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책 좋아하는 사람이랑  수다 떨기, 책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사랑하기, 책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따라 하기, 책이 알려주는 장소 가보기" 이 책을 쓴 정혜윤PD의 프로필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옆지기를 처음 만났을때 책에 대한 이야기로 밤 늦도록 대화를 나누면서 설레였고, 첫 느낌으로 결혼까지 간 것을 보면 나도 책 좋아하는 사람이랑 수다떨기의 원조일듯.

그녀의 첫 책 <침대와 책>은 좀 산만하다는 느낌, 무언가 정리가 잘 되지 않는 느낌으로 별다른 감흥없이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참 마음에 든다. 다양한 독서편력과 오랜 방송경험을 통한 해박한 지식은 책 곳곳에서 보여진다. 공지영의 이름만으로 책을 구입했지만 소설가, 영화감독, 영화배우등 유명인사들의 책과 함께 한 삶이야기가 실렸다. 그들의 공통점은 어릴때부터 책을 유난히 좋아했다는 것과, 현재에도 책을 통한 풍요로운 삶을 가꾸어 나간다는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은 진중권. 미학오디세이를 읽으면서 그의 박학다식과 즐거운 책읽기에 감동했는데 역시나 그가 읽은 다양한 책 소개와 깊이있는 글에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진중권이 책을 읽는 이유는 감동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맥락 속에서 자기만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려는 것이다. 이런 상상의 도서관 놀이를 통해서 그는 그런 책 한 권 쓰고 나면 '죽어도 좋아'라고 말할 만한 책을 몇권 찾아냈는데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문명화과정>, 프레이저의 <황금가지>, 아리에스의 <죽음앞에 선 인간> 같은 책이다"  재미있게 읽었던 미학 오디세이가 그의 그런 정신적 욕구를 충족하지 않았을까? 

TV를 통해서 접한 <달콤한 나의 도시>의 작가 정이현씨는 존 치버의 <다리위의 천사>,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세상과 자신 사이의 화해, 나는 살기 위해서 책을 읽었다는 공지영. 그녀의 복잡한 과거사는 그저 사생활이라는 생각으로 덮어두었으면 한다. 불행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저 행복을 위해 용기있는 결정을 한 것 뿐.  때로는 친구같은, 때로는 언니같은 딸 위녕과의 관계가 아름답다. 그녀가 읽었던 책은 모두 읽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윌리엄 모리스의 시<나는 작은 담장 있는 정원을 알고 있네>, 벤 존슨의 <나르키소스를 위한 메아리의 탄식>을 소개한 글이 참 와 닿는다. 많은 부문을 할애한 도미니크 보나의 <로맹 가리> 전기도 읽고 싶다.

가난으로 초등학교때 책 한권 읽지 못하고, 중학교때 책읽는 재미에 빠졌다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 "어떤 인물도 딱히 무엇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라는 한 줄 카피가 와 닿는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소로우의 <월든>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아웃사이더들의 삶을 다룬 <마이너리그>를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 은희경은 쿤데라의 <느림>과 친기즈 아이트마토프의 <백년보다 긴 하루>에 대해 이야기 한다.

왠지 통할것 같은 변영주감독의 <그후>, "한 시절의 순수를 찾아서 자기 자신을 소모해버린 끝의 긍정"이란 카피의 신경숙씨, 배우이면서 다독가 문소리, <당신들의 대한민국>의 작가 박노자씨등도 나온다.   

그들의 책과, 그들이 좋아했던, 삶을 풍요롭게 했던 책을 소개하는 이 책속의 책은 두고 두고 한권씩 찾아 읽고 싶다. 힘든 삶에 위로가 되고, 살아가는 힘이 되었던 책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책들. 작가, 평론가, 배우, 감독등 다양한 삶을 사는 그들이지만 모두 책을 좋아하는 공통점과 책을 통해서 세상과 자신 사이의 화해 도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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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9-0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려서 오타 수정도 못하고 그냥 자야겠다. 아함 꾸벅 꾸벅..... 내일 다시 봐야지.

순오기 2008-09-07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읽어야 할 책이 많아요.^^ㅜㅜ~ 요즘 구본준 기자의 '한국의 글쟁이들'을 한편씩 보고 있어요. 분야별 최고의 글쟁이들이라 그들의 책도 엄청나더군요. 페이퍼로 쓰려고 생각중이에요.
세실님 리뷰를 보니 이 책도 읽어야 할 것 같고... ^^

세실 2008-09-11 06:3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두 그책 읽고 싶어서 보관함에 넣었습니다. 님의 페이퍼 기대하겠습니다. 전 엄두가 나지 않아요. 헤헤~~~
이 책 맘에 드실거예요.

비로그인 2008-09-12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풍성하고 편안한 추석보내시기를..

세실 2008-09-15 09: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명절 되고 계신거죠?
전 어제 친정방문을 끝으로 무사귀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