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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평점 :
"사형이 선고되었을 때 순간적으로 스치는 느낌은 한마디로 '공허'였다. 나의 존재 자체가 공동화 되는 상실감이었다고 기억된다. 그리고 너무 짧게 끝나는 생애에 대한 아쉬움이 뒤따랐다. " 사형선고를 받고 났을때의 그 느낌을 적은 글로 책의 말미에 과거를 회상하며 쓴 글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에서 주인공이 사형선고를 받고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불안감을 보며 마음 아팠던 기억이 사형에 대해 생각해 보았던 짧은 시간이었다. 사형선고를 받고 나서 휴지에 이토록 아름다운 추억의 글을 썼다니 저자의 담대함에 그저 할말을 잃는다.
긴박한 상황에 비하면 글은 참으로 평화롭다. 코흘리개 아이들과의 소중한 첫만남부터 2년여 동안 이루어진 순수한 모임 '청구회'에 대한 회상이 주된 내용이다. 해학적인 간결한 그림과 어우러진 절제된 글, 영문이 마음에 든다.
대학생들과 나들이 떠난 길에서 우연히 만난 초등학교 6명의 아이들. 어른의 시각에서 무덤덤하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이 길이 서오릉 가는 길이 틀림없지?" 하는 대화가 그의 따듯함과 배려를 보여준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청구회' 모임은 단지 권위있는 어른의 가르침이 아닌 그들의 아픔, 고민을 들어줌으로써 올바르게 크는 원동력이 되었으니 인생의 참스승, 멘토였으리라.
청구회는 한달에 한번의 만남에서 '아아 무정', '집없는 천사', '로빈 후드의 모험', '어린 왕자', '풀루타크 영웅전'등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아름다운 모임을 지속했다.
그런 순수한 모임을 왜곡하고 기만한 시대상이 그저 마음 아프다. 그때 그 어린이들은 이제 50을 훌쩍 넘긴 어른이 되었을텐데 지금 다들 어떻게 지낼까 궁금해진다. 그 시절의 감상을 어떤 추억으로 간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