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어본건 처음이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표지와 제목이 평범하지 않은 내용임을 짐작하게 한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좋다. 어둡고 칙칙한 가족의 일상을 다룬 소설인데 작가 특유의 유쾌, 상쾌함과 해피엔딩의 마무리가 따듯한 미소를 자아낸다.
한 줄에서 보여주듯이 각각의 구성원은 차마 가족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구차하다. 삼류 영화 한편 찍고 쫄딱 망해 결국 엄마 집으로 들어온 삼남매중 유일하게 대학을 나온 오인모 48세, 진한 립스틱을 즐겨 바르고 화장품 외판원 일을 하는 일흔이 넘은 엄마, 하루종일 먹고 자는 일이 전부인 전과 5범의 몸무게 120킬로그램 거구인 52살 형 오한모(오함모), 두번째 이혼을 하고, 피자 한판을 혼자만 먹는 이기적인 딸 민경이를 데리고 와 함께 살게된 마흔 세살 오미연까지 참으로 징글징글한 가족이야기이다.
이보다 더 일그러진 가족의 모습이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한 복잡한 가족사와 남보다 못한 관계처럼 으르렁거리며 폭력을 휘두르고 끝없는 욕설을 퍼 붓는 가족의 모습은 어쩜 멀지 않은 미래에 자주 보게 될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대규모 실업자가 양산되는 현실에서 부모에 의지해 사는 캥거루족들의 모습을 떠올리는건 비하일까? 다행히 그들에게는 엄마라는 구심점이 있었다.
한없이 희생적인 엄마상을 보여준 노모는 전파상 구씨와 바람이 나 미연이를 낳고 아버지의 손짓에 집으로 돌아온 화려한 과거가 있다. 그런 엄마이기에 자식들의 실패와 어긋남까지도 그저 '내 탓이요' 하고 포용할 수 있는 아량이 있는 것일까? 평소에는 남남처럼 지내던 가족이 가출했던 민경이를 찾아오게 하고, 오함마가 '크게 한 건' 하고 외국으로 달아났을때 대신해서 죽을 만큼 맞아 주었으며, 엄마가 황혼에 다시 만난 전파상 구씨와 행복하게 살도록 피해주는 아량을 베풀게 한다. 역시 가족은 결정적인 순간에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 칙칙한 가족의 일상이 즐겁게 기억되는 건 소설 속에 감초처럼 등장한 헤밍웨이의 작품 이야기다. 현실과 이상이 결합된 화자의 독백과 소설속 다양한 내용은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무식한 오함마까지 <노인과 바다>를 읽고 고뇌하는 모습은 다소 코믹하기까지 하다.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주는 엄마의 후원과 믿음, 아이러니 하게도 각각 새로운 가족과의 만남으로 그들의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가면서 해피엔딩의 결말을 맺게 된다. 아름다운 결말이라서 참으로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