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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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7쪽

온 마음을 바친 사랑의 흔적은 그 어느 때고 미지의 장소에서 사람을 감동시키고야 마는 것일까?-136쪽

이 지방은 나뭇잎이 떨어지고 바림이 차가워질 무렵, 쌀쌀하고 찌푸린 날이 계속된다. 눈 내릴 징조이다. 멀고 가까운 높은 산들이 하얗게 변한다. 이를 <산돌림>이라 한다. 또 바다가 있는 곳은 바다가 울리고, 산 깊은 곳은 산이 울린다. 먼 천둥 같다. 이를 <몸울림>이라 한다. 산돌림을 보고 몸울림을 들으며서 눈이 가까웠음을 안다. 옛 책에 그렇게 적혀 있었던 것을 시마무라는 떠올렸다.-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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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천운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천운영의 소설을 읽으면 멍게 한 점을 혓바닥에 올려놓고 단맛을 느끼고 싶고,
잠자리 날개 소리나는 하얀 쌀밥을 치아 뒤에 대고 굴리고 싶다.
어떻게 말하면 감각이 미칠 듯이 생생하다는 거고,
어떻게 말하면 짐승냄새 물씬 난다는 거고.

그런데 사람들은,
천운영의 소설이 동물적이라 싫다고 말하면서도
어디선가 몰래몰래 읽고들 있는 모양이다.

아. 그런데 이것은 내가 11월 6일에 읽었던 책.
다 읽고 리뷰를 쓰지 못한 채 쌓여 가는 책이 이제 50권이다.
마음이 무거워 누구에게 대필이라도 시키고 싶은 심정.

요즘, 운동중독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나는 그렇다면 시덥잖은 기록 중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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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천운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품절


멍게를 먹으면 살고 싶어져요. 그것도 아주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갑자기 당신이 고개를 들어 내 쪽을 보며 말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한입 가득 멍게를 넣었다. 나는 당신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옅은 물기를 느낄 수 있었다. 슬픔이 당신의 눈꺼풀을 스쳐갔다. 뜨거운 덩어리가 저 밑에서부터 울컥 솟구쳐 올라왔다. 당신의 등을 쓰다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아주 잠깐 들었다. 하지만 나는 말없이 멍게만 먹을 뿐이었다. 당신 역시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멍게 살을 입에 넣고 물을 마셨다. 당신과 나는 접시에 멍게가 다 없어질 때까지, 혀끝이 알알해지도록 멍게만 먹었다.-82쪽

눈물은 훔치는 것이 아니라 말리는 것이다. -101쪽

말갛게 부풀어 오른 밥알이 공기와 처음으로 닿을 때 밥알들 사이에서는 잠자리 날개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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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신경숙의 책은 대부분,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너무' 많이 들어 있어서 불편하다.
어떤 단편들은 '쉼표'가 너무 많아서 불편하다.

불편한 점이 두엇 되는데도 신경숙의 책을 읽는 이유는
고등학교 시절 '잠깐단짝'이었던 J 때문이다.
사실 그 아이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는데
어느 날 나의 수첩에 적힌 글귀의 출처를 물어보더니
그게 내가 쓴 거라는 걸 알고는 나에게 관심을 보였던 J.
아마 색상에 관련된 아주 짧은 글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내 앞에 들이민다면, 얼굴이 붉어지고 손발이 오그라들 거다.

어쨌거나.
그 아이는 나에게 이제껏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문집을
나에게만 몰래 보여주기 시작했고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에 가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고
그 이유는 작가 신경숙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신경숙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아름다운 얼굴은 이 세상에 둘도 없을 거라 말했다.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알게 됐던 그 아이의 글솜씨.
그 아이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나는 이렇게 네 덕분에 신경숙의 소설을 찬찬히 읽어보고 있는데.

헌책방에서 발견한 이 책은, 그 아이를 기억하게 하는 것 말고도 묘미가 또 있다. 


 

어머나, 추억의 책갈피!
한때 저 책갈피를 모으는 게 유행이었다. 음, 나일롱 문학소녀의 수집욕이랄까?
저 책갈피에서 칼릴 지브란의 시도 자주 봤었는데...
그리운 나의 90년대.
 
그런데 책갈피의 뒷면을 보니... 

 

어머나 이를 어째. 내 서점이래, 희영문고.
게다가 검색해 보니 이 서점 아직도 건재하다.
경기도 성남의 신구대학 앞(책갈피 뒤에는 신구전문대 앞이라고 돼 있다)에 있으니
여러분, 많이 애용해 주세요. 10% 적립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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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2
신경숙 / 문학동네 / 1995년 10월
구판절판


80년의 서울의 꽃나물들은 피어나서 깜짝 놀랐을 것이다. 언 땅 밑에서 기신기신 세상으로 나와보니 이미 꽃들보다 먼저 지천에 쏟아져나와 있던는 정치의 봄, 서울의 봄.-15쪽

밀물과 썰물은 서로 반대의 개념을 갖고 있지만 밀물의 어느 순간과 썰물의 어느 순간은 일란성 쌍둥이같이 똑같다. 그 순간이 지나면 빠져나가고 스며들어오는 확실한 반대의 개념을 갖지만 서로 반대의 개념으로 가기 전 한순간은 눈부시게 똑같은 정경을 보여준다.-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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