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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굶어도 스타일은 굶지 않는다 - 4억 소녀 김예진의 발칙한 상상 & 스타일
김예진 지음 / 콜로세움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김예진을 알게 된 건 무가지 신문에서였다. 매일 아침 내가 고르는 무가지 신문에는 그녀의 스타일에 대한 팁이 나와 있었다. 텔레비전도 잘 보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무딘 나는 앞자리의 스물네 살짜리 은정씨가 해주는 얘길 듣고 그녀에 대해 알았다. 인터넷에 되는(!) 몸매로 매일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올려 그게 트렌드가 되었으며, 이젠 인터넷을 통한 패션 사업을 해 4억을 벌어서 4억소녀가 되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었다.
현재(과거에도!) 내가 제일 많이 사는 건 옷과 책이다. <침대 밑 악어>에서처럼 어쩌면 현대 사회의 소통을 그걸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때는 쇼핑병이라고 할 만큼 매일 뭔가를 사들였다. 그만큼 옷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도 되겠다. 하지만 남들이 볼 때 딱히 예쁘게 입고 다니는 건 아니다. 내 패션철학은 ‘매일 다른 옷을 입으면서 절대 튀지 않는다’이기 때문이다. 뭐, 어차피 되는 얼굴도, 되는 몸매도 아니다. 하지만 과거 어느 한 시점, 다른 세상에서 대인공포증까지 겪은 나로서는 패션에 관심이 있되, 절대 남의 시선을 끌지 않는다가 내 철학이 된 것이다. 그리고 스타일을 위해서 밥을 굶지는 않는다.
똑같이 옷을 엄청 좋아하면서도 생활에 있어서는 180도 다른 철학을 보이는 게 바로 김예진이다. 그녀는 튀고 싶어한다. 무조건 남과 달라야하고 또 튀어야 한다. 그리고 옷만이 아니고 악세서리, 가방, 구두까지 모두 남달라야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또래 스타일을 선도하고 앞서간다.
힙합을 열심히 입던 어느 날, 다른 동네 여자 아이들의 미니 스커트에 충격을 받아 스타일을 바꾸는 걸 보면 그녀는 정말 트렌드를 읽을 줄 알고 다른 이들의 패션에도 눈을 돌릴 줄 아는 것 같다. 즉 세태를 이해한 것이다. 내가 보기엔 하나도 안 예쁜 스키니진이 엄청 유행이다. 우리 한국 여성의 체형엔 세미 나팔바지가 제일 다리도 덜 굵어 보이고 키도 커보이게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우리 세대엔 그랬다. 그런데 그녀의 사진 대부분도 스키니진을 입고 있다. 그만큼 세대가 변한 것이다. 엄청 마르고 긴 다리의 그녀들에겐 이제 외국 여배우들처럼 스키니진도 예쁘게 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녀는 패션 스타일리스트이다. 그녀는 동대문을 돌며 예쁜 옷들을 골라 사진을 찍어 올리고 판매에 나선다. 옷 하나만 파는 것이 아니라 그녀는 패션을 판다는 느낌이다. 그녀가 입고 찍은 옷, 구두나 가방 등 악세서리까지 모두 사고 싶어하는 많은 젊은 여성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그녀가 조언해주는 많은 패션 스타일은 참고해 볼 것이 많다. 운동을 하더라도, 집에서 뒹굴거리더라도, 잠시 슈퍼에 다녀오는 차림이라도 아무렇게나가 아니라 나름의 패션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성공한 사업가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일찍부터 뛰어들어 자신이 할 바를, 해야 할 바를 이해하고 실천에 옮긴 사업가 정신이 투철한 아가씨이다. 학위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녀가 공부를 한 곳은 현장이었다. 현장에서 뛰면서 사업을 이해한 것이다. 그녀는 매일 동대문을 돌면서 수없이 부딪치고 하이힐을 신고 아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여행 가방을 끌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성공은 저절로 따라왔다. 이 책엔 그녀가 밝히고 있듯이 어려운 패션 용어나 패션에 대한 전문적인 얘기가 아닌, 그녀가 겪은 그녀만의 진솔한 경험이 들어있다.
‘나는 스타일에 죽고 스타일에 사는 사람이다. 그렇게 스타일에 목을 맨 시간들은 내 나이 스무 살에 성공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다. 나는 그저 돈보다 멋을 사랑했을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엔 성공스토리만 있는 게 아니다. 집안이 어려워진 얘기, 텔레비전에 나간 후의 부작용, 홈쇼핑에서의 경험 등등 그녀의 이런저런 얘기가 담겨있다. 그렇다고 그녀가 징징대는 건 아니다. 담담하게 그녀의 일상, 그녀의 삶 그리고 그녀의 사업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포부를 밝힌다. 미래를 위한 그녀만의 포부…
‘그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작은 소망이 있다. 그리 훌륭하지는 않지만 원하는 삶의 질이 있다.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내가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더는 아름답지 않겠지만 더 나은 충만함을 위해 나를 보여주는 직업,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라는 발걸음을 내디딘다.’
이 책은 세태를 이해한 젊은 여성 스타일리스트이자 사업가의 이런저런 이야기이다. 집안은 어려운데 명품 가방 하나를 사기 위해 70만원을 벌어 가방을 사는 태도에는 분명 거부감이 아니 드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만큼 스타일에 미친 것이다. 미쳤는데 눈에 뵈는 게 있나 말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단 한 가지 길만을 가길 거부하면서도, 자신만의 갈 길을 찾을 수 없어 수없이 방황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길 바란다. 욕을 먹더라도 성공이 소원해보여도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인지하고 변한 시대를 잘 읽는다면 뭐든 성공의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닐까. 개성 만점 젊은이들,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