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정석 - 합격 면접 대비부터 입사·적응하기, 퇴직 후 미래 설계까지
임영미 지음 / 라온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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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가 높은 책은 아니지만, 솔직하고 담백하다. 공무원에 대한 환상을 벗겨준다. 좋은 대학에 가면, 공무원이 되면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제약에도 공무원을 할 사람은 직업정신을 가지고 덤벼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평판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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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맥주 여행 - 맥주에 취한 세계사
백경학 지음 / 글항아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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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알면 더 사랑스럽다. 신문칼럼을 기본으로 해서인지 흥미를 자극하지만 깊지 않다. 맥주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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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일 - 경험하고 공감하고 함께하는
장인성 지음, 김규림 그림 / 북스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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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마케터는 어떤 사람일까? 저자의 답은 간단하다. ‘일 잘하는 사람’이 마케팅도 잘한다고. 그렇다면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사소한 것도 더 나아지도록 고민할 뿐만 아니라 ‘왜’라고 물어보고 고민한 다음에 일에 달려드는 사람이다. 회사는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므로, 일 잘하는 사람은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해가 안 돼’, ‘원래 그래’라는 말은 소통과 발전의 문을 닫는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틀리다’라고 말하기보다 ‘다르다’라고 말한다.

 

  ‘이해가 안 돼’라는 말이 ‘이해력’을 망칩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일이 직업인 마케터에게는 나쁜 표현입니다. 생각을 제한하는 말들은 이것 말고도 더 있습니다. ‘원래 그렇다’는 표현은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개선하려는 의지를 꺾고, ‘당연하다’는 표현은 이야기의 진행을 막습니다. ‘원래 그렇다’는 ‘지금까지 그래왔다’로, ‘당연하다’는 ‘다른 대안은 생각해보지 못했다’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 좋은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_ 57쪽

  또한, ‘설득’은 이해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절반은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내 입장을 관철하는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 때문인지 찾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것이 낫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고, 과정상 잘못하지 않았어도 결과가 잘못될 수 있는 것이 ‘일’이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 없고 잘못한 게 없어도 일은 종종 잘못됩니다. 특별히 잘한 게 없는데, 운 좋아서 성공하기도 하는 것처럼, 아무런 잘못 없이도 잘못될 수 있는 것이 보통 사람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이 잘못되면 누구 잘못인지부터 찾아 따지게 됩니다. 내가 잘못한 게 없다면 다른 누군가의 잘못이 분명하니 그 사람을 찾아 나섭니다. 너의 잘못이 아니냐며. 내 잘못이 아니라고 방어하고, 타인에게서 잘못을 찾는 데 모든 에너지를 써버립니다. 자꾸 뒤를, 과거를 캐는 거예요. 그렇게 해도 해결되는 건 없죠. 애초에 아무의 잘못도 아니니까요. 억울한 일이 생기면,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까’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_ 175~176쪽

  저자가 말한 대로 일을 잘해서, 팀장이 되고 조직장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 물음에도 답한다. 리더는 팀원들이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잘해야 한다. 그리고 팀원들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 하는지 적절히 파악해서 그들에게 적합한 일을 맡겨야 한다. 그리고 리더가 사사건건 챙기기보다는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다가 결과가 잘못된다 하더라도 팀원이 아닌 리더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벤처기업이나 소규모 역동적인 조직에서는 어울리겠지만, 대기업이나 공공 조직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일’ 잘하는 법은 그 조직의 규모나 성격을 떠나 어디서든 비슷하다고 본다. 언어 사용에 대한 고민 등 유용한 조언도 많았다. 하지만 저자가 겪은 세계보다 우리가 아는 세상은 더 답답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공자님 말씀을 들은 느낌이랄까. 실제 조직 생활을 해보면, 팀장들 사이의 사적인 감정 때문에 작은 업무협조마저도 거부하는 경우를 만난다. 일은 잘하지 못해도 화려한 처세술로 윗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사람도 있다. 어떠한 논리와 설득도 통하지 않는 막무가내도 많다. 불행히도 이런 사람들은 위로 올라갈수록 많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저자의 조언이 통할까? 우리만 이상한 사람들을 만난 건지, 아니면 우리의 인격이 덜 닦인 건지 모르겠다.

 

  저자의 말대로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인성과 열정을 두루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이라면 문제는 간단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동료나 조직장과 일하게 된다면? 저자가 언급한 답은 간단하다. ‘도망가세요.’ 도망간 곳도 마찬가지라면? 저자는 다시 답한다. ‘동료들을 우선 믿어주고 사랑해보세요’, ‘나부터 소중한 동료가 되어 보세요’ ‘동료나 리더로 인해 일이 잘못되었더라도, 발본색원하지 말고 일을 잘 수습해보세요.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한다. 왜 착한 사람은 항상 피해를 보는가? 경험칙에 의하면 이런 사람들이 조직의 궂은일은 다 하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지는 못한다.

 

  요즘 드는 고민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일 잘하는 사람이 과연 좋은 것인가? 삐딱하고 성질이 더러워야 그 앞에서 조심하고, 일 못 해야 일을 안 맡기는 것이 현실인데도? 건강한 리더와 모범적인 조직은 너무나도 드물지 않은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 못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터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싸워나가는 방법을 알고 싶다. 손자병법인 줄 알았는데, 공자님 말씀을 들은 느낌이다. 공자의 가르침은 궁극적으로 옳지만, 그 결실을 취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도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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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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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이라는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어떨까? 이 책을 통해 얻은 결론은, “재밌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알쓸신잡에서 익히 봐왔던 대로 문장을 짧게 짧게 잘 구사하고, 비유가 좋다. 중간 중간 이해를 돕는 사진과 그림자료도 덧붙여져 속도감 있게 읽힌다. 물론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위치에너지를 구해 진시황과 파라오의 권력을 비교하는 엉뚱함과 진지함은 재미있다. 한편, ‘괴베클리 테페를 근거로 건축이 농업보다도 먼저 시작된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라고 주장할 때는 건축학도의 자신감이, 동학혁명은 실패했지만 6월 항쟁은 성공한 이유를 온돌과 보일러의 차이로 설명할 때는 건축이라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워낙 입담이 좋아 위화감은 없다. 건축이라는 게 그만큼 우리 삶에 중요한 요소이고, 건축을 통해 역사, 경제, 사회, 문화를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힐 뿐이다.

 

   나는 어릴 때 서울의 서쪽 끄트머리에서 살았는데, 대학생이 될 때쯤 재개발 바람이 불더니 아파트가 군데군데 들어섰다. 그런데 새로 생긴 아파트들이 단지를 빙 둘러서 담을 쌓아놓는 바람에 그동안 편하게 오갔던 골목길이 다 사라져버렸다. 아파트 주민이 아닌 죄로 담벼락을 빙둘러 돌아갈 때의 분노와 슬픔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등하교길과 함께 어린 시절 추억을 모두 빼앗겨버린 느낌이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건축물의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일텐데,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이렇듯 폐쇄적이다. 주민의 안전을 이유로 벌어지는 만행이다.

 

   주변과 이야기하지 않는 건축, 획일화 된 건축은 아파트 뿐만이 아니다. 학교 등 공공건축물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한 신문 칼럼에서 학교를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교도소를 지을 때보다도 덜 들어간다고 비판했다. 이 책에서는 더 나아가 우리나라 학교건축은 교도소나 연병장과 막사의 구성과 비슷하다고 비판한다. 하긴 말이야 바른 말이지, 신도시에 새로 지어지는 학교조차도 여전히 내가 다니던 6~70년대 지어진 학교와 똑같은 모습으로 지어지고 있다. 저자는 이런 건물에서 자란 아이들은 폭력성과 획일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건축결정론이 될 수 있어 경계해야하지만, 사실 맞는 말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획일화되고 전체주의적인 사회구조가 바뀌기 위해서는 우리 건축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건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이런 시설에서 12년을 보낸다면 그 아이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될까? 똑같은 옷, 똑같은 식판, 똑같은 음식, 똑같은 교실에 익숙한 채로 자라다 보니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왕따를 시킨다. 이런 공간에서 자라난 사람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평생 양계장에서 키워 놓고는 닭을 어느 날 갑자기 닭장에서 꺼내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아 보라고 한다면 어떻겠는가? 양계장 같은 학교에서 12년 동안 커 온 아이들에게 졸업한 다음에 창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닭으로 키우고 독수리처럼 날라고 하는 격이다. 대형 학교 건물 안의 똑같은 교실, 숫자만 다른 3학년 4반에서 커 온 아이들은 대형 아파트의 304호에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그런 곳에서 살다가 나중에 똑같은 납골당에 나란히 안치될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전체주의적인 공간에서 지내게 된다. 이런 곳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대기업과 공무원과 대형 쇼핑몰을 더 편안하게 생각한다. 지금의 학교 건축은 다양성을 두려워하는 어른을 양산해 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건축의 변화가 시급하다.

_ 28~29

   언제부턴가 사는 곳은 돈벌이의 대상이 되어 사는 것이 되어버렸다. 이미 하나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부동산 만큼은 절대 손해보지 않는 투자라고들 한다. 며칠 전에 발표된 주택정책을 두고도 논란이 뜨겁다. 회의주의자들은 무엇으로도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다른 누군가는 수요가 많아서 그러니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한다. 집값 상승을 막으려는 강한 정책은 어리석은 자들의 만용으로 비춰져 비판의 대상이 된다. 반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무능한 집단이라고 다시 비판을 받는다. 어떤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이 문제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곳이라고 재인식하게 되는 데서 시작해야 된다고 믿는다.

 

   정치는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을 반영하고, 건축도 그 국민의 가치관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좋은 건축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그래서 건축가만 좋은 생각을 해서 바뀔 수가 없다고 한다. 시민 대다수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자본가, 시공자, 허가권을 가진 관리,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생각이 바뀌어서 이것이 시대정신이 되어야 한다. 개발이익만 생각하는 천박함으로는 좋은 도시를 얻을 수 없다. 주변환경과 소통하고, 이웃과 교류하는 다양한 형태의 건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도시의 모습을 바꾸고,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이 더 행복해진다. 어린 시절 꾸었던 꿈을 기억해보자. 마당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1층은 엄마 주고, 2층은 동생 주고, 3층에 와이프랑 애기랑 살고 싶다는 꿈들. 집값과 땅값에 혀를 내두르며 잊히고 말았던 그 소박한 꿈들을 낡은 일기장 속에써 꺼내볼 때다.

  

제대로 설계된 공간은 갈등을 줄이고 그 안의 사람들을 더 화목하게 하고, 건물 안의 사람과 건물 주변의 사람 사이도 화목하게 하고, 사람과 자연 사이도 더 화목하게 한다. 좋은 건축은 화목하게 하는 건축이다. 물론 건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갈등을 조금이라도 더 해소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이 세상에는 화목하게 만드는 건축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건축은 건축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될 수 있다. 세상을 더 화목하게 하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건축을 조금씩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제대로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_ 370쪽

 

   끝으로, 아쉬운 점은 책이 덜 정돈된 느낌이라는 것이다. 책의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체계가 없는 것 같다. 이 것도 의도된 바라면 할 말이 없지만, 체계가 없어서 동어반복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장과 장 사이가 아예 독립적이라면 상관 없지만, 서로 연결되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순서가 엉켜 있어서 아쉽다. 예컨대 12공간의 발견이나 8위기와 발명이 만든 도시는 공간과 도시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와 관련된 부분이므로 앞으로 오고, 나머지 부분은 2, 5, 6, 7, 11장과 같은 에피소드와 1, 3, 4, 9, 10장 같은 우리나라 건축에 관한 통찰 및 제언 같은 부분으로 구분하여 재배치한 후 내용을 정돈하는 게 낫지 않았나 싶다. 물론, 아쉬운 점일 뿐 의미있고 재미있는 좋은 책이라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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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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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정하고 있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시리즈의 새 책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예약주문을 했다. 손꼽고 기다리다가 책을 받았는데 서문을 읽자마자 실망하고 말았다. 이 책에 담긴 꼭지들이 새로 쓴 글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미 출간되었던 내용 중에 산사에 관련된 답사기만 추렸다고 하니, 기존에 읽었던 글들도 있을 것이었다. 장정만 새로 했을 뿐이라는 생각에 뭔가 속은 느낌이 들었다.

  

    내 기억력이 그렇게 좋지 못한 탓도 있고, 미처 읽지 못했던 글들도 있어 사실 읽다보니 실망감은 잠깐이었다.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믿음직한 답사 안내자로서의 면모가 여전했다. - 물론 예전에 쓴 글이니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 기존에 어렴풋이 알았지만 명확히 구분하지 못했던 주심포와 다포 양식의 차이, 맞배지붕과 팔작지붕의 다름을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절에 갔을 때 관음전이나 대웅전, 대적광전과 비로전의 차이를 전혀 몰랐는데 모시는 부처님에 따라 전각의 이름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너무 재미있어서 아무 절이나 가서 한 번 시험해보고 싶었다. 현판말고도 불상의 수인이야기를 하다가 넘어간 부분이 있었는데, 그 내용도 배우면 절에가서 기존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곁다리 이야기가 재미있다. 이 책에서는 선암사 답사기에서 태고종과 조계종의 차이를, 정선의 정암사에서는 자장대사 이야기를 풀어내고, 대흥사 답사기에서는 대웅보전 현판에 얽힌 이광사와 김정희의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다. 나는 이런 곁다리 이야기가 몸이 베베 꼬일 만큼 너무 흥미롭다. 사실 내가 역사를 좋아하고 사학을 전공했던 이유도 그런 옛날 이야기에 이끌려서가 아니었던가. 언젠가 나도 그렇게 알고 누군가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 경지에 오르고 싶다. 유홍준은 이미 알고 느낀 바를 다른 사람에게 쉽고, 재미있고, 영향력 있게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 참 부럽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유홍준 답사기의 매력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이번 별권이 산사순례인 만큼 산사의 배치도를 그려서 보여주어야 했다. 가람의 배치를 글로만 읽자니 그 구조가 잘 그려지지 않았다. 물론 사진도 있지만 사진은 전각이나 풍경을 단편적으로 담고 있을 뿐이어서 여운은 깊었지만, 그 절의 구조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왕 기존의 글들을 묶어서 낼 요량이었으면 배치도라도 덧붙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 더욱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책을 덮고 나니 이제 가고 싶은 여행지가 더 늘어났다. 굳이 해외를 나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도 갈 곳이 참 많다. 아내와 곳곳을 여행하고 나는 답사기를 쓰고, 아내는 여행지에 대한 그림을 그려서 같이 책을 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살면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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