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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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반짝이는 은박의 눈송이가 곱다. 아이가 어릴 때는 한 겨울 나풀나풀 눈이 내릴 때 커다란 눈송이 찾기 게임을 자주 했다. 유난히 큰 눈송이가 보이면엄마 눈송이, 아빠 눈송이하며 눈이 바닥에 떨어질 때 까지 아이와 함께 시선을 고정했다. 일본 소설눈보라(사이토 마리코 저)’의 한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은희경 저)’는 아이와 즐겼던 눈에 얽힌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사서라는 직업적인 책임감으로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간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예약 판매 글을 보면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을 하고 책이 도착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 책도 저자의 이름만으로 선뜻 책장을 펼칠 만큼 반갑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수상자답게 여섯 편의 단편은 각각의 색깔을 지니고 적당한 무게로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그의 시선은 늘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선 채 맴돌지만, 결국에는 제 자리로 돌아오는 긍정성을 잃지 않는 사람들에 머문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일상에서 스치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나만의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는 단 하나의 눈송이다친구 사이인 안나와 루시아 그리고 요한에 얽힌 이야기인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는 안나가 크리스마스 때 좋아했던 요한을 만났지만 큰 실수를 하고는 도망치듯 사라졌던 옛 추억을 떠올리는 내용이다.‘어쩌면 세계란 처음엔 잘 열리지 않는 방문과 탁자와 침구와 그리고 여행 가방을 기본단위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스페인 도둑의 주인공 완의 글이 와 닿는다.‘프랑스어 초급과정은 신도시로 이주한 여성이 새로운 삶에 적응을 못하고 좌절을 거듭하지만 작은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미국으로 이주한 모자의 험난한 삶과 개러지 세일로 위안을 받는‘T 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은 생생한 외국 정착기에서 슬픔이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미국의 여류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올리브 키터리지가 생각났다. 개인의 일상을 다룬 내용이면서 결말 속 반전의 신선함이 닮았다. 고단한 삶이지만 칙칙하지 않은 점에서도 유사한 구성이다.

 

여섯 편의 소설은 독립적인 단편이면서 옴니버스처럼 이어진다.‘눈송이의 주인공 안나는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에 등장하는 소년의 엄마와 오버랩된다. 또한 안나는금성녀의 옆집 하숙생으로 연관 짓게 된다.‘프랑스어 초급과정에 등장하는 여성과 임신한 태아는스페인 도둑의 어머니와 완으로 연결된다. 이런 자유로운 상상은 소설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은희경 소설은 주인공을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미화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낯선 삶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작은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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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3-29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으신거예요? 발빠르게 움직이시는 님!
저는 이 작가의 <새의 선물>과 <마이너리그>를 읽었어요. 그리고 이런저런 작품집에 끼어 있는 단편들을...
잘 쓰는 작가죠.
"미화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기란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아마 소설을 쓰는 사람들만이 잘 알 듯싶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작가는 이것저것 꼼꼼히 따지며 수학적인 글쓰기를 할 거라고 짐작이 되니까요. (저도 잘 모르고 짐작만... ㅋ)

토요일 아침이라 좋습니다. 출근하지 않는 님은 더욱 좋으시겠지요?
달콤한 휴식의 날이 되시길...


세실 2014-03-31 10:17   좋아요 0 | URL
은희경 소설 좋아해요^^ 예약구매 해놓고는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작은 체구, 가느다란 목소리에서 어떻게,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쓰는지.....ㅎ
술술 읽히는 자연스러운 글이 베어나오기 위해서는 수학적 계산 하겠지요^^
제목도, 내용도 참 좋았습니다.

토요일에는 친구들과 스파를 하고 왔습니다.
1년에 두어번 만나는 친구들이지만 대학 시절을 공유했기에 끊임없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머리는 시원하고 몸은 따뜻한 노천탕은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다' 였습니다^^
편안한 한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