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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가족 - 과레스키 가족일기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김운찬 옮김 / 부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과 연배가 비슷한 두 아이에게 눈이 갔다. 자아가 강하고 자기 주장이 분명한 조숙한 여섯살 파시오나리아, 아버지가 유명작가임에도 별다른 감흥이 없고, 아버지의 소설을 읽고는 '별로'라고 과감히 말하는 역시나 자아가 강한 알베르티노. 우리 아이들과 비교해 보면 참으로 어른스럽고 맹랑하기 까지 하다.
그러면서도 우리 주변의 일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부모와 자식사이가 상하관계라기 보다는 친구같은 수평관계이다. 파시오나리아가 자신의 집을 '더러운 집'이라고 표현하면서 아빠는 언제나 수염이 길고, 페인트와 자동차 기름으로 얼룩져 있고, 아이들은 여덟시에 학교 가는데 열한 시에나 일어나는 엄마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 한다. 우리네 같으면 당황하면서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자괴감에 빠져있겠지만 조반니노와 마르게리타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친구에게 아빠를 운전기사라고 소개해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즐겁게 거짓말에 동참한다. 참으로 위대하다.
문득문득 딸내미가 동생에게 소리 높여 혼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와 똑같다는 느낌을 갖는다. 이 책에도 아빠의 편지를 몰래 뜯어보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본 딸도 아빠의 편지를 당연히 뜯어 본다.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진리가 멀리 유럽에도 통하나 보다.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유쾌했다. 가족의 일상을 적은 수필 형식이지만 신변잡기가 아닌 작가의 삶, 아이들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추리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돈하는 엄마가 귀엽기도 하다. 희생정신이 강한 엄마보다는 아이들과 친구같은 엄마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완벽하기 보다는 실수도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아이들은 더 좋아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