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낱말편 1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 유토피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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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은 화장실에 두고 짬날 때마다 읽기 제격이다. 폄하하는 게 아니라, 한 번에 좌악 읽어내리기 보다는 하루에 한 챕터씩 야금야금 흡수하는 재미가 여간 아니라는 얘기다. 삽화가 유치한 것 같아도 이해가 한 번에 싹~ 되는 것 또한 즐겁다. 가끔 이렇게 큰 그림 있으면 책 읽는 진도가 빨라지니 뿌듯함도 느끼게 되고, 한 권 독파하고 나면 글이 좋아지고 생각이 깊어진다니, 이 아니 좋을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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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문현미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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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많은 인간들이 살고 있지만, 얼굴은 그것보다 훨씬 더 많다. 누구나가 여러 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12쪽

아, 그러나 사람이 젊어서 시를 쓰게 되면, 훌륭한 시를 쓸 수 없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때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한평생,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의미와 감미를 모아야 한다. 그러면 아주 마지막에 열 줄의 성공한 시행을 쓸 수 있을 거다. 시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감정이 아니고(사실 감정은 일찍부터 가질 수 있는 거다), 경험이기 때문이다.-26쪽

<국립 도서관에서>
나는 여기 앉아서 한 시인의 작품을 읽고 있다. 열람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을 느낄 수 없다. 그들은 책에 몰두해 있다. 그러면서 마치 잠을 자다가 두 개의 꿈 사이에서 몸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듯 책의 쪽수 사이에서 몸을 뒤척인다. 아, 책 읽는 사람들 속에 있는 게 너무도 좋다. 왜 사람들은 늘 책을 읽을 때와 같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가까이 가서 그를 살짝 건드려보아라. 그는 조금도 그걸 느끼지 못하리라. 일어나면서 옆에 앉은 사람에게 살짝 부딪히고 사과를 해도,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얼굴을 돌려 고개를 끄덕이긴 하나, 상대를 보지는 못한다. 그의 머리카락은 잠자는 사람의 머리카락 모양과 같다. 그것을 보면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지. 그런데 나는 여기 앉아서 한 사람의 시인을 앞에 두고 있다. 이 무슨 운명인가. 지금 열람실 안에서는 대충 삼백 명의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다. 그러나 이들 하나하나가 시인을 앞에 두고 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45-46쪽

운명은 여러 무늬와 형상을 고안해 내기를 좋아한다.-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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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 왔다 - 2000년 제31회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
이문구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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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들은 사투리 유머 하나. 충청도 사람들은 "보신탕 드실 줄 아세요?"를 어떻게 말할까? 정답은 "개혀?"

푸핫! 단 두 글자로 뭉근하게 물어보는 저 충청도 사람들이라니. 나도 태생이 충청도인지라 묘하게 일체감을 느낌과 동시에, 그들의 뛰어난 축약 스킬에 엉덩이가 번쩍일 정도로 놀랍기도 하고. 역시나 충청도의 힘인가? 전라도나 경상도 사투리와는 달리 의뭉스럽게, 끈덕지게, 먼 산 바라보며 하는 말투가 나는 꽤나 마음에 든다.

이문구는 충청도 토속어의 대가다. 그래서 혹자들은 그의 소설이 잘 안 읽힌다고도 하는데, 나는 오히려 한 템포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는 그의 토속어 작렬 문체가 고맙다. 은근히 뒤끝이 있어서 생각의 여운도 깊다.

이윤기 작가는, 마감이 임박한 어느 날 우연치 않게 이문구의 이 소설을 집어들었다가 기어이 마감을 넘기고야 말았다고도 한다. 출판사 담당자와 통화를 하면서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를 펼치는 실수를 했노라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그 담당자의 맞장구가 더 기막히다. "어쩌다 그런 실수를 했어요? 거기서 빠져나와 원고 쓰기는 틀렸네요?"

그러니까 결론은, 빠져나올 수 없는 실수를 경험해 보고 싶은 이라면 이 책을 집어들 것. 하지만 나는 역시나 '관촌수필'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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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 왔다 - 2000년 제31회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
이문구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6월
품절


생긴 것은 꼭 이런 데서나 살면서 바가지에 밥 푸고 호박잎에 건건이를 담아 먹게 생겼어도, 두룸성 있는 구변 하나는 예배당이 큰집인지 작은집인지 모르게 사는 권사며 집사며가 되로 주고 말로 받기 십상으로 미끈덩하였다.-40쪽

나두 얼마 전에야 우연히 어떤 책에서 보구 깜짝 놀랬시다마는, 무슨 얘기냐 허면, 인간은 앉은 자리에 가마히 앉아서두 그 칠십 년을 채우기 위해서, 즉 죽음을 향해서 시속 사십 킬로루 달리구 있다 이거요.-81쪽

"이승은 선착순이구 저승은 선발순이라, 인저는 막내가 아니라 선배여."-95쪽

오늘따라 새들이 어지러이 날고 있었다. 새는 위에서 날고 그림자는 밑에서 나니 눈앞이 사뭇 어수선한 것이었다.-95쪽

파인애플은 달고 향기롭기가 그만이지만 신맛이 있는 탓에 몇 조각도 채 못 먹어서 이내 물리게 마련이었다. 그럴 때는 소금을 찍어 먹었다. 소금을 찍어 먹으면 여기서도 복숭아를 고추장에 찍어서 술안주를 삼듯이 색다른 맛이 났던 것이다.-103쪽

대가리에 들은 것 없는 것덜이 아가리에 침 고일 새가 없는 것덜이라구.-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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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탕달의 연애론 - 새롭게 쓰는
스탕달 지음, 권지현 옮김 / 삼성출판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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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는 중간중간 '옳타구나!', '맞아 맞아', '나도 이랬었지', '하아~ 고것 참...' 등의 추임새가 절로 나온다. 연애를 한 번 해본 사람보다는 서너번 해본 사람에게서, 다섯번 해 본 사람보다는 열번 정도 해 본 사람에게서 더욱 더 그런 추임새가 많이 나올 터. 연애를 해본 사람들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 이론서도 나오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여러 연애 케이스를 수집해 '너도 이랬어? 나도 그랬는데. 그럼 이런 거구나.' 하는 사전 조사가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 베이스가 두텁고, 그래서 꽤나 공감가고 믿음직하다.

원저본을 읽어보지 않고 '새롭게 쓰는' 스탕달의 연애론을 읽은지라, 얼만큼 의역되고 재구성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읽어보고는 싶었으나 막상 책을 집어드려니 어려울까봐 용기가 나지 않던 이들에게는 꽤나 희소식이겠다. 어려움 없이 술술 읽히고, 시중의 잡다한 연애백과보다는 진중하다. 연애지식이 일천한 10대보다는 어느 정도 세상 풍파에 찌든 나같은 30대에게 이 책은 더 어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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