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 일본 최고 전략가들이 말하는 일본의 本心
문정인.서승원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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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평화헌법과 미일안보조약이 있고 이는 현실적으로 바뀌지 않을 테니 일본의 모든 외교행위는 이 두 가지가 전제된 틀 안에서 움직인다는 의미다. 누구도 좀처럼 이 틀 바깥으로 뛰쳐나가려 하지 않는다. 자위대의 PKO 참가도 내 논의에서 보자면 이러한 요시다 노선 안에서 이뤄진 변화다. 그 틀을 부수는 변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국가론 역시 요시다 노선의 틀 안에서 가능한 일을 하자는 것이다. 반면 한국・중국이나 미국에서 보통국가론을 일본의 군사화와 동일시하는 것은 이것이 요시다 노선이라는 틀을 깰지도 모른다는 우려 떄문이다. 그것이 결정적인 차이다. (소에야 요시히데)-51쪽

그러나 우리는 선생이 주장하는 평화헌법 9조 2항 개정에 반대하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입장도 그랬다. 그는 일본이 헌법을 개정함으로써 보통국가가 되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 문제는 어떻게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평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하느냐다. (문정인)-72쪽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일본은 핵무장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것이 이성이다. ‘일본이 핵무장을 할 가능성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내 솔직한 대답은 ‘그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가 될 것이다. 일본 국민들이 일시적 ‘감정’에 휩쓸려 잘못된 선택을 할 위험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야마구치 노보루)-118쪽

우리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국제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에 동의해야 한다. 그들은 정치적・경제적・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이므로 그 이해관계와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거부권이 유엔의 ‘필요악’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거부권의 적용범위를 더 축소할 필요는 있지만 유엔헌장 7장의 강제조치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연맹의 경우처럼, 미국 같은 나라가 유엔에서 탈퇴하는 사례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국제연맹 시절 소련은 핀란드 침략을 이유로 제명됐고 일본・독일・이탈리아는 스스로 탈퇴했다. 그리하여 연맹의 힘은 크게 약화됐다. 나는 강대국들이 유엔 바깥에서 행동하기보다는 그 틀 안에서 다투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아카시 야스시)-147쪽

중국이 그렇게 간단히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리라 예상하므로 힘에 의한 통치는 강화될 것이다. 시민생활 측면에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고쿠분 료세이)-230쪽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을 소홀히 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미국을 배제한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추진한다면 이는 이 지역의 국제정치 구조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면 안 된다. (시라이시 다카시)-271쪽

나는 미국이나 중국과 국력을 비교했을 때 일본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모른다. 사실 궁금하지도 않고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일본은 냉전 후반기에 소기 목표를 상당 부분 달성했지만 그 뒤로는 자기 목표를 잃었다. 이런 목표를 다시 일으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다. (도고 가즈히코)-323쪽

어느 나라에서나 영토 문제를 강하게 주장하는 자는 애국자로 여겨진다. 따라서 말만 꺼내면 ‘신성한 고유영토’라고 주장한다. 한국 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한다. 독도/다케시마는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의 고도다.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 무인도를 왜 ‘신성한 고유영토’라고 불러야만 하는가? (오코노기 마사오)-369쪽

나는 한국이 민주주의 체제로부터 이탈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할 일본인은 없을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가 흔들릴 일은 절대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이 말할 필요도 없는 전제라면 균형자론 역시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닌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취한다"라고 말하면 강한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일본에서는 한일이 협력해 중국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중론이다. 그런데 한국의 균형자론은 오히려 중국과 가까워지겠다는 뜻이 된다.-441쪽

자유주의적 이상을 실현하려면 강해져야 한다. "남자는 자상하기만 해선 안 되며 강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자의 요체다. (이노구치 다카시)-508쪽

존 킨은 현재 대의제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으며, 그 대신 감시민주주의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도 정부만큼 힘을 갖게 되었으므로 국가 주도가 되면 시민사회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ᄄᆞ라서 국가가 보다 부드러워지되 법률 등 중요한 부분을 제대로 정비하면 기업에도 좋고 국민들 역시 정치에 불안을 느끼지 않아 사회가 안정된다. (이노구치 다카시)-512쪽

일전에 미국 학자와 이야기했는데, 미국은 해양국가인 반면 중국은 대륙국가이므로 일본은 미국을 따르고 남북한은 중국 측에 설 것이며, 결국에는 미중 양국이 잘 조율해나갈 것이라는 견해를 들은 바 있다. 나는 그런 형태로 미중 양국이 관리하는 아시아는 재미없는 세계라고 생각한다. 보다 평등한 관계를 지향해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가 되려면 일본과 한반도의 협력관계를 확립해 발언권을 제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지역에서 미중양국이 모든 일을 결정하는 구조가 되지 않으려면 한국과 일본이 먼 장래까지 내다보는 시야를 갖고 전략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 (와다 하루키)-566쪽

불교사상에서도 역사가 타락하는 주기가 3단계로 있다. 석가의 올바른 가르침이 있었던 시대, 형태로는 불교예술이라는 것이 있지만 마음을 잃고 겉모양만 취하는 시대, 그리고 겉모양조차 버리고 사람들이 서로 죽이는 말법(末法)의 시대가 그것이다. 요는 이 타락의 끝에서 묘법(妙法)이 되살아나고 부처님의 자유의 보살을 보내줌으로써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전란 속 세계가 부활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말법사상이다. 당시 일본인들은 혼란스럽고 감당할 수 없는 말법시대라 하면서도 묘법의 시대가 되살아나기를 꿈꾸었다. 그런 사고방식이 일본의 역사에 복원력을 부여해줬다. 지금은 분명 ‘잃어버린 20년’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를 어느 지점에서 좋은 흐름으로 바꿔나갈지 고민하고 노력하는 일을 멈춰선 안 될 것이다. (이오키베 마코토)-6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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