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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후르츠 캔디
이근미 지음 / 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무지개색 타이즈에다 빨간 치마 그리고 빨간 구두까지 표지에서부터 벌써 이 작품은 이십대의 상큼, 발랄, 명랑, 쾌활을 내세우고 있다. 암튼 참 따라해 보고 싶은 예쁜 패션이다. 그럼 또 누군가가 진달래가 이십대냐고 묻겠지. 머리에 빨간 브리지를 두 개나 넣었을 때처럼. 그러거나 말거나 진달래는 마음만은 여전히 스물이다. 헤헤...
이 작품은 표지에서 나타내는 것처럼 물론 로맨스 맞다. 그리고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달콤, 쌉싸름한 이십대의 모든 모습이 잘 들어있다. <달콤한 나의 도시>처럼 연애도 있고, <쿨하게 한 걸음>에서처럼 직업 관련 애환도 들어있다. 요즘 이십대의 모든 모습이 때론 예쁘게 때론 힘들게 표현된다. 인생에서의 사고나 분석이 갈피를 못 잡고 왔다 갔다 하는 변덕 같은 이십대의 특성도 있다. 만화 같은 상황 설정이나 갈등 구도, 그리고 나빈우와의 관계 등도 로맨스답다. 주인공의 친구가 말하는 요 대목에서 뒤로 넘어갔다.
“여자랑 자고 나서 헤어지는 남자 있다더니, 그런 거야? 너네는 제대로 잔 것도 아니잖아. 다 마신 콜라병을 들고 다니는 남자는 부시맨밖에 없다잖아. 여자들은 다 마신 스타벅스 커피병에 조미료 담아놓는데 말야. 알량한 남자한테 기댈 여자도 없지만 그래도 남자의 책임감과 희생정신은 인류 보편의 질서인데.”
그런데 이 작품은 일반 로맨스처럼 읽고 나서 허무하지 않았다. 드라마 같이 상황이 그대로 상상이 되면서 잡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즉 이 작품이 일반 로맨스와 다른 점은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세세한 상황묘사, 처절한 직장 생활의 모습의 표현에 있다고 하겠다. 직장을 잡고자 애쓴 노력이 진정으로 다가오고 또래의 수많은 좌절과 현실을 직시하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신데렐라가 단지 착하고 운이 좋아서 멋진 왕자와의 해피엔딩을 얻어낸 게 아니라 신데렐라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그 노력이 얼마나 처절한지 공감도 가고 그 노력이 가상하게까지 느껴진다.
주인공이 카피라이터라는 거, 광고에 나왔던 많은 CM송이 등장하고, 광고계의 이야기 등등은 흥미로운 대신에 로맨스로 한정짓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 노력해서 성공하는 거, 착해서 인정받는 거, 바르게 살아서 복을 받는 거, 이런 게 어쩌면 로맨스의 약점인지도 모른다. 현실은 바르고 착하고 노력해도 오해를 사고 안 되는 게 더 많은 건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나빈우와의 관계… 별로 진척된 것도 없어 보이는데, 엄청 마음고생하고, 뭔가를 기대하고. 또 기대대로 되고. 그런 게 이 작품의 로맨스스러움이자, 약점인 것 같다.
하지만 앞서도 썼지만 그 모든 게 어설프지 않고 탄탄하다. 그래서 재밌게 단숨에 읽었고 읽고 나서도 로맨스의 허전함보다는 즐거움이 남았다. 이십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 꿈과 이상을 갖고 전진하는 모든 친구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주인공이 처절하게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뭔가 느끼는 게 있을 테니까.
참고로 난 가방에 한 움큼씩 갖고 다니다 배고플 땐 늘 달콤한 캔디를 먹는다. 물론 마음이 허전할 때도 무지 먹는다.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잘 생긴 나빈우 같은 남자를 못 만나더라도. 암튼 캔디라도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거나... ^^;;
<“사랑은 사탕이랑 비슷해야 해. 니가 걸핏하면 우물거리는 캔디 말야. 꼭 필요할 때 달콤함을 선사하는 후르츠 캔디 같아야 한단 말야.” (...)
허전하고 쓰러질 지경이어도, 쓰리고 얼얼하더라도 달콤함은 위로가 된다. 금세 닳아 없어질지라도, 형편없이 으깨어진다 하더라도 또 먹고 싶은 후르츠 캔디, 그리고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