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뉴욕에 가기 전,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책들을 한아름 싸들고 떠났었는데, 그땐 이 책을 몰랐다. 아마, 뉴욕 배경이라는 걸 알기 전에 911 사건으로 아빠를 잃은 한 아이의 이야기라는 홍보문구를 발견했기 때문이리라. 재난소설(?)은 왠지 내 취향이 아니니까.
하지만, 편견을 버리고 손에 잡아보니, 재난소설이라기보다는 철학적 사색이 가득한 훌륭한 소설이더라.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철학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그래서 알랭 드 보통도 좋은 거고,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아주아주 생각할 거리가 많은 '생각소설'이다. 그런데. 이런이런. 이 사람 젊기까지 하다. 나보다 고작 한 살이 많은 77년생이네. '신동'이라는 찬사까지 듣는다는데 이 책은 겨우 두 번째 저서다. 근데 왜 이렇게 훌륭한 거야!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을 센트럴 파크에서 읽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것. 그랬더라면 뉴욕 주의 여섯번째 구를 발끝으로 끌어당기듯 팽팽하게 날선 기분으로 썩 괜찮은 현장독서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다음 여행가방엔 꼭 꾸려가리라.
아, 그리고 이젠 베갯머리에서 눈물 흘릴 때마다 다음날 일기예보를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이런 기가 막힌 상상력이라니! 301쪽부터 시작되는 <여섯 번째 구> 챕터 또한 두고두고 외울 듯이 읽게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