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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일 - 경험하고 공감하고 함께하는
장인성 지음, 김규림 그림 / 북스톤 / 2018년 4월
평점 :
좋은 마케터는 어떤 사람일까? 저자의 답은 간단하다. ‘일 잘하는 사람’이 마케팅도 잘한다고. 그렇다면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사소한 것도 더 나아지도록 고민할 뿐만 아니라 ‘왜’라고 물어보고 고민한 다음에 일에 달려드는 사람이다. 회사는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므로, 일 잘하는 사람은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해가 안 돼’, ‘원래 그래’라는 말은 소통과 발전의 문을 닫는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틀리다’라고 말하기보다 ‘다르다’라고 말한다.
‘이해가 안 돼’라는 말이 ‘이해력’을 망칩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일이 직업인 마케터에게는 나쁜 표현입니다. 생각을 제한하는 말들은 이것 말고도 더 있습니다. ‘원래 그렇다’는 표현은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개선하려는 의지를 꺾고, ‘당연하다’는 표현은 이야기의 진행을 막습니다. ‘원래 그렇다’는 ‘지금까지 그래왔다’로, ‘당연하다’는 ‘다른 대안은 생각해보지 못했다’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 좋은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_ 57쪽
또한, ‘설득’은 이해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절반은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내 입장을 관철하는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 때문인지 찾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것이 낫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고, 과정상 잘못하지 않았어도 결과가 잘못될 수 있는 것이 ‘일’이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 없고 잘못한 게 없어도 일은 종종 잘못됩니다. 특별히 잘한 게 없는데, 운 좋아서 성공하기도 하는 것처럼, 아무런 잘못 없이도 잘못될 수 있는 것이 보통 사람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이 잘못되면 누구 잘못인지부터 찾아 따지게 됩니다. 내가 잘못한 게 없다면 다른 누군가의 잘못이 분명하니 그 사람을 찾아 나섭니다. 너의 잘못이 아니냐며. 내 잘못이 아니라고 방어하고, 타인에게서 잘못을 찾는 데 모든 에너지를 써버립니다. 자꾸 뒤를, 과거를 캐는 거예요. 그렇게 해도 해결되는 건 없죠. 애초에 아무의 잘못도 아니니까요. 억울한 일이 생기면,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까’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_ 175~176쪽
저자가 말한 대로 일을 잘해서, 팀장이 되고 조직장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 물음에도 답한다. 리더는 팀원들이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잘해야 한다. 그리고 팀원들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 하는지 적절히 파악해서 그들에게 적합한 일을 맡겨야 한다. 그리고 리더가 사사건건 챙기기보다는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다가 결과가 잘못된다 하더라도 팀원이 아닌 리더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벤처기업이나 소규모 역동적인 조직에서는 어울리겠지만, 대기업이나 공공 조직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일’ 잘하는 법은 그 조직의 규모나 성격을 떠나 어디서든 비슷하다고 본다. 언어 사용에 대한 고민 등 유용한 조언도 많았다. 하지만 저자가 겪은 세계보다 우리가 아는 세상은 더 답답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공자님 말씀을 들은 느낌이랄까. 실제 조직 생활을 해보면, 팀장들 사이의 사적인 감정 때문에 작은 업무협조마저도 거부하는 경우를 만난다. 일은 잘하지 못해도 화려한 처세술로 윗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사람도 있다. 어떠한 논리와 설득도 통하지 않는 막무가내도 많다. 불행히도 이런 사람들은 위로 올라갈수록 많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저자의 조언이 통할까? 우리만 이상한 사람들을 만난 건지, 아니면 우리의 인격이 덜 닦인 건지 모르겠다.
저자의 말대로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인성과 열정을 두루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이라면 문제는 간단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동료나 조직장과 일하게 된다면? 저자가 언급한 답은 간단하다. ‘도망가세요.’ 도망간 곳도 마찬가지라면? 저자는 다시 답한다. ‘동료들을 우선 믿어주고 사랑해보세요’, ‘나부터 소중한 동료가 되어 보세요’ ‘동료나 리더로 인해 일이 잘못되었더라도, 발본색원하지 말고 일을 잘 수습해보세요.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한다. 왜 착한 사람은 항상 피해를 보는가? 경험칙에 의하면 이런 사람들이 조직의 궂은일은 다 하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지는 못한다.
요즘 드는 고민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일 잘하는 사람이 과연 좋은 것인가? 삐딱하고 성질이 더러워야 그 앞에서 조심하고, 일 못 해야 일을 안 맡기는 것이 현실인데도? 건강한 리더와 모범적인 조직은 너무나도 드물지 않은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 못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터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싸워나가는 방법을 알고 싶다. 손자병법인 줄 알았는데, 공자님 말씀을 들은 느낌이다. 공자의 가르침은 궁극적으로 옳지만, 그 결실을 취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도 오래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