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언니는 나보다 세살 많다. 학교 다닐적 "안먹어"를 연발해서 엄마의 속을 무던히도 썩이던, 덕분에 날씬한 몸매를 유지했던 언니.  공부에 대한 욕심보다는 책 보는 것, 글쓰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교내 백일장대회에서 자주 상을 받았다. 하지만 지방 국립대 국문과에 원서를 냈다 떨어지고, 그 당시 전문대는 인기가 없었기에 그냥 대학을 포기했다. 별 아쉬움도 없이....취업을 하고 결혼과 동시에  직장도 그만두었다.

아이가 셋. 욕심없이 그저 형부 월급으로 알콩달콩 살면서, 평수 늘려 이사가고, 가구 늘리는 재미에 푹 빠 져 산다.   큰아이, 작은 아이 자모회에 열심히 쫓아 다니고, 아이가 반장도 하고 학년전체 1등을 하니 다른 자모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참 평범하고도 행복하게 산다.

어제는 형부의 생일 초대. 전전날은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저녁을 집에서 장만하고, 전날은 모임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외식하고, 오늘은 우리 가족이랑 저녁을 먹는다. 난 신랑생일에 누구 초대할 상상도 하지 못하는데......  저녁은 불낙전골이다. 갖은 쌈에 다양한 밑반찬, 울 신랑 밥을 두공기 헤치운다.  우리집에서는 아침에 먹을 만한게 없다고 툭하면 굶고 출근하는 남잔데....

언니를 보면서 인간사 세옹지마를 느낀다. 대학에 가지 못해서 늘 마음아파 하던 엄마의 걱정을 한방에 날려버릴 정도로 잘 살고 있다.  나는? 비싼 사립대학 나와서 매일 허둥대며 밥도 대충, 아이들 교육도 대충, 집안 청소도 대충, 빨래도 대충~ 그러면서 부자도 아닌 그렇고 그렇게 살고 있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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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11-19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대충 사시는것 아닌듯 싶사옵니다..

제가 보기엔 너무나 멋지게 사시는데요^^

물만두 2004-11-1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하동문이옵니다^^

세실 2004-11-19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 우울해요. 이잉... 우울하면 글도 우울하게 써지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두분의 따뜻한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