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학교와 대구일보사로 맥빠진 채 나다니던 4월 하순 어느 날, 나는 마당깊은 집의 그 깊은 안마당을 화물 트럭에 싣고 온 새 흙으로 채우는 공사 현장을 목격했다. 내 대구 생활 첫 일 년이 저렇게 묻히고 마는구나 하고 나는 슬픔 가득 찬 마음으로 그 광격을 지켜보았다. 굶주림과 설움이 그렇게 묻혀 내 눈에 자취를 남기지 않게 된 게 달가웠으나, 곧 이층 양옥집이 초라한 내 생활의 발자취를 딛듯 그 땅에 우뚝 서게 될 것이다.-2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