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만델라도 평범한 인간이었다


20세기를 만든 사람들(전 12권)
사이먼 애덤스 등 지음|김석희 옮김|어린이작가정신
각 권 116~144쪽|각 권 8500원


역사를 만드는 건 언제나 위인(偉人), 성인(聖人)들이 아니다. 인류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 희대의 악인 또한 역사의 물줄기를 뒤바꿀 뿐 아니라, 그 이름을 남긴다.

마하트마 간디에서 시작해 쿠바의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로 완간된 시리즈 ‘20세기를 만든 사람들’은 이 같은 전제에서 출발한 의미 있는 전기물이다. 역사 속 인물을 무조건 미화시키거나 사실보다는 감성으로 접근하는 기존 상투적인 위인전들과는 거리가 멀다.

세심한 관찰, 꼼꼼한 기록, 이제껏 보지 못했던 풍부한 사진들로 어린이들로 하여금 세계와 역사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처음부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범접 못할 위인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도 이 시리즈의 미덕이다.

성인으로 추앙받는 간디 역시 끊이지 않는 선택의 순간에서 갈등했던 평범한 인간이었으며,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어머니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마더 테레사는 고집 센 성격 때문에 껄끄러워하는 사람도 많았단다.


시리즈는 또 20세기 역사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히틀러와 루스벨트, 처칠을 통해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20세기 최대의 재앙을 보여주고, 만델라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투쟁을 통해서는 인권운동의 역사를 증언한다. 프로이트와 아인슈타인도 각별하다. 20세기에 이뤄진 인간의 정신과 과학의 진보를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권마다 특유의 생동감이 넘치는 이유는 사진 덕분이다. 무명천을 걸치고 군중과 함께 행진하는 간디의 ‘소금행진’ 장면을 비롯해 게릴라전을 펼치는 피델 카스트로, 흥분한 여성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는 히틀러, 안네 프랑크의 단란했던 가족사진, 덩치 큰 백인 경찰에게 체포되는 킹 목사 등 역사적 현장을 포착한 수많은 사진들은 역사 속 인물을 눈앞으로 불러낸 듯 기묘한 감동을 자아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나 쿠바의 최고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처럼 아직 생존해 있는 인물들에 대해선 가족이 함께 토론의 주제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엄정한 사실을 토대로 했으되, 마치 소설을 읽는 듯 극적인 효과를 적절히 가미한 글쓰기로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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