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1달은 직무연수+구정 연휴로 거의 지나가 버렸다.타이완은 예전부터 인연은 있었지만, 정작 갈 생각은 못했던 곳이다. 홍콩과 상하이에 다녀온 이래, 중국 문화권 여행에 친근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여행을 결정하게 된 것도, [한자 간판이 가득한 복잡한 거리]를 걷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아 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캐세이 패시픽을 이용한 저렴한 에어텔 상품이 나와있다. 왜 그런지 2월 요금이 쌌다. 호텔은 어디로 할까. 번화가라는 시먼으로 할까하다가, 현지의 선현씨가 굳이 밤늦게까지 거리 돌아다닐 거 아니라면 좀더 고급스럽고 조용한 중산북로의 Fortuna Hotel로 하라고 조언. 아침 비행기로 떠나로 밤비행기로 오는 스케쥴이라 2박3일임에도 불구하고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을 거 같았다.
새벽에 택시까지 예약해놓고 터미널로 가서 공항가는 첫 버스를 탔다. 이 새벽에도 이용객이 많다. 고속도로 타고나서 잠이 들었고 서울 강변도로 달릴 때 잠깐 깼다가 김포공항가서 깨고...
캐세이 패시픽은 홍콩에 갈 때 이용했는데, 승무원들이 friendly해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도 매우 만족스러운 비행이었다. 좌석도 맨 앞자리를 줘서 여유있었다. 요정도 비행시간이 비행을 즐기기에 딱 좋단말야.
한없이 바다 위를 날다가 드디어 타이완섬이 발 밑에. 열심히 창밖을 내려다봤다. 비행기 타면 창가에 매달려 다닌 덕분에 항공사진 판독 시간에 잘한다는 소릴 들은 내가 아닌가. 단조로운 해안선, 꽤 높은 산맥들이 보이고...전체적으로 따뜻한 갈색의 인상을 주는 섬나라. SARS땜에 입국신고서 외에도 또 한장 서류를 작성.
CKS국제공항에 도착. 전에 홍콩 갈 때 한번 지나간 적이 있긴 하지만, 내리고 보니, 김포공항 구 터미널을 보는 듯 하다. 딱딱한 표정의 입국심사관은 한마디 말도 없이 입국스탬프 꽝. 입국장을 나와 먼저 관광안내소로 가서 고궁박물관 입장 할인권을 얻었다. 그밖에 지도랑 안내서 얻고, 선현씨에게 전화를 했는데 안 받네. 우선 호텔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갔다. 공항버스는 노선이 2개. Fortuna?했더니, 표검사하는 아저씨가 기다리란다. 좀 기다리다보니 Fortuna라고 창문에 써붙인 버스가 온다. 좌석이 꽤 높이 위치해있어서 전망은 좋네. 내릴 정류장을 운전사 청년에게 물어볼 요량으로 운전사 뒷 좌석에 앉았는데, 이게 운전사 청년이 Chinese Pop만 크게 틀어놓지, 영어 못하지, 차내 안내방송도 없지, 낭패로다. 내 건너편에 출장온 회사원으로 보이는 사람도 Fortuna가는지, 고속도로 벗어나 교외 풍경이 사라지고 번잡한 시가지 풍경이 들어오자, 연신 Fortuna를 물어본다. 그러나, 이 운전사는 뭐라고 하는건지...결국 사거리에 위치한 전철역같이 보이는 곳에 버스가 섰다. 여기가 민취안시루역인가? 내릴까? 여기서 가깝다고 지도상에는 나와있는데? 결국 건너편 자리 아저씨는 내렸는데, 운전사가 나에게 내리지 말라는 손짓을 한다. 에라, 버스 창에 Fortuna라고 써있었겠다, 역에서 표파는 사람도 호텔 앞에 버스가 선다고 했겠다, 한 정거장 더 가보자했는데, 저말로 버스는 Fortuna호텔 바로 앞에서 섰다.
그런데, 체크인하려하자 이게 왠일? 예약이 취소되었단다?? 하아?? 일요일이라서 여행사에 연락도 안되는데...다행히도 빈방이 있으니 일단 체크인하고 나중에 알아보잖다. 살았다... 리셉션 직원들의 영어는 뱅쿠버 차이나 타운의 영어보다도 더 알아듣기 쉬운 미국식 영어였다. 홍콩처럼 다다다다 빠르게 말하지도 않고. 이리하여 무사히 체크인 마치고, 짐을 풀고 한숨 돌린 후 선현씨에게 통화. 선현씨가 바로 데리러 온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