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상
페터 회 지음 / 까치 / 1996년 12월
구판절판


그린란드에서 물에 빠진 사람은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바다의 수온은 사 도 이상 올라가지 않으며, 그 온도에서는 모든 부패 과정이 정지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익사자의 위 속의 내용물의 발효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58쪽

내가 지키는 요리의 원리는 간단한 것 한 가지뿐이다. 늘 뜨거운 음식을 만들자. 혼자 살 때 그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것은 정신 위생을 위해서도 좋다. 사람을 계속 움직이게 해주니까.-79쪽

사람들은 시계에 의해 자신의 삶을 지탱해간다. 거기에 약간의 변화만 주면 거의 언제나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86쪽

어머니는 낡은 조개 껍질로 만든 파이프로 담배를 피웠다. 어머니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감추고 싶은 진실이 있을 경우에는 파이프 안을 긁어서, 긁은 부스러기르 입에 넣고 마마토크, 즉 "좋군" 하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서 말을 할 수 없는 척했다. 침묵을 지키는 것 역시 하나의 기술이다.-107쪽

별명이 굳어버린다는 것은, 그것이 어떤 깊은 진실을 포착하기 때문이다. -137쪽

사람들은 절망이 너무 크면 그것 때문에 멈추어서 꼼짝도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절망은 내부 어딘가의 어두운 모퉁이에 돌돌 말려 있어, 몸의 다른 부분들은 그대로 기능을 하도록, 실질적인 문제들은 그대로 처리해나가도록 강요한다. 그 문제들이란 중요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어쨌든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계속 살아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다.-3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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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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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가기 전,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책들을 한아름 싸들고 떠났었는데, 그땐 이 책을 몰랐다. 아마, 뉴욕 배경이라는 걸 알기 전에 911 사건으로 아빠를 잃은 한 아이의 이야기라는 홍보문구를 발견했기 때문이리라. 재난소설(?)은 왠지 내 취향이 아니니까.  

하지만, 편견을 버리고 손에 잡아보니, 재난소설이라기보다는 철학적 사색이 가득한 훌륭한 소설이더라.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철학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그래서 알랭 드 보통도 좋은 거고,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아주아주 생각할 거리가 많은 '생각소설'이다. 그런데. 이런이런. 이 사람 젊기까지 하다. 나보다 고작 한 살이 많은 77년생이네. '신동'이라는 찬사까지 듣는다는데 이 책은 겨우 두 번째 저서다. 근데 왜 이렇게 훌륭한 거야!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을 센트럴 파크에서 읽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것. 그랬더라면 뉴욕 주의 여섯번째 구를 발끝으로 끌어당기듯 팽팽하게 날선 기분으로 썩 괜찮은 현장독서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다음 여행가방엔 꼭 꾸려가리라.  

아, 그리고 이젠 베갯머리에서 눈물 흘릴 때마다 다음날 일기예보를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이런 기가 막힌 상상력이라니!  301쪽부터 시작되는 <여섯 번째 구> 챕터 또한 두고두고 외울 듯이 읽게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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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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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침대에 누워 뉴욕의 모든 베개 밑에서 저수지로 이어지는 특수 배수구를 발명했다. 사람들이 울다가 지쳐 잠이 들 때마다 눈물이 전부 같은 곳으로 흘러가게 되면, 아침마다 일기에보관이 눈물 저수지의 수위가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62쪽

문학은 그녀의 아버지가 실천하는 유일한 종교였어, 책이 마루에 떨어지면 그는 그 책에 키스를 했어, 책 한 권을 다 읽으면 그 책을 좋아할 만한 사람에게 거저 주려고 했고, 만약 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하면 땅에 묻었어.-160-161쪽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인생에 왔다가 가버리냐! 다 셀 수도 없을 정도라고! 그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놔야 해!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들이 떠날 땐 잡지도 말아야지."-211쪽

"글쎄, 아무리 둘째가라면 서러울 비관주의자라도 센트럴 파크에서 단 몇 분만 있어보면 현재 이외에 뭔가 다른 시제를 경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마련이지. 그렇지 않니?"-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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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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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씨는 도쿄에서 온 파견 직원이잖아. 앞으로 몇 년?" 이라부가 물었다.
"앞으로 1년 3개월 남았습니다."
"그런데 인간관계 때문에 고민해? 좀 모자란 사람이네." 태평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든 1년 남짓이면 완전 타인이잖아. 나 같으면 모히칸 헤어스타일로 출근하겠다."
"어떻게 그런 무모한 일을......."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일은 해보는 게 좋아. '파견지에서의 수치는 사서도 한다'는 말도 있잖아."

<면장선거>-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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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공중그네와 인더풀은 진작에 읽었고. 대학로에서 '닥터 이라부' 연극을 하고 있단 얘기를 완전 뒷북으로 알고 나서 급하게 면장선거도 구입했다. 학창시절에도 안해본 '예습 잘 해 가는 모범생' 역할을 충분히 해내 것! 아, 책도 재미있고 연극도 유쾌하다. 때마침 각색에 대해 배우고 있던 중이라 더할나위 없이 요긴한 기회!  

이라부는 남편감으론 싫지만, 친구로 하나 있었음 좋겠다. 돈 많은 뚱땡이 괴짜 의사, 어쨌거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됐다고, 방법은 하나같이 의뭉스러워도 치료는 훌륭히 해내니까 그는 결과론적으로 대단한 의사인 셈. 그리고 알고 보면 그는, 의사이면서 동시에 철학자이다. 가만히 보면 그렇게 인생선배랄 것도 없는데, 그가 툭툭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간혹 촌철살인이며,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한 해답서이다. 그래, 짧은 세상, 걱정할 게 뭐 있어. 아무도 신경 안 쓰고 모히칸 헤어스타일로 출근한대도, 사실 괜찮은 거다. 이라부가 괜찮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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