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국 시.도 학교도서관 담당 장학관 모임으로 교과부에 다녀왔다.
원래 장학관이 가셔야 하지만 고입 발표를 며칠 남지 않은 민감한 시점이라 담당자인 내가 다녀온 것.

난생 처음 가본 정부종합청사는 참 웅장했다. 입구의 대기실엔 즐비한 화분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공무원증을 가져갔더라면 무사 통과일텐데 "방문 목적, 방문하는 곳, 담당자 등"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리고 나누어준 방문 목걸이.   

회의는 1년동안 학교도서관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를 주제로 2009년도 사업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충족이 되었으니 소프트 웨어 부분. 예를 들면 사서교사 또는 사서의 배치와 양질의 프로그램 운영인데 참 예민한 문제다. 사서교사는 교원 총정원제에 포함되어 있기에 사서교사의 증가는 곧 일반 교사의 수업일수가 늘어나는 점이고, 일반 사서가 들어가면 교사 신분이 아니기에 애매 모호한 입장이 되겠고, 비정규직을 늘리기에는 무기계약을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잘 지어진 도서관을 관리해 줄 사서가 없다는 사실이 참 암울하다. 도서관의 소중함을 알면서 정작 방치하고 있으니..... 

청주에서 출발할 때에는 신규일때 잠깐 로맨스가 될뻔 했던(?) "그 남자"를 찾아가 봐야지 했지만 끝도 없이 이어져 있는 사무실과 20층 이상인 규모에 놀라 이내 단념했다. 거의 20년전 일이고, 그 남자가 싫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나보다 작게 느껴졌던 키였는데 멋있어 졌으면 배 아플거라는 이기심도 작용했다. 나로 인해 성당에도 다녔으니 착한 남자이긴 했어. ㅎㅎ 

회의가 끝나고 친구를 만나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이 만난다는 곳. 그래서 이름지어진 두물머리(양수리)에 가보았다. 가끔 촬영장소가 된다는 멋진 곳이지만 겨울엔 이곳도 을씨년스럽다. 다행히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석창원은 한겨울임에도 초록의 싱그러움을 보여 주었다. 겸제 정선이 그린 금강산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풍경이 멋지다. 정갈한 실내 공간과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보여주는 온실, 수레로 만든 정자가 인상적이다. 빠알간 빛깔이 탐스러운 동백꽃과 늘어진 나뭇가지 사이에 수줍은 듯 피어 있는 눈부시게 하얀 매화도 예쁘다.  

양수리 가는 산책길 사이에 끝없이 펼쳐질 난의 향연을 보지 못함이 못내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멋진 여행이었다. 여름에 꼭 와보고 싶은 곳이다. 



 

여름이었다면 이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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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1-16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사 총정원을 1명씩 늘려야지요. 당연히 사서교사는 정식교사가 되어야 하고요. 아 정말 미치겠다... 저희 학교도 도서관 멋지게 지어놓고요. 신설이라 책은 얼마 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채워넣어가고 있어요. 근데 사서선생님만 없으니... 인근에 계약직이나마 사서 선생님이 있는 학교 보면 도서관 운영이나 아이들 책 읽는 것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더라구요. 에휴~~

세실 2009-01-16 08:4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회의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서교사가 각 학교마다 배치되면 좋겠지만 요원한 현실에서,
일단은 사서든 비정규직 사서든 배치되는 것이 나으리란 생각했습니다. 그런 후에 사서교사로 전환을 하던지 하는 방향....
앞으로는 점점 좋아질 꺼라는 생각 해봅니다.

2009-01-16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6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1-16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주광역시는 1년 계약직으로 사서가 다 배치되었답니다.전 임 교육감이 국문과 출신으로 특수시책이 '독서생활화'라서 사서교사와 학부모독서회 활성화가 잘 되었죠. 사서교사가 있으니 학부모독서회가 하던 사서도우미를 안해도 되지요.^^

세실 2009-01-18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대단합니다. 학교수가 많을텐데...계약직이 정규직되고 그러면 좋겠습니다.
학부모독서회가 활성화 되면 아이들 독서에도 관심을 갖게되고 아 굉장히 바람직합니다.
이곳도 리모델링은 끝났으니 이제 사서직 배치만 남았습니다. 올해 열심히 뛰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