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홀로 살지 않고 함께 사는 것은, 홀로 사는 것보다 함께 사는 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서로 의지하고 공생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인간과 인간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은 모두 함께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공생 관계를 인정해야만 세상만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함께하는 가운데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사이에 갈등도 불거지는 것이다.-15쪽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 중 하나인 ‘중도(中道)’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데 소중한 귀띔이 될 수 있다. 중도라고 하면 양극단의 가운데를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은 중간이지 중도가 아니다. 중도란 어중간한 가운데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잘못된 극단에서 벗어나 옳은 입장에 서는 것, 그것이 바로 중도다. -17쪽
경제개발 초기에는 자본축적을 위해 독점 개발이 효율적일 수 있지만, 차후에는 오히려 경제성장 정체의 원인이 되면서 빈부 격차와 사회 양극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제기된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풀어야 할 주요 과제라 할 수 있다.-72쪽
미국은 개별 사찰이나 교회가 모두 법인화되어 있다. 개별 종교단체는 반드시 활동하는 지역사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면세 혜택을 받을 때는 반드시 재정을 공개해야 한다. 그래서 종교단체들은 각 지역의 공공기관에 매월 신고를 하게 되어 있다. 우리도 종교단체를 공익법인으로 등록하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관리를 하면서, 1년이나 2년 단위로 재정 공개를 하도록 의무 규정을 만들면 종교단체에 대한 세금 논쟁이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81쪽
사실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보다 높으면 자연스레 해결된다. 회사의 기본 노동력은 정규직으로 하되, 그때끄때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단기적인 노동력이 필요한 경우 비정규직을 채용하며, 그 대신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보다 높게 책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87쪽
상시적인 노동이 이뤄져야 할 때는 정규직 직원을 고용하고, 단기적인 노동이 필요한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90쪽
정부에서는 이 문제(비정규직 문제)를 노동 문제로만 보지 말고 복지 문제의 차원에서도 함께 바라봐야 한다.-94쪽
현실적으로 정규직 노조를 정의집단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이들을 이익집단으로 보면서 이익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는 것이다.-96쪽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기도 하는데, 이는 도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으므로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길거리 나앉은 더 가난한 사람들보다는 네가 더 잘 사니 보시 좀 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비정규직 노동자는 일차적으로는 회사와의 관계를 풀어야 하고, 그다음에 정규직 노조와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101쪽
여야는 누구를 편들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들 간의 현명한 조율을 통해 정부에서 풀지 못하는 문제들을 국회에서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107쪽
사람들은 천성산에 터널이 뚫렸느냐 안 뚫렸느냐만 문제 삼는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회적 쟁점을 어떻게 풀어가느냐 하는 것이다. 결국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죽거나 한 맺히게 두어서는 안 된다. 강정마을도 군사기지를 짓든 안 짓든 그게 핵심이 아니다. 어떤 결정이든 그 결정을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처리되는 게 중요하다.-118쪽
그런데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게 되면 당장 전기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전기를 아껴야 한다. 일본은 그것을 감수해냈다. 원자력발전에 반대는 하는데 전기는 절약하지 않는다면 혼란만 빚어질 것이다. 집집마다 15퍼센트든 30퍼센트든 절약하겠다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복지나 다른 혜택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 재정의 상당 부분을 대체에너지 개발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각오해야 한다. 전기를 적게 쓰든지 세금을 더 내든지 국민의 선택이 필요한 것이다.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은 이런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런 문제에서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정치다.-124쪽
쓰레기장을 시외에 대형으로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기본적으로 서울시에서 나온 모든 쓰레기는 서울시 안에서 소화해야 한다. 각 구에서 나오는 쓰레기 역시 그 구 안에서 소화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두세 구청이 합쳐서 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해당 자치단체 안에서 처리해야 한다. 그 냄새를 그 지역에서 맡게 해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자기 집 쓰레기를 자기 집에서 처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진정한 쓰레기 종량제가 되어야 한다.-128쪽
인성은 어릴 때 친구들과 함께 커가면서 생기는 것이다. 인간성이 갖춰져 있을 때 그 사람의 재능 역시 사회에서 공익을 위해 쓰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재능이 있다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아이로 키워진다면, 그 사람의 재능은 공동체의 이익에 반하는 개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쓰일 확률이 높다.-138쪽
학생들도 어릴 때부터 사람을 때리면 이런 과보가 있고, 물건을 훔치면 이런 과보가 있고, 남을 속이면 이런 과보가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엄마부터가 매를 들더라도 과보를 정확하게 가르쳐야 한다. 이게 사랑하는 법이다. 애들이 책상 위에서 티격태격하다가 때리고 그러는 것은 선도의 대상이지만, 조직적으로 정기적으로 물건을 빼앗는다든지 린치를 가한다든지 하는 것은 명백하게 처벌을 해야 한다. 형을 감해주는 것은 될지 몰라도, 아예 처벌을 않는 것은 안 된다.-142쪽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 현상에 대해 미리 연구해서 예측하고, 이런 것들을 정치 쪽으로 연결시켜서 반영하도록 하고, 공무원들도 현장에 있으면서 각종 사례들을 보면 이를 자료화해서 정부의 정책으로 만들고, 이렇게 해야 하는 데 이렇게 하지 않는다.-164쪽
의사든 변호사든 상관없이 어떠한 개인도 자기의 인생에만 충실해서는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역사의식이 있어야 한다. 공동체의 시대적 과제를 알아야 한다. 시대적 과제를 아는 것을 시대를 읽는다고 한다. 시대를 읽어야 자기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170쪽
그렇다면 지금 우리 시대의 시대적 요구는 무엇인가? 남한 사회만 보면 양극화 해소다. 경제민주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제는 남한의 역할이 남한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에는 남한 정치인이 남한만 책임지면 됐는데, 지금은 북한까지도 포함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시대적 과제가 안으로는 양극화 해소, 밖으로는 평화와 통일이다.-172쪽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정해진 것이 아니다. 누구를 따라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시대를 읽고 그 방향으로 자기 하고 싶은 삶을 사는 게 진짜 자기를 위한 삶이다. 자리이타(自利利他), 자기를 위하는 삶이 남을 위한 삶이 되고 공동체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자기 발전이 공동체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173쪽
언제나 공동체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시대적 흐름을 읽고, 지금의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이는 결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위한 것이다.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시대를 읽자. 시대적 과제 해결에 기여하자.-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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