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천운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품절


멍게를 먹으면 살고 싶어져요. 그것도 아주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갑자기 당신이 고개를 들어 내 쪽을 보며 말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한입 가득 멍게를 넣었다. 나는 당신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옅은 물기를 느낄 수 있었다. 슬픔이 당신의 눈꺼풀을 스쳐갔다. 뜨거운 덩어리가 저 밑에서부터 울컥 솟구쳐 올라왔다. 당신의 등을 쓰다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아주 잠깐 들었다. 하지만 나는 말없이 멍게만 먹을 뿐이었다. 당신 역시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멍게 살을 입에 넣고 물을 마셨다. 당신과 나는 접시에 멍게가 다 없어질 때까지, 혀끝이 알알해지도록 멍게만 먹었다.-82쪽

눈물은 훔치는 것이 아니라 말리는 것이다. -101쪽

말갛게 부풀어 오른 밥알이 공기와 처음으로 닿을 때 밥알들 사이에서는 잠자리 날개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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