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이 莊子의 ‘나비의 꿈’을 술술~


플라톤이 들려주는 이데아 이야기
서정욱 지음 | 자음과모음 | 128쪽 | 9700원
작은 철학자(전54권) 김진락 등 글 | 이담 등 그림 | 바라미디어 | 58만원


주인공 소녀 ‘설록홈’은 친구 ‘류팡’과 함께 ‘철학수사대’를 만든다. ‘이데아의 유령’에게서 “정의(正義)가 무엇인지 찾아 봐라”는 정체불명의 이메일을 받은 뒤 이데아의 세계로 떠난다. ‘동굴의 방’에 들어가 눈에 보이는 것들이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을 만나 이데아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지저귀는 새, 아름다운 풍경, 맛있는 빵….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모두 가짜야! 캄캄한 이데아의 세계에선 선(善)의 불빛이 있어야 진짜가 보이는 거지.” ‘지혜·용기·절제를 갖춘 사람들의 나라가 정의로운 사회’라는 이상국가론(理想國家論)도 알게 된다.

‘플라톤이 들려주는 이데아 이야기’는 분명 초등학생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100쪽 남짓한 책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어가는 동안 이데아·정의·이상국가라는 플라톤 철학의 정수를 쉽게 맛볼 수 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 책이 모두 100권으로 이뤄진 시리즈의 첫 번째라는 점. 내년까지 완간되는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는 한 권에 동서양의 철학자 한 명씩, 모두 100명의 핵심 사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이하는 시리즈다. 원효·이황·이이·정약용 등 한국편 20권, 공자·맹자·주희·왕수인·마오쩌둥 등 동양편 20권, 소크라테스·데카르트·칸트·헤겔·마르크스·니체·그람시·하이데거·푸코·들뢰즈 등 서양편 60권으로 구성됐다. 강영계(건국대)·김선욱(숭실대)·최영진(성균관대) 교수 등 강단 철학자들이 정색하고 쓴 어린이 책이다.


모두 120권으로 계획돼 1차분 54권이 출간된 ‘작은 철학자’ 시리즈는 아예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철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에스키모 설화를 바탕으로 꾸며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커’를 보자. 반짝이는 별보다 달이 더 밝고, 그 달빛은 호수가 모두 안고 있다. 호수는 생쥐의 눈망울 속에 들어 있고, 그 생쥐는 부엉이의 먹이가 되는데 이 부엉이가 아무리 날아도 끝없는 하늘 위의 수많은 별들로 다가설 수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먹이사슬과 무한한 우주, 순환론으로 생각의 나래를 펼치는 것.

그림에는 송영방, 김을, 안드레아 페키아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합류했다. 이미 지난 4월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호평받아 프랑스 바이야르 등 외국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아직 낱권으로 팔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이다.

청소년이 아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철학도서 시리즈의 출간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 전문가들은 모든 학문의 근원인 철학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과 지혜를 키워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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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읽는 한국 전래동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코리아
주민주 지음|온누리|56쪽|1만원


서울 외국어학교 12학년 학생이 한국 전래동화 다섯 편을 영어로 번역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인 저자는 영어 소설 ‘작은 아씨들’의 한국어판을 읽을 때 가장 쉽게 우리말을 익힐 수 있었다고 한다. 영어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다.

“Long ago, there was a tiger who lived deep in the mountains. (옛날에 산 속 깊은 곳에 사는 호랑이가 있었습니다.)” “The mother frog was always sad because her son never listened to her.(엄마 청개구리는 아들 청개구리가 말을 듣지 않아서 늘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국과 미국 문화를 둘 다 접해 본 10대가 구어체 영어로 ‘곶감과 호랑이’ ‘청개구리 이야기’ 등을 읊는다. 어린이들에게 딱딱한 교과서 문장을 달달 외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영어공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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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안에 들어가면 이상한 나라로 슝~


나니아 연대기
C.S 루이스 지음|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1080쪽|3만2000원


 
흥미로운 모험담을 통해 ‘선(善)과 용기’가 중요하다는 성서적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전하는 책이다. 판타지 소설 연작 ‘나니아’ 모험담 일곱 편을 연대순으로 엮었다. 나니아는 선택받은 동물이 말을 하면서 사람과 더불어 사는 평화로운 땅. 마법사인 삼촌 때문에 이곳으로 이끌린 디고리는 그 땅에서 엄마의 병을 낫게 해 줄 사과를 얻어오고, 그 사과의 씨앗은 ‘마법의 옷장’이 될 나무로 자란다.

다음 편부터 등장하는 아이들은 옷장 안에 들어가는 순간 나니아에 발을 디디게 된다. 아이들이 나니아를 들락거리면서 겪는 모험, 나니아의 멸망 과정을 통해 정의로운 마음, 믿음, 용기가 있어야 위험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두꺼운 책이지만 긴장이 흐르고 재미가 있어 어린이들이 읽기 어렵지 않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12월 중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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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지금 하세요, 원한다면…


▲ 박종성 서원대학교 교수·정치학과
‘맹자’와 ‘순자’의 꾸준한 복습은 어림없는 일이었습니다. 누가 더 옳은지 가르쳐주실 줄 알았던 선생님들도 더는 말씀이 없으셨지요. 웃다가도 돌아서면 악마가 되고 죽이려 들다가도 살갑게 다시 붙는 것이 사람인 줄 알게 된 건 되레 책 밖에서였습니다. 답이 하나인 줄만 아는 비릿한 청춘의 겉껍질도 세상과 책가방 사이에서 닳다 보면 별 수 없이 깨지나 봅니다.

여태 모를 이치는 그래도 남녀의 일입니다. 조지훈은 ‘사모’란 시를 쓰다가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이라고 느닷없어집니다. 난마 같은 남녀 사이도 이처럼 쾌도 한번으로 정리하는 걸 딴 데서 본 적 있으십니까. 정말 둘 중 하나뿐이었다면 세상은 진작 엉망이었겠지요. 분홍 넘쳐 선홍, 잿빛 겨워 글루미 에브리데이.

그다지도 매력적인지 한사코 하나를 고집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마키아벨리는 묻습니다. ‘군주론’에서. “사랑 받는 존재가 될 것인가, 아니면 두려운 존재가 될 것인가.” 인간은 본시 은혜를 모르고 변덕이 심하며 제 몸만 아끼는 속물이라고 얘기했던 그였지요. 두려운 자보다 사랑하는 자를 더 쉽게 배반한다고 말하는 데도 서슴없었습니다. 정 따윌랑 가차없이 끊어 버릴 수 있는 동물의 이름은 ‘사람’이라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함정을 알아차리려면 여우여야 하고 늑대를 혼내주려면 사자여야 한다”던 그 말. 오죽하면 그랬을까요. 반도의 통일은 지리멸렬하고 정치 또한 엉망이던 500년 전 이탈리아가 그의 눈엔 징그러웠던 모양입니다. 우리요? ‘대통령’과 ‘군주’를 어찌 나란히 견주겠습니까. 당치 않습니다. 철자부터 틀린 걸요.

저자의 독한 경고는 이어집니다. “어떻든 인민들에게 미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 미움을 사는 건 군주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랍니다. 까만 옛날 얘기니 이것도 별 볼 일없는 말일까요. 그런데 어찌합니까. ‘두려운 권력’이길 포기한 지도자가 ‘가없는 미움’ 마저 한 몸에 받는다면.

나뭇잎들이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 떨어질 순 없지요. 자연의 이치인 걸요. 필까 말까 망설이며 그 아래서 담뱃갑 만지작거리고 있는 여러분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압니다. 어른 되기 무지 힘들다는 거. 하지만 군주는 못 돼도 지도자야 어디 도망갈 역할이겠습니까. 무너질망정 폼 나게 허물어져야죠. 세월 빨리 안 간다구요. 오지 말라 몸부림쳐도 그 날은 옵니다. 그것도 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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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만델라도 평범한 인간이었다


20세기를 만든 사람들(전 12권)
사이먼 애덤스 등 지음|김석희 옮김|어린이작가정신
각 권 116~144쪽|각 권 8500원


역사를 만드는 건 언제나 위인(偉人), 성인(聖人)들이 아니다. 인류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 희대의 악인 또한 역사의 물줄기를 뒤바꿀 뿐 아니라, 그 이름을 남긴다.

마하트마 간디에서 시작해 쿠바의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로 완간된 시리즈 ‘20세기를 만든 사람들’은 이 같은 전제에서 출발한 의미 있는 전기물이다. 역사 속 인물을 무조건 미화시키거나 사실보다는 감성으로 접근하는 기존 상투적인 위인전들과는 거리가 멀다.

세심한 관찰, 꼼꼼한 기록, 이제껏 보지 못했던 풍부한 사진들로 어린이들로 하여금 세계와 역사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처음부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범접 못할 위인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도 이 시리즈의 미덕이다.

성인으로 추앙받는 간디 역시 끊이지 않는 선택의 순간에서 갈등했던 평범한 인간이었으며,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어머니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마더 테레사는 고집 센 성격 때문에 껄끄러워하는 사람도 많았단다.


시리즈는 또 20세기 역사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히틀러와 루스벨트, 처칠을 통해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20세기 최대의 재앙을 보여주고, 만델라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투쟁을 통해서는 인권운동의 역사를 증언한다. 프로이트와 아인슈타인도 각별하다. 20세기에 이뤄진 인간의 정신과 과학의 진보를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권마다 특유의 생동감이 넘치는 이유는 사진 덕분이다. 무명천을 걸치고 군중과 함께 행진하는 간디의 ‘소금행진’ 장면을 비롯해 게릴라전을 펼치는 피델 카스트로, 흥분한 여성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는 히틀러, 안네 프랑크의 단란했던 가족사진, 덩치 큰 백인 경찰에게 체포되는 킹 목사 등 역사적 현장을 포착한 수많은 사진들은 역사 속 인물을 눈앞으로 불러낸 듯 기묘한 감동을 자아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나 쿠바의 최고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처럼 아직 생존해 있는 인물들에 대해선 가족이 함께 토론의 주제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엄정한 사실을 토대로 했으되, 마치 소설을 읽는 듯 극적인 효과를 적절히 가미한 글쓰기로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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