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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현재의 삶은 최고의 축복이다. 우리는 다른 때, 다른 곳에서 더 큰 축복을 얻게 되리라 기대하며 현재의 기쁨을 무시하고는 한다. 지금 이 순간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
이 문장은 도서 ‘다시, 책은 도끼다(박웅현 저. 북하우스)’ 에 나오는 구절이다. 얼마 전 타지에서 대학에 다니는 아이와 청주 근교에 있는 고즈넉한 카페를 찾았다. 주홍빛으로 곱게 물든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 거의 끝 무렵에 조그만 이정표가 보인다. 구불구불한 시골길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웅장한 건물이 나타난다. 카페 주변은 가을의 끝자락을 만끽할 수 있는 숲이 있고, 실내에는 커피 향이 짙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물 한 잔을 마실 때에도 아무 생각 없이 마시는 사람과 아주 예민한 촉수로 느끼면서 먹는 사람은 그 순간 존재하는 방식이 다를 겁니다. 만약에 물을 한 잔 마시더라도 물의 온도, 물의 맛, 목넘김의 느낌을 온전히 느낀 사람에게는 그 순간이 찬란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요?
나는 또 한 번 행복이란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소리처럼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것임을 깨달았다. 필요한 건 그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다.
햇살 가득한 카페에 둘이 앉아 책을 읽는데 행복했다. 지금 마시는 커피 한 잔에 행복을 느끼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가족의 건강함이 큰 축복으로 다가온다.
책은 메타 북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새로운 책을 읽는 즐거움으로 이어진다. 제목은 전작 ‘책은 도끼다’ 에서 설명하는데 카프카의 말을 인용했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저자는 자신이 읽은 책들은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였다고 말한다.
첫 책으로 쇼펜하우어의 ‘문장론’ 과 프루스트의 ‘독서에 관하여’ 를 소개했다. 공통적으로 독서와 사색의 결합, 즉 책을 내 것으로 체화함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체화(사전적 해석 - 생각, 사상, 이론 등이 몸에 배어서 자기 것이 됨)'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밀란 쿤데라의 ‘커튼’은 소설에 대한 책이다. 소설 읽기를 좋아하거나 소설 읽기 전에 들어야하는 사전이수과목 같다는 말에 구입 목록에 담는다. 이 책과 같은 메타북이다. 미화된 해석의 커튼을 찢어 버리고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말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외에도 예술, 여행과 역사, 세계문학을 다룬다. 책에서 소개한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당장 읽기 시작했다. 집과 직장이 가까우니 퇴근 시간이 빨라졌다. 즐겨보던 드라마도 종영하고......집에서 책 읽는 시간이 많아질듯. 전작보다 깊이 있는 책 읽기다. 저자의 시선을 통해 나의 시선으로 녹아내며 읽는 즐거움도 있다.
저자는 책을 읽을 때 빨리 읽기보다는 천천히, 제대로 읽기를 강조한다. 이 책 덕분에 내 독서법도 바뀌었다. 1년에 수십 권 읽기 보다는 한 달에 2권 제대로 읽기로 변했다. 책에 밑줄 긋고 띠지를 붙이며 모르는 낱말은 인터넷으로 검색한 뒤 여백에 메모 한다. 좋은 시나 구절을 필사한 노트가 제법 두둑해졌다.
책 한 권을 읽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이렇게 우리들의 삶을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모래알 씹듯이 꾸역꾸역 넘겨야 하는게 삶입니다. 그 삶 속에서 덜 힘들 수 있는 방법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야외보다는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추운 계절이다.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줄 한 줄을 찾기 위해 괴테의 ‘파우스트’를 다시 읽어야겠다. 좋은 책 한 권, 감동적인 한 줄은 고단한 삶을 위로 받고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