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방학때 '고흐전'을 다녀온뒤 고흐에 대한 궁금증으로 읽게 된 책. 고흐전은 오디오 가이드의 자세한 해설이 도움이 되었지만, 많은 인파와 유난히 더웠던 공간은 나중엔 힘겹기도 했었다.
천재화가로 대표되는 고흐. 목사가 되기를 원했고, 한때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기도 했지만 그의 광적인 행동은 신자들의 떠남과 옷을 벗는 것으로 끝이 났다. 화가임에도 생애동안 단 두 작품만 팔렸기에 평생 동생 테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받았고, 물감 살 돈이 없는 적도 많았으며, 모델 사기도 힘겨워 주로 자화상을 그렸던 가난한 화가. 예술가라면 끊이지 않았을 여자관계와 스캔들도 그에게는 사치였는지 잠깐 만났던 창녀 시엔이 모델인 <슬픔> 이외에는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이삭을 줍는 농부의 아낙> <바느질하는 여인> 같은 시골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은 자주 등장한다.
그의 작품중 밀레의 작품을 모사해 그렸다는 <씨 뿌리는 사람>에 대한 강한 인상때문인지 고흐는 태양을 닮고 싶었던 화가는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힘겨운 현실보다는 이상을 그리워했던 화가. 태양을 연상하는 강렬한 노란색을 좋아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었으리라.
아를르에 도착한 빈센트는 <꽃 핀 복숭아나무>에서 부드럽고, 가벼운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냈다는 <노란집>은 보면 볼수록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노란집 아래에 위치한 카페를 그린 <밤의 카페 테라스>는 아름다운 밤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움이 남는다. 살아있는 동안 작품의 진가를 평가해 주고 아껴주는 사람이 좀 더 많았더라면 그렇게까지 우울한 삶을 살지는 않았을텐데, 고흐와의 관계에서 좀 더 배려하였다면 귀를 자르는 극한 상황은 생기지 않았을텐데, 누군가 옆에서 진심으로 위해주고 이해해 주었더라면 정신병원에 가지도 않고,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하지도 않았을텐데.... 사후에 인정을 받았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살아있는 동안의 외로움이, 쓸쓸함이 참으로 안타깝다.
미술관에 다녀온뒤 화가의 책을 읽는 즐거움은 크다. 미술관의 연장 선상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 놓친 작품에 대한 해설과, 감상하지 못했던 그림들, 좀 더 깊이있게 작가의 삶을 알아가는 즐거움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