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5년 10월
구판절판


"손으로 뭘 만들 줄 아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댔잖아요."
"내가 언제 그랬냐."
"엄만, 엄마가 얘기해놓구도 다 잊어먹었는가베. 왜, 어렸을 적에요. 우리 집에 어떤 거렁뱅이 아저씨 몇 밤 자고 간 적 있었잖어. 짚을 엮어가지고 재소쿠리 짜주고 간 사람! 그적에 그 사람 무섭다고 가라고 하라니깐 엄마가 그랬잖어. 손으로 뭘 맨들 줄 아는 사람은 믿어도 된다고."-160쪽

어느날 그분이 그저 소주 한잔을 받아놓고 앉아만 있는 나에게 배호가 어떤 사람인 줄 알아? 물었다. 그 사람 노래가 왜 아직까지 많은 팬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지 아느냐고. 노래를 잘 하잖아요. 내 싱거운 대답에 그는 아니야, 그 목소리엔 죽음이 배어 있기 때문이야, 라고 말했다. 신장염을 앓느라고 병상에 누워서 죽을둥 살둥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불렀던 노래라서 그런 거야. 걷지도 못하고 의자에 앉아서 토해낸 노래라서 그런 거야. 그놈이..... 낮술이 얼큰하게 오른 그는 이제 뱋를 그놈이라고 칭했다. 스물아홉에 죽으면서 뭐라고 했는 줄 알아? 팬 여러분 고맙습니다. 하지만 난 틀렸나봐요...... 그랬지. 미친 놈, 고맙기는 뭐가 고마워. 저를 죽인 게 그놈의 노래인 줄도 모르고선.-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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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깊은 집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5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처음에 이 책을 '읽지'않고 '봤다'.
MBC에서 고두심, 이계인 등이 나오던 드라마였는데
둥그렇고 깊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그렇게 날 것도 없고 빠질 것도 없는 고만고만한 살림들이 복닥대던 곳.
그곳이 바로 '마당깊은 집'이었다.
(드라마 '아들과 딸'을 쓰셨던 박진숙 작가님이 각색했더라.)

사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류와 비교해 본다면, 구질구질하기 그지없다.
갈고리손으로 풀빵을 굽고 고구마를 굽는 상이용사가 나오고,
나이스한 몸매의 딸년이 미군 하나 자알~ 붙잡아서 미국 가는 게 꿈인 어미가 나오고,
사상에 물든 젊은이와 그를 주시하는 형사가 나오고,
기생들 한복 삯바느질로 살아가면서도 애들만큼은 꼿꼿하게 키우려는 과수댁이 나오고...
등장인물들 면면만 보아도, 아이고 이 사람들 한 집에 사는 것만으로도 드라마네 드라마!

성장소설의 한 부분이면서, 시대소설이기도 하고, 작가의 자서전이기도 한 책.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선 이 책을 스테디셀러로 꼽았더라.
그래, 많이 팔려라 많이 팔려.
그 시절을 이렇게 집약해놓기도 힘들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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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깊은 집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5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구판절판


그렇게 학교와 대구일보사로 맥빠진 채 나다니던 4월 하순 어느 날, 나는 마당깊은 집의 그 깊은 안마당을 화물 트럭에 싣고 온 새 흙으로 채우는 공사 현장을 목격했다. 내 대구 생활 첫 일 년이 저렇게 묻히고 마는구나 하고 나는 슬픔 가득 찬 마음으로 그 광격을 지켜보았다. 굶주림과 설움이 그렇게 묻혀 내 눈에 자취를 남기지 않게 된 게 달가웠으나, 곧 이층 양옥집이 초라한 내 생활의 발자취를 딛듯 그 땅에 우뚝 서게 될 것이다.-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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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 정미정이 제안하는 21세기 여성의 에너지
정미정 지음 / 나무생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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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철저한 자기자랑용 무료배포 싸인본.
나이는 어리나 진중한 마음이 최고인 MR이
친히 나를 위해 싸인까지 받아다 준 책이지만,
아, 미안해요. 퍽 재미가 없어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동도서 저리가라 할 정도로 활자가 큰 덕분에
빨리 빨리 읽히기는 하더라.
아무리 자기PR시대라지만, 자기PR과 자기자랑은 다르지 않나?
이렇게 자랑 일색인 책은 김영삼 대통령 회고록 이후 처음.
미국 가서 누구누구랑 악수하고 사진 찍은 게 최고 자랑인 그나,
어릴 때 이런 칭찬 받았네 저런 칭찬 받았네 하는 게 최고 자랑인 그녀나,
뭐 오십보 백보가 아니겠는가.
 
이 책을 보고 스스로 '진화'하겠노라 마음먹는 여성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심히 의심스럽다.
 
딱 한 군데 밑줄 그을 곳은 있더라.
그런데 그 밑줄 그은 부분이, 저자의 '말'이 아닌 '통계자료'라는 게 아이러니.
한미간 전업주부 연봉 통계 비교가 바로 그것인데,
이거 어디서건 한 번은 써먹을 수 있는 재미있는 비교 자료!
남녀가 적절히 섞인 술자리에서 이 통계 슬쩍 풀어내면,
한두시간은 노가리 안주 없어도 시간 잘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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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 정미정이 제안하는 21세기 여성의 에너지
정미정 지음 / 나무생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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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국내의 법원 판결 내용과 통계청 등 관련기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전업주부의 연봉은 2100만~2500만 원이라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행해진 조사에 의하면 미국 전업주부의 연봉은 약 1억 2천만 원(13만 6095달러)이다. 우리나라 전업주부의 연봉보다 무려 5배 정도 많다.
대한민국 주부들이 미국 주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어디가 어떻게?
따져 보니 우리나라와 미국은 주부들의 가사노동을 보는 시각이 달랐다. 한국 주부의 연봉 기준이 된 법원 판결은 주부의 월급을 인부 일당을 근거로 환산했다. 그래도 단순 육체노동보다는 조금 더 특별 대우를 해서 일당 1만 5천 원이 추가된 일당 7만 4230원의 특별인부로 계산을 했다.
미국에서는 주부의 역할을 10가지로 정의한 뒤 시간당 노동 가치를 곱해서 몸값을 계산했다. 즉 주부의 일과를 가정부, 요리사, 보육시설 교사, 세탁소 운영자, 운전사, CEO, 간호사, 집 수리공 등으로 쪼갠 뒤 해당 직업의 월급을 감안하여 주부 연봉을 책정한 것. 똑같은 일을 하고도 대한민국 전업주부들은 응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7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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