭 안에서 형성된 신비주의적 전통에 비하면 그 수준과 깊이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 이 책은 신비주의의 기원과 더불어 그 형성을 살펴볼 뿐 아니라 현대에서 신비신학이 갖는 실천적, 학문적 함의 까지를 그야말로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누군가 구태여 '영성'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신약성경신학, 칼 헤르만 쉘클레 지음, 조규만 옮김, 가톨릭출판사
수사비평: 역사 방법론 요나서 , 필리스 트리블 지음, 유연희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잃어버린 예수, 박영호 지음, 교양인


성서신학에서 볼만한 책은 세권 정도. 첫번째는 칼 헤르만 쉘클레의 <신약성경신학>인데, 근래에는 좀처럼 하지 않는 신약을 통째로 꿰는 시도를 한 저작이라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필리스 트리블의 <수사비평>은 그녀의 특유의 방법론이 잘 드러난 저작이라 할 수 있는데, 여성신학과 문학비평을 결합한 그녀의 시각을 통해 요나서를 본다면 어떨지 궁금하다(하지만 내가 이런 저작을 제대로 읽으려면 조금은 많은 시일이 지난 후에나 가능할 듯 싶다.). 세번째 책은 박영호의 <잃어버린 예수>, 잠시 훑어본 바로는 이 책이 갖는 중요한 점은 '잃어버린 예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부제에서 암시했듯 '다석사상으로 다시 읽는'다는 것이다. 바울과 예수의 연속성은 신약학에서도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이므로, 여기서는 다룰 수 없지만, 요한복음을 통해서 '예수가 진정으로 의도했던 것'을 찾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신약성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지은이가 모르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지은이는 다석 사상과 예수의 연결고리가 '요한복음'에서 가장 명확하게 발견된다고 판단했고, 다석의 언어로 요한복음을 다시 읽어냈을 것이다. 이것이 얼마만큼의 호소력을 갖는지는 미지수이지만, 다석 사상에 굳건히 기대어 하나의 텍스트를 온전히 재해석해냈다는 것은 그 시도만으로 참신하고, 또 높이 평가할만하다.
 
 







민중신학자 안병무 평전, 김남일 지음, 사계절 출판사
위대한 성자 프란체스코, 니코스 카찬차키스, 애플북스

마지막으로 살펴볼 두 권은 사계절에서 출간된 <민중신학자 안병무  평전>과 그리스의 위대한 소설가 카찬차키스의 <위대한 성자 프란체스코>다. 안병무 평전은 살림 신학자 평전 시리즈에서도 나왔고, 이번에 나온 평전도 그것을 많이 참고했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읽기에는 이번에 나온 평전이 훨씬 수월한 것 같다.

죽은지 10년이 넘었지만, 안병무는 여전히 '민중신학'의 신화적인 인물이고, 설령 인간적인 나약함을 지녔을 망정, 우리가 마땅히 본받아야 할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날 '민중신학'의 면면을 보면 그러한 '칭송'과 함께 그가 이룩한 공헌들과 동시에 그가 놓쳤거나 그의 실천적인 움직임 속에 발견되는 미진함 부분에 대해서 언급해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안병무 이상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칭송되고 있는 프란체스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둘은 모두 위대한 실천가지만, 당연하게도 둘은 '나약한 인간'이었고, 그러한 인간이 남긴 흔적은 우리에게 칭송할 권리만이 아닌 비판적으로 성찰해야할 의무를 남기고, 또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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