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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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는 일흔살 이적요시인이 사랑한 열일곱살 소녀의 이름이자 책의 제목이다. ' 아 나는 한은교를 사랑했다'는 서두의 한 구절이 일흔이라는 나이의 선입견으로 선뜻 와닿지 않았지만 책을 덮고난 지금은 시인이 인용한 '사랑에는 나이가 없다'라고 말한 파스칼의 말에 충분히 공감을 한다. 마흔이 느끼는 이 마음은 고스란히 일흔에도 전달되겠지.

소설은 편지형식으로 되어 있고 이적요시인의 죽음 1주기를 즈음해서 편지의 개봉을 부탁한 Q변호사가 화자로 나오는 구성이다. 은교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제자 서지우와 노시인의 편지, Q변호사와 은교의 생각이 교차되는 시점은 언뜻 추리소설을 읽는 스릴감을 맛보게 한다. 은교를 보고 첫눈에 반한 노시인은 '사랑의 발화와 그 성장, 소멸은 생물학적 나이와 관계가 없다'는 말로서 사랑의 감정을 합리화 하지만, 서지우에 대한 질투와 배신의 모멸감으로 서지우를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도 생을 마감한다.    

마치 삼류소설같은 내용은 셰익스피어, 보들레르, 엘리엇등의 싯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고급스러운 문체로 재탄생한다. 사회적 통념에 기인한 고정관념으로 보면 분명 통속소설이지만 삶과 죽음, 거짓과 진실, 사랑과 애증의 사이를 절묘하게 표현한 소설이다. 한달만에 쓴 폭풍같은 소설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독자도 폭풍처럼 읽어 내려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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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6-15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십대에 이런 이야기는 미쳤나봐 웬 주책하지만 이젠 이해가 되려고 해요

세실 2010-06-15 09:39   좋아요 0 | URL
그쵸.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