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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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 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사라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것만은 기억해 두는 게 좋아. 역사는 지울 수도 다시 만들어 낼 수도 없는 거야. 그건 당신이라는 존재를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52쪽

"이제 상처 입기 쉬운 순진한 소년으로서가 아니라 자립한 한 사람의 전문가로서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해.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봐야만 하는 걸 보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 무거운 짐을 끌어안은 채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야 해."-130쪽

나는 결국 혼자 남겨질 운명일지도 모른다. 쓰쿠루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다가왔다가는 이윽고 사라진다. 그들은 쓰쿠루 속에 무엇을 찾으려 하지만 그것을 찾지 못해, 또는 찾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체념하고(또는 실망하고 화가 나서) 떠나 버리는 것 같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추어 버린다. 설명도 없고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없이. 따스한 피가 흐르고 아직도 조용히 맥박 치는 인연의 끈을 날카롭고 소리 없는 손도끼로 싹둑 잘라 버리는 것처럼. // 분명 자기에게는 근본적으로 사람을 낙담케 하는 뭔가가 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 그는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결국 남에게 내밀 수 있는 건 뭐 하나 가진 게 없어. 아니, 그러고 보면 나 자신에게도 내밀 것이 하나도 없을지 모르지.-150쪽

나라는 인간 안에는 뭔가 뒤틀린 것, 비뚤어진 것이 잠겨 있는지도 몰라, 하고 쓰쿠루는 생각했다. 시로가 말한대로 나한테는 보이는 얼굴만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면의 얼굴이 있을지도 모른다. 늘 어둠 속에 감추어진 달의 이면처럼. 나는 스스로도 느끼지 못한 채 어딘가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시간성 속에서 정말로 시로를 강간하고 그녀의 마음을 깊이 베어 찢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비열하게 힘으로 눌러서. 그런 어두운 이면이 언젠가는 표면을 능가하여 그것을 완전히 집어삼켜 버릴지도 모른다. -270쪽

그러나 한편으로 정말로 원하는 것을 고생해서 손에 넣는 기쁨을 맛본 적도 기억하는 한 단 한 번도 없었다.-276쪽

그때 그는 비로소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영혼의 맨 밑바닥에서 다자키 쓰쿠루는 이해했다.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저에 있는 것이다.-364쪽

"나에 대해서는 이제 마음에 두지 마. 난 그럭저럭 가장 위험했던 시기를 이겨 냈어. 밤바다를 혼자 헤엄쳐 건널 수 있었어. 우리는 제각기 있는 힘을 다해 각자 인생을 살아왔어. 그리고 긴 안목으로 보면, 그때 혹시 잘못 판단하고 다른 행동을 선택했다 해도, 어느 정도 오차야 있겠지만 우리는 결국 지금과 같은 자리에 이르지 않았을까 싶어. 그런 느낌이 들어."-370쪽

"지금까지 나는 계속 내가 희생자라고만 생각했어. 이유도 없이 가혹한 짓을 당했다고 생각해왔어. 그 때문에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가 내 인생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비틀었다고. 솔직히 말해, 너희 넷을 원망하기도 했어. 왜 나 혼자만 이런 참혹한 꼴을 당해야 하느냐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을지도 몰라. 나는 희생자이기만 한 게 아니라, 동시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을지도 몰라. 그리고 그 칼날이 나를 벤 건지도 몰라."-376쪽

"아마도 나한테는 나라는 게 없기 떄문에. 이렇다 할 개성도 없고 선명한 색채도 없어. 내가 내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그게 오래전부터 내가 품어 온 문제였어. 난 언제나 나 자신을 텅 빈 그릇같이 느껴 왔어. 뭔가를 넣을 용기로서는 어느 정도 꼴을 갖추었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내용이라 할 만한 게 별로 없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그 사람한테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를 잘 알게 되면 될수록, 사라는 낙담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을까." // "쓰쿠루, 넌 좀 더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야 해. 생각해 봐. 내가 널 좋아했어. 한때는 나를 너한테 줘도 좋다고 생각했어. 네가 원한다면 뭐든 주려고 했어. 펄펄 끓는 피를 가진 여자애가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했던 거야. 너한테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 전혀 텅 비지 않았어."-380쪽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어." 그것이 쓰쿠루가 핀란드의 호숫가에서 에리와 헤어질 때 했어야 할, 그러나 그때 말하지 못한 말이었다. "우리는 그때 뭔가를 강하게 믿었고, 뭔가를 강하게 믿을 수 있는 자기 자신을 가졌어. 그런 마음이 그냥 어딘가로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지는 않아."-4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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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독설 - 합본개정판, 흔들리는 30대를 위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건강한 정신을 가진 열정있는 개인으로,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파트너로 살아라! 꿈과 일, 돈과 사랑에 이르기까지 조근조근 잔소리가 듣기 싫지 않다. 그녀의 말에는 확실히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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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독설 - 합본개정판, 흔들리는 30대를 위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절판


"지금이 정상이다!" 제발 30대에 뭔가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 네가 몇 년 노력했어? 네가 몇 년 돈 벌었어? 네 나이에 집을 사면 그게 정상적인 자본주의냐! 너는 아직 멀었어. 쌀이 익으려면 한참 남았는데 왜 자꾸 밥뚜껑을 열어. 왜 밥이 설었었다고 성질을 부리느냐고. 닫아. 닫고 기다려. 제발 뜸 좀 들이라고. 그럴 시간에 너의 장점을 들여다보고 앞으로 10년 동안 어떻게 치고 나갈 건지부터 고민하란 말이야.-25쪽

능력변수=성실성×탁월함-39쪽

직장에서 나만 똑똑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 똑똑함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열 가지 중에 한두 개밖에 안 돼. 나머지는 대부분 뜨거운 전우애와 팀워크로 풀어야 해결돼. 내가 그들을 최대한 이해하고 그들의 장점을 끊임없이 흡수하지 않으면 몇 달도 못 버티는 게 바로 직장이야. 내가 똑똑하고 잘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절대 착각하지 마. 이 세상 최고의 리더는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장점을 최대한 흡수하는 사람이야. 자신의 장점만 내세우려 하면 절대 승자가 못 돼. -90쪽

직장은 원래 배움과 일이 동시에 공존하는 조직이야. 일에만 소모되지 말고 영리하게 배워. 그러면 5년 후에는 진짜 직장인으로 다시 태어날 거야. -145쪽

처음에 설정해놓은 자기 목표치가 너무 낮아서 그 목표에 갇혀버린 거야. 두 번째 목표를 설정해놨다면 그 목표를 향해 뛰고 있을 애들이지. 그런데 두 번째 목표를 설정해놓지 못한 바람에 첫 번째 목표 안에 갇혀버려. 첫 번째 목표만을 염두에 두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 자리만 맴돌고 있는데 후배들은 어느새 내 근처까지 따라잡고 있어. 불안할 수밖에 없지. 게다가 하는 일이 전혀 새롭지 않아. 매일 반복하는 일이고 대충 해도 잘해. 일이 지겹지. 그때부터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기 시작하는 거야.-159쪽

사람은 자기한테 익숙한 일을 하게 돼 있어. 어제 했던 그대로 휴대전화로 문자 보내고 있지 절대 책 안 읽는다는 거야. 어제 뛰던 힘으로 오늘을 뛰는 거야. 직장생활에서도 도약하려면 계속 뛰어야 해. 그럼 생각은 언제 하느냐고? 생각은 뛰다 멈춰서 하는 게 아냐. 뛰면서 틈틈이 하는 거지. -162쪽

일요일 저녁부터 일 모드로 들어가는 거지. 월요일에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적어놓고 그중에 한 가지 정도는 하기 시작하는 거야. -181쪽

돈이건 살림이건 육아건 파트너십으로 서로 격려하면서 키워가면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골고루 성장할 수 있을 거야.-274쪽

아빠가 된다는 건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그 과정에 참여할 때 가능한 거야. 엄마가 그냥 되는 게 아닌 것처럼. -300쪽

중요한 것은 내가 벌 수 있는 돈 안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빨리 찾아내는 거지.-325쪽

"이 세상 최고의 투자 종목은 바로 자신입니다." (워렌 버핏) -357쪽

한 번도 안 간 사람은 계속 못 가. 그런데 한 번 갔다 온 사람은 두 번째 여행을 떠날 용기가 생기지. 그래서 여행은 일단 떠나는 게 중요해. -3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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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e 드라이브 - 창조적인 사람들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
다니엘 핑크 지음, 김주환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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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디씨)는 "돈이 어떤 행위에 대한 외적 보상으로 사용될 경우 사람들은 그 행위에 대한 내재적인 관심을 잃는다"라고 말했다. 카페인을 섭취하면 몇 시간 잠을 쫓을 수 있는 것처럼 보상은 단기간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결국 사그라지며, 심지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장기적인 동기마저 줄어든다. 디씨는 인간에게는 "새로운 것과 도전이 될 만한 것을 추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고 수행하며, 탐구하고 배우려는 타고난 성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제3의 드라이브는 다른 두 개의 욕구에 비해 훨씬 약하며, 적절한 환경이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 후 그는 발표 논문에서 "아이들이나 직원, 학생들의 내재 동기를 개발하고 고양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전적인 보상처럼 외부에서 통제되는 체제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14쪽

애머빌은 이를 ‘창의성의 내재 동기 원리’라고 불렀다. "내재 동기는 창의성을 유도하지만, 통제적인 외재 동기는 창의성에 해가 된다." 다시 말해서 동기 2.0의 중심 개념이 현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발견적 우뇌작업에 해로울 수 있는 것이다.-45쪽

보상은 행동의 의미를 바꿔버리는 유별난 연금술이라고 하겠다. 보상이 있기에 흥미진진했던 일이 틀에 박힌 지루한 업무로 변형되고, 놀이는 일이 된다. 보상은 내재 동기를 축소시키면서 성과와 창의성, 심지어 고결한 행동까지 모두 도미노처럼 무너뜨린다. 이 현상을 ‘톰소여 효과’라 부르기로 하자(톰소여 효과에는 놀이를 일로 바꾸거나 일을 놀이로 바꾸는 양면의 특성이 있다).-53쪽

"외적 보상보다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위해 회화와 조각을 추구한 예술가들이 결국에는 사회에서 탁월성을 인정받는 예술을 창조했다. 외적 보상에 가장 영향을 받지 않는 이들이 마침내 외적 보상을 받게 된다."-66쪽

우리는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싶은 유혹에 저항하고,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사람들의 정신에 깊이 뿌리박힌 자율성을 일깨워야 한다. 자기주도라는 인간의 타고난 능력이야말로 동기 3.0과 I유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125쪽

첫 번째로 이런 회사의 직원은 ‘골디락스Goldilocks(동화 『곰 세 마리』에 나오는 금발소녀-역주) 업무’, 즉 지나치게 뜨겁거나 차갑지도, 지나치게 어렵거나 쉽지도 않은 도전을 받는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자주 좌절한다. 해야 할 일이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면 불안이 엄습하고, 반면 자신의 능력에 미치지 못하면 지루함이 찾아온다(칙센트미하이는 자기목적경험에 고나한 최초의 저서 제목을 『지루함과 불안을 넘어서Beyond Boredom and Anxiety』라고 지었다. -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은 『몰입의 기술』이다-역주).-167쪽

드웩의 통찰력은 동기 2.0과 동기 3.0의 기저가 되는 구별된 행동과도 잘 연결된다. X유형의 행동은 지능의 실체이론을 바탕으로 하며, 학습 목표보다 성과 목표를 선호하고 노력을 나약함의 표시라고 여기고 무시한다. 한편 I유형의 행동은 지능의 증가이론을 바탕으로 하며, 성과 목표보다 학습 목표를 중시하고, 노력을 중요한 무언가를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라 여기고 환영한다. 첫 번째 마음가짐으로 시작한다면 숙련에 이를 수 없으나 두 번째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때 숙련은 반드시 찾아온다.-173쪽

에릭슨은 "예전에는 타고난 재능이라 믿어졌던 많은 특징들이 실제로는 최소한 10년의 격렬한 연습 결과"였다고 지적한다. 운동이나 음악, 경영에서 숙련에 이르려면 오랜 시간(일주일이나 한 달이 아니라 10년)의 노력(어렵고 고통스러우며 힘들며 모든 것을 소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175쪽

줄리어스 어빙Julius Erving(‘닥터 J’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농구선수-역주)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프로가 된다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 날에도 열심히 한다는 뜻이다." -177쪽

올바른 방식으로 칭찬하기
● 지능보다는 노력과 전략을 칭찬한다.
● 구체적으로 칭찬한다.
● 개인적으로 칭찬한다.
● 칭찬할 이유가 있을 때에만 칭찬한다.-245쪽

I유형의 훈련 계획
● 자신의 목표를 세운다.
● 러닝머신을 버린다. (톰소여의 효과를 유리하게 사용해서 일을 놀이로 바꾼다)
● 숙련을 기억한다. (시간이 경과함에따라 운동의 강도를 꾸준히 높여간다)
● 자신에게 올바른 방식으로 보상한다. (‘이제-했으니까’의 보상)-276쪽

자기결정성이론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세 가지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가 있다. 첫째는 자율성인데, 이는 "스스로 내 삶의 중요한 결정은 내가 내린다, 내 삶의 주인은 나다"라는 느낌을 갖고자 하는 욕구다. (중략) 내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자율성을 지니고 있는가를 늘 확인하는 것은 그 일을 성공적으로 잘 해내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다른 사람(팀원, 직원, 학생, 자식)에게 어떤 일을 열심히 하도록 동기부여하는 데 있어서도 자율성을 많이 부여하면 할수록 그 사람은 더욱 더 신나게 열심히 일하게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이다.-298쪽

자기결정성이론이 강조하는 두 번째 기본적 심리욕구는 유능성인데, 이는 "나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다, 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믿음을 갖고 싶은 욕구다. 즉 어떤 일을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 혹은 숙달mastery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중략) "나는 유능하고 내가 하는 일을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유능감이야말로 높은 수준의 동기를 유발한다.-299쪽

셋째는 관계성인데, 이는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나는 사랑받고 있으며 외롭지 않다"라는 느낌을 갖고 싶은 욕구다. 세상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건강하고 행복하고 유능하다. (중략)결국 자기결정성이론의 핵심은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라는 욕구가 충족될수록 사람들은 더 행복하고 더 높은 수준의 내재 동기를 갖게 되며, 더 열심히, 더 신나게, 더 많은 성과를 내며 살게 된다는 것이다.-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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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 - 조선을 움직인 4인의 경세가들
이정철 지음 / 역사비평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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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들은 구신들을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척신 체제와 구신들 개인의 인격을 동일시했다. 제도와 그 속에 있는 개인을 구별해서 보기에는 구체제의 파행이 너무 심각했고, 신진들은 너무 젊었다.-68쪽

신은 삼가 아룁니다. 정사(政事)는 시의(時宜)를 아는 것이 귀하고, 일은 실공(實功)에 힘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사를 하면서 시의를 모르고, 일을 당하여 실공에 힘쓰지 않으면, 비록 성군(聖君)과 현신(賢臣)이 서로 만난다 하더라도 치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이의 「만언봉사」에서 재인용)-93쪽

선조 11년에는 또한 명망 있는 구신과 존경받던 서인이 여러 명 사망했다. 이즈음에 발생한 삼윤 사건은 가까스로 유지되던 동서의 세력균형이 무너지고 동인이 결정적으로 우세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세력 변화가 일어난 핵심 요인은, 선조 초년에 서인에게서 소외되었던 구신 출신의 사람들이 대거 동인 쪽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이들은 원래의 동인들보다 더 맹렬하게 서인을 공격하는 데 앞장섰다.-111쪽

이원익이 안주에서 편 행정적 조치는 정확하고 신속했으며, 그 효과도 매우 컸다. 그런데 그의 조치가 실상 내용면에서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당시 조선의 지방관이라면 취해야 할 상식적인 조치를 단지 정확하고 신속하게 취했을 뿐이다.-154쪽

"완평은 속일 수 있지만 차마 속일 수 없고, 서애는 속이고 싶어도 속이지 못한다."-176쪽

오직 백성만이 나라의 근본입니다. 조정은 이 점을 절실하고 급박한 임무로 삼아야 합니다. 그 밖의 일들은 부수적인 일일 뿐입니다. ……모든 백성은 삶을 즐거워하는 마음을 가진 뒤에야 (윗사람과) 더불어 고락(苦樂)을 함께할 수 있습니다. 만일 (그들에게) 항산(恒産)이 없다면, 비록 (조정에서) 명령을 내려도 (백성은)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196쪽

이원익은 대동법을 새로운 재정 운영 체계라기보다는 재생의 연장선상에 있는, 다시 말해 백성의 무거운 공물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으로 이해했다. 이원익은 가장 숙련되고 경험 많은 관료였다. 또 공물 변통 개혁은 그 세부 내용의 많은 부분이 기존 정책과 경험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동법의 어떤 부분은 그런 수준의 개혁과는 다른 이념적이고 실험적인 내용을 포함했다. 따라서 굳은 정책적 신념이 없다면 개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데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사실 개혁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그 결과를 기존 경험 속에서 모두 확증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 때문에 개혁에는 본질적으로 특정한 가치를 향해, 위험을 내포한 도약이 포함되기 마련이다.-216쪽

학자와 관리・정치가는 생각하는 방식이나 행동하는 방식에서 크게 다르다. 학자가 독립적이고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면, 관리와 정치가, 그 중에서도 특히 관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관리는 일차적으로 개인이 아닌 관료 조직의 일원으로 존재한다. 명령 체계에 따라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수행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 학자와 관리는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는 거의 정반대의 사고 및 행동 방식을 갖는다.-235쪽

내가 태어난 지 지금 32년이 되니, 나이도 이미 많다고 하겠다. 그런데 그동안 읽은 글이 매우 적어서, 듣고 본 것이 고루하고 지식이 어둡기만 하다. 장차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살다가 이대로 생을 마치고 말 것인가. 지나간 일이야 물론 어떻게 할 수 없어도, 앞으로 맞을 세월을 예전처럼 헛되이 보내서야 되겠는가. 지금부터 독서에 대한 기록을 하되, 몇 월 며칠부터 언제까지 읽었다는 것과 읽은 분량을 표시해서 스스로 참고하기로 했다. 경술년(1610, 광해군 2년) 2월 그믐에 쓰다. (조익의 「원조잠」에서 재인용)-243쪽

송시열도 조익이 오랫동안 시골에서 산 경험으로 현실의 폐단을 잘 알았기 떄문에 그 기획이 시의에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개혁을 위해서는 행정 관행이나 절차에 대한 숙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실 그 자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였다.-264쪽

늘 그렇듯이 개혁에 따른 저항은 단순하지 않다. 보통 그런 저항에는 상당한 정도의 합리적 반대 이유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개혁에 대한 저항은 대체로 합리적인 이유를 내세워 불합리한 것을 방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개혁 과정이란 개혁안에 대한 합리적 반대와 수구적 저항을 분리해 나가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265쪽

삼도대동법의 중단 결정이 내려진 뒤, 조익은 그것의 철회를 요구하는 상소를 다시 올렸다. 사실 이 상소를 올리는 일은 관료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무모한 행동이었다. 이미 정부가 공식적으로 결정한 내용에 대해 어떤 관료가 명백하고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일은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오늘날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FTA를 자신의 실명을 드러내며 강력하게 반대하는 고위 관료가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조익은 당시 조정의 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는 관료로서 개인적 출세를 포기해야만 가능한 일이며, 지식인으로서 소명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조익이 이렇듯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견지했음에도 조정에서 쫓겨나지 않았다는 점이다.-292쪽

정치가는 일차적으로 현실 그 자체를 중시한다. 이 점에서 정치가는 당위적 요구에 민감한 실천적 지식인과 구분된다. 또한 정책이 지향하는 방향과 목표를 고민한다는 점에서는 이미 규정된 절차나 관행에 집중하는 관리와도 다르다. 그리고 현실이 내포하는 복잡성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무수한 변주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념적 논리적 측면에 집중하는 학자와도 다르다. 개혁을 이루어내는 과정에서 정치가의 특성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훌륭한 정치가와 앞의 세 유형과 다른 결정적인 요소는, 그가 이 세 유형과 구분됨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각각의 본질적 측면을 충분히 이해하고 최대한 포괄한다는 점이다.-334쪽

잠곡에서의 그는 백성들의 삶을 철저하게 경험했다. 사회경제적, 문화적으로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 혹은 계층의 삶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설령 그 삶을 일시적으로 살았다고 해도 본래의 자신의 삶과 관련성이 끊어지지 않는 한, 그 경험은 표면적일 수밖에 없다. 마음으로 그 삶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에 그는 백성의 관찰자가 아닌, 그냥 백성 중 하나였다. 백성의 삶은 머리가 아닌 그의 몸과 생활에 젖어들었다. 스스로 여러 차례 말했듯이 김육은 자신의 삶이 잠곡에서 그렇게 끝나리라고 예상했다.-3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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