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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삶을 기록하는 방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일기를 써보자는 다짐을 몇 년째 지키지 못하고 있다. 군대시절 수첩에 세네줄씩 쓰던 일기는 아직까지 남아 그때 일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한두 달 전의 일들도 기억이 잘 나지 않은다. 기록은 중요한 일이고 그 시간을 견디고 이해하는 의식과 같다. 다시금 이 시간들을 귀하게 여기고 싶어 이 책을 읽었다.
사실 자서전 쓰기에 대한 엄청난 스킬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니다. 시대와 나의 삶을 엮는 연표 쓰기, 인간관계와 에피소드를 기록하기. 모두 단순한 지침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스킬이 있을리 없다. 문제는 실천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책이 아니다. 그의 수강생들이 쓴 그들의 역사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사연이 있고, 어느 드라마나 영화가 담을 수 없는 애환이 있다. 차라리 지은이가 끊지 말고 그들의 자서전을 오롯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서의 성공과 관계 없이 개개인의 역사는 이토록 귀하고 옹골지다. 나의 역사는 어떤 모습일까. 이제부터라도 일기를 남기고 틈틈이 연표로, 목차로 남겨보자고 마음 먹었다.
강의 제목에 ‘현대사 속에‘라는 단서 조건이 왜 붙게 되었는지 잠시부연 설명을 하고자 한다. 이러한 단서를 붙인 이유는 이제부터 써내려 갈 자기 역사에서 단순히 ‘성공 과정‘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시대가 어떠한 시대였는지를 의식하면서 자기 역사를 써보도록 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라는 인간’과 ‘자기 자신이 살아온 시대‘라는 두 가지 요소가 완전히 밀착된 관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서로 동떨어진 관계도 아니라는 사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의식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물론 시대 의식을 가지고‘라는, 이른바 시대론적인 요소를 자기 역사 속에 구체적으로 넣도록 지도하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기 역사란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과 다르지 않지만, 자신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동시대의 구체적인 역사를 실마리로 삼아 돌이켜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사라고 할 수 있다. _ 9쪽
결국 자기 역사를 써 내려가는 데 있어 부모님 내지 가계와 관련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가장 일반적인 기술방식이다. 이는 인간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다면 이를 위해서 필요한 준비 작업을 조금 해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부모님 내지 친척 중에 집안 역사를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해서 이야기를 들어 두는 것이 좋다.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의 기억에 따라 쓸 수 있지만, 가계와집안 일과 관련한 이야기일 경우에는 자신의 기억만으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 잘 모르는 부분은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이 최선이다. 어떤 집안이든 적어도 한 사람 정도는 집안 역사에 대해서 상세히 알고 있다. 그 사람을 찾아가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는방법을 적극 활용하기를 바란다. _ 54쪽
마지막 구절에 매우 좋은 표현이 담겨 있다. 싫어했던 것이나 괴로읽던 것을 자기 역사로 써 내려가면서 "조금씩 정화되면서 모든 일이 그리운 추억으로 자리해 갔다"라는 부분 말이다. 자기 역사를 쓰면 많으 사람들에게 이와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이것이 자기 역사를 쓰는 가장 큰 효용이라고 할 수 있다. _ 79쪽
자기 역사의 후기‘에서 그는 심리학자 존 크럼볼츠의 ‘계획된 우연성 이론‘을 인용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과의 만남에 의해서 인생의 80퍼센트가 결정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_ 116쪽
결국 ‘자기 역사 연표‘ ‘인간관계 클러스터 맵’ ‘에피소드 수첩‘ 이 세가지가 자기 역사를 쓰기 위한 3대 준비 작업이라고 해도 좋다. _ 273쪽
인생에서 진행되는 게임은 동시에 병행되기 때문에 하나의 게임에서 지더라도 다른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뻔한 규칙에 질 것이 뻔해 보이는 게임은 서둘러 던져 버리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다른 게임으로 이행하는 것이 인생에서 올바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올바른 전략은 이기고 지는 것으로 모든 일이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들의 인생 게임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는 일이다. 이기고지는 것에 그리 상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쪽으로 이동하는것이다. _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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