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에 가고 싶어요 - 다문화가정의 감동이야기 좋은 그림동화 15
정길연 지음, 이정아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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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민족을 강조하던 우리나라가 어느 새 다민족 국가가 되었다. 핏줄을 그렇게 중시한다면서 그 많은 고아들을 외국으로 보내고, 더 이상 전쟁도 없고 굶주리지도 않는데 여전히 우리나라 고아들이 외국으로 보내지는 현실이다. 더구나 오랜 세월,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한쪽으로 치우친 외국인들의 한국 입성 때문이었다.

자연스레 외국과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행해졌어야 할 문화나 언어 등도 전혀 교류되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인 입성이었다. 어디서도 외국인을 이해하고 따뜻이 받아들이고자 하는 노력도 없었고 우리 모두 동등하다는 교육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 사회에서 외국인들의 치우침은 심해져만 갔고 그 사이에서 오는 갈등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앞으로 다가올 더 많은, 더 복합적인 갈등 요소들을 생각하면 하루 빨리 우리의 시선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그런 면에서 이 다문화 가정에 대한 동화는 시대에 맞게 잘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엔 주한 미군, 이젠 농촌의 다문화 가정을 좀 더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할 때인 것이다. 다른 외모 때문에 느끼는 외로움, 다른 가정과는 다른 환경에서 오는 차별, 외가가 멀리 있어서 생기는 그리움 등등이 아이의 입장에서 잘 그려진 동화다.

그런 외로움과 차별 그리고 그리움까지 우리가 친구로서, 동료로서, 한 사회를 살아가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받아들이고 보듬어주면서 함께 살아가면 안 될까? 그럼 이 사회가 좀 더 완전하고 따스한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서로를 동등함으로 따스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할 때다. 그런 면에서 참 고마운 동화다.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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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4-29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부쩍 다문화 가정을 소재로 한 동화들이 많으네요.
잘 읽었습니다.^^

진달래 2009-05-07 14:11   좋아요 0 | URL
음... 좋은 현상이라고 봐요. 한쪽으로 쏠리는 다문화 가정을 우리 사회에 자연스레 편입시키고 있는 그대로 다들 보려면요. 함께 잘 살아야죠. ^^*
 
우리 다시 만날 때 우리들의 작문교실 11
송재찬 지음, 윤문영 그림 / 계수나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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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읽는 동안 김연아 선수가 생각났고 박태환 선수가 생각났다. 그들을 보며 우리는 열광했고 그 뒷이야기를 궁금해 했다. 아무리 천재선수라도 그 노력과 열정이 얼마만큼이었는지, 그 뒤에서 누가 얼마만큼의 뒷바라지를 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상대에서 메달을 가슴에 달고 태극기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짓지만 그 눈에서 감격의 눈물도 보게 된다. 그 눈물엔 아마 그 동안 해온 끊임없는 노력과 혹독한 훈련 그리고 쉬임 없이 쏟아낸 땀방울이 모두 녹아 있었을 것이다. 

서울 필하모닉의 창단 신년 음악회에서 사람들은 맨 앞 두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지휘자의 손이 올라가자, 빈자리를 보며 나기철은 바이올린을 든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8 사계’의 막이 오른 것이다. 아지랑이 봄이 연주되는 동안 기철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릴 적부터 바이올린을 해온 기철인 학교 공부가 끝나면 늘 레슨을 받으러 달려가기 때문에 아이들과 놀 수도 없고 아이들과도 잘 알지 못한다. 6학년이 되자 짝궁이 된 서녕을 좋아하지만 기철인 축구도 잘 못하고 서녕인 주호와 더 친하다. 바이올린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에도 불구하고 엄마 등쌀에 못 이겨 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은 기철인 담임 선생님과 서녕의 응원 편지를 받게 된다. 음악가가 꿈이었던 선생님은 어릴 적 꿈을 이루지 못했고 서녕이도 피아노를 치다 그만둔 상태였지만 기철이와 서녕인 스승의 날에 합주를 한다. 그때부터 기철인 서녕이와 쪽지를 주고 받고 그게 나중엔 교환일기가 된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한 서녕이네가 야반도주를 하게 되자, 교환일기도 끝나게 된다. 

그 사이 음악은 나른하고 권태로운 여름으로 넘어간다. 바이올린도 시큰둥한 기철에게 여름캠프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 동안은 연습만을 강조하던 억척 엄마가 기철에게 캠프를 다녀오라고 한다. 캠프에서 신나게 아이들과 축구도 하고 냇가에서 가재를 잡기도 하고 하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큰일이 날 뻔도 하지만 기철일 구하려다 다치는 건 오히려 선생님이다. 옥수수 서리를 함께 하던 밤, 기철인 선생님께 정약대 얘기를 듣는다. 

“조선 시대 이야기인데, 대금 연주의 명인 정약대라는 사람이 있었어. 정약대는 1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인왕산에 올라 대금 연습을 했다는구나. ‘도드리’라고 7, 8분 걸리는 곡을 한 번 불고 나면 모래알 하나를 나막신에 넣었대. (...)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던지, 모래알 하나하나가 쌓여 나막신에 모래가 넘쳤고, 거기서 풀까지 돋았다는구나.” 

음악은 끝날 것 같지 않던 여름의 무더위와 폭풍을 물리치고 청초한 가을꽃을 피워내는 들판과 수확의 풍성함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무사히 예술중학교에 입학한 기철은 혹독한 훈련을 이기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도 보게 되지만 그때마다 자신을 다잡고 더 독한 연습을 해,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기회까지 잡는다. 

하지만 풍성한 가을이 지나고 차가운 시련이 다가오는 겨울처럼 음악은 칼날 같은 겨울바람을 연주하고, 기철에겐 왼손마비라는 절망이 닥친다.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바이올리니스트에게 그 말은 죽음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기철은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받으며 시간을 견딘다. 그 사이 한국에서 찾아온 한의사의 진료도 받고 한약도 먹으면서 마비되었던 손은 조금씩 치료가 된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한 것이다. 그럼 빈자리의 뜻은 무엇일까? 서녕인 다시 만났을까? 

“고통이 없는 성공은 없는 법이야. 성공한 사람들은 다 고통이라는 세월을 이겨 냈어. 천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아. 자기가 스스로 이겨 낸 고통을 쌓아 놓으면 거기서 천재란 싹이 움트는 거야. 그걸 가꾸어 세상에 내놓기가 또 얼마나 힘든데. 그런데 그 좋은 싹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꾸지 않고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는 천재 소리를 듣지 못해. 내가 보기에 넌 할 수 있어. 네 안엔 그 싹이 이미 돋았어. 잘 가꾸기만 하면 될 것 같아. 똑같이 시작했고 똑같이 잘하는데도 10년, 20년 세월이 흐른 뒤에는 서로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걸 보지. 한 사람은 고통을 참아 내며 열심히 했고, 한 사람은 끝내 자기 자신을 이겨 내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해 버린 거야.” 

단지 이 말은 악기를 하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 무언가에 재능을 갖고 있다. 그 재능을 살리고 꽃을 피우기 위해선 희생과 노력 그리고 고통이 필요한 것이다. 천재도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을 때, 이 작품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내가 모래알 하나하나의 노력으로 나막신을 넘치게 하고 그 나막신에서 풀이 돋았는지 말이다. 정말 두고두고 새겨볼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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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새 우는 밤 반달문고 25
오시은 지음, 오윤화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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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귀신 새라니 말이지, 무서워, 무서워~), 그림부터(아이들도 다 이상하게 생겼어. ㅠㅠ), 표지부터(귀신도 함께야, 으아~)… 으스스한 기운이 솟아나온다. 그래도 속으로 동화인데 지까짓 게 무서워봤자지, 안 그렇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책을 들췄다. 그런데 글쓴이 오시은 아줌마 좀 보게나. ‘노는 거, 먹는 거, 잠자는 걸’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댄다. 그린이 오윤화는 ‘다음에 태어나면 절대음감을 가진 명탐정이 되고 싶단다’. 웃기는 콤비네이션이다. 그래도 왕창 호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헤헤... 에라, 이 귀 얇은 독자야~ 

아이들은 무서운 귀신 이야기, 무지 더러운 이야기 같은 걸 좋아한다. (나? 경험으로 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 닥치면 어떨까? 4학년 3반에서 한밤중에 산으로 담력훈련을 간다(선생님이 간도 크지. 그러다 무슨 일 생기면 어쩌시려고). 미적대다 마지막 조에 편성된 범생이 승민이, 삐딱이 나영이, 투명인간 창수, 왕따 영호는 서로 말도 없이 함께 가다가, 서로 삐걱대다 결국 산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다행히 바위 앞에서 뭔가를 빌고 있던 할머니(혹시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를 만난다. 할머니 기도가 끝나면 마을로 데려다주신다는 말씀에 아이들은 얌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데 입이 근질거려서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그러다 슬슬 꺼내기 시작한 귀신 이야기가 있다. 물놀이를 갔다가 귀신 아이와 놀게 되고 도와줘서 목숨까지 구한 이야기, 알림장을 찾으러 갔다가 학교에서 혼자 비사치기(처음 들어본 놀이인데 재밌어 보인다.)를 하고 있던 아이와 함께 놀게 되는데 알고 보니 아무도 없었던 이야기, 울고 있던 아이가 데려다 달라고 해서 함께 갔는데 엄청 먼 거리를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이야기… 

전혀 친하지도 않고 별로 말도 안 했던 아이들이 서로 귀신 이야기를 하며 친해지게 된다. 할머니를 따라 무사히 마을로 내려온 아이들은 할머니 덕분에 선생님께 야단도 안 맞고 할머니와 헤어진다(결국 할머니는 여우가 아니었던 거다!). 그런데… 그런데… “으악~!” 결말은 비밀이다~! 그리고 요건 작가의 말씀이다. 새겨들을만 한 것 같아 옮겨적었다. 

‘가끔 보이지 않는 존재를 느낄 때가 있어요. 혼자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칼이 쭈뼛 곤두서거나, 얼핏 희미한 형체를 보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누구나 다 그런 것 같더라고요. 친구들에게 물으면 “맞아! 나도 그런 적 있어.” 하는 대답을 하거든요. (...) 혹시 여러분도 그런 존재를 만나게 되면, (...) 바로 친구에게 툭 털어놓는 거예요.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말이에요. 친구들이랑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오싹함은 어느덧 뭉글뭉글 풀어져 솜사탕처럼 환상적인 느낌으로 바뀌어요. 또 사이가 안 좋았던 친구와는 거짓말처럼화해도 하게 되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거, 꼭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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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소년을 만나다 세계신화총서 8
알리 스미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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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헤테로-섹수얼이다. 즉 이성애자라는 말이다. 보통은 여자와 남자가 만나 사귀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룬다. 그리고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호모라고 부르거나 레즈비언이라고 부르면서 쉽게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에이즈 같은 병 때문에 더 자주 이 말을 듣고 또 농담처럼 쉽게도 한다. 하지만 만약 당신의 가족 중에, 정말 절친한 친구 중에 호모나 레즈비언이 있다면 어떨까? 어떻게 받아들일까?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아마 밋지의 생각을 우리도 하지 않을까.  

‘(그 단어를 내 입으로 말할 순 없어.)
(맙소사, 그건 ‘암’이라는 말보다 더 나빠.)
(내 동생은 <스캔들 노트>라는 영화에서 주디 덴치가 분한 매사에 불만이 많고 집착이 강한 그 비정상적인 여자처럼 되고 말 거야.)
(그 영화를 볼 때는 주디 덴치가 그런 역을 썩 잘 소화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내 동생이 그들 중 하나가 될 것이고, 진실한 사랑이 결여된 끔찍한 삶을 살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기 전의 일이야.)
(내 동생은 비참한 삶을 살게 될 거야.)’ 

이 이야기는 참 애매모호하게 시작해서 마치 새벽 안개가 사라지듯이, 점점 베일이 벗겨지듯이 그렇게 다가왔다. 짧은 책이었음에도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내내 헤매다가 이야기가 선명해지고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자 끝났다. 참 특이한 책이다. 소년이 소녀처럼이고 소녀가 소년처럼이다. 그러니 헷갈리지. 결국 어떤 성이든 무슨 상관인가. 어떤 성이 어떤 성을 만나든 그게 사랑이고 가족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게 ‘우리’가 되고 ‘그들’이 되고 ‘모두 함께’가 되면 되는 것 아닌가.  

신화가 있다.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버리고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기를 것이다. 그런데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엄마는 이를 숨기고 아이를 남자아이로 키운다. 그 아이가 다른 여자 아이를 만난다. 그게 이피스와 이안테이다. 아이들은 함께 자라고 사랑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모든 일을 처음부터 허락했던 이시스 여신은 아이를 변하게 해 아무 문제 없이 결혼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 일이 다 끝났다고, 옛날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요즘도, 여자아이들은 숱하게 버려지고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낙태를 당하는 실정이다. 여기 등장하는 여자들은 이를 알리고 막으려 한다. 여자이든 남자이든 내가 선택한 게 아닌데 그 정체성으로 인해 왜 버림을 받고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 다른 한편으로는 그 성의 정체성이 성립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한 사람이 이를 지켜보는 과정…  

따져보면 그다지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처음엔 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어려움이나 이를 지켜보는 안타까움 만큼이나 따라가기에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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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구해줘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6
로맹 사르두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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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독교 신자이건 아니건 크리스마스는 이제 우리에게 어느 정도는 마법을 지닌 말이 되었다.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집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젊은이들에겐, 특히 연인들에겐 사랑의 마법을 일으키는 어떤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린 손꼽아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다리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게 아닐까. 내가 꼬마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 한 권씩을 준비하는 것도 아이들이 그런 작은 마법을 믿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크리스마스가 위험에 빠졌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났는데 양말이 텅 비어있으면 얼마나 그 상실감이 클 것인가. 그래서 글로리아가 나섰다. 크리스마스를 구하려고. 글로리아는 어린 딸 조와 함께 발머 경의 집에서 일을 하는 집사 겸 파출부 겸 요리사 겸, 기타등등이었다. 원리 원칙을 중요시여기고 예의범절이 몸에 배고 온갖 일에 부지런을 떠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일꾼이었다. 더구나 누구보다 현실주의자였던 그녀가 크리스마스를 구하러 떠나게 된 건 다 옆집에 이사 온 아리만 남작 때문이었다. 조금씩 세상을 검게 물들이려는 그에 맞서 싸우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마법이니까. 그 마법을 믿고 모험을 하다 보면 결국 모든 게 다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겠는가. 그러면서 온갖 모험이 벌어진다. 아리만 남작의 일에 방해가 되는 글로리아 때문에 발머 경의 집까지 파산하고 위험에 이르지만 글로리아가 크리스마스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동안 발머 부인은 또 아이들을 지킨다.  

이 작품엔 환상이 기묘하게 현실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동화적인 요소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발머 부인을 보면 마치 예전 글로리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조와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먹이기 위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단돈 몇 페니를 받고 리넨 제품의 세탁과 관리를 돕고, 며칠 밤을 새워 냅킨 수선을 하고, 자신을 가난하고 만만한 시골 아낙쯤으로 여기는 늙은 부르주아 영감들(그녀가 데이비 발머 경의 아내라는 사실을 이 영감들이 알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을 상대로 책을 읽어주곤 했다. 이렇게 살면서도 그녀는 한 마디의 불평도, 항의도 하지 않았다. 가족을 위해 기적을 만드는 것, 그녀에게 중요한 건 이것뿐이었다. ‘하루하루 버텨가면 돼’라고 그녀는 말했다.’  

마법을 믿으면 그 믿음이 현실이 된다. 이 작품이 알려주는 교훈이다. 우리,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고돼도 마법을 잃지 말자. 마법을 믿고 모험을 떠나보자. 그러면 나의 크리스마스를 구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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