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 여행에 그것도 사무적인 출장으로 대도시나 몇 군데 드나든 것이 여행의 전부인 사람은, 급행열차마저 쉬어가지 않아 물색이 보잘것없는 시골 정거장의 썰렁한 모습에서 문득 지난날 자신의 어설펐던 모습을 떠올리기가 쉬울 것이다.<여요주서 - 관촌수필 7> - P315
무릇 울 안의 나무란 함부로 심고 옮기며 베지 않는 법이므로, 나무를 벤 즉시 그 그루터기에다 낫이나 칼을 꽂아둠이 동티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도 했다. - P26
"명이 다하면 사람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집을 버리고 떠났던 자들은 돌아와도 짐승처럼 혼자 숨어서 죽느니라. 개는 흔히 마루 밑에 들어가 죽고 고양이는 봄날 짚단 속으로 들어가 죽느니라. 또한 새는 나뭇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산짐승은 깊은 굴을 찾아들어가 마침내 제 숨을 다하느니라."<편백나무숲 쪽으로> - P148
손가락을 안으로 접어들여 셈을 하는 동작은 소유의 기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대문 안으로 물건을 들여놓는 식이라 하겠다. 그는 그 반대의 동작을 취함으로써 뜻하지 않게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고래등> - P164
삶은 뜻하지 않은 각도로 사람을 바꿔놓는다. 남들이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계기로 작용해 생의 전모를 바꿔놓는 수가 종종 있다.<고래등> - P187
"...늙으면 하늘로 날아가는 새를 보고도 눈이 매워지게 마련이야..."<제비를 기르다> - P93
신촌 공씨책방 뒤편에 ‘체 게바라‘라는 술집을 개업했다. 중심가에서 비껴나 목이 안 좋은데다 간판이 그러하니 장사가 될 리 없었다.<연> - P12
그래, 정연에게 마음이 기운 순간이 있었을 테지. 누구나 그럴 때가 있으니까. 그러다 초라해진 옛사람과 다시 만나 그보다 더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겠지. 그리고 오히려 이쪽에서 또 매달렸겠지. 그게 삶의 굴레라는 것이다. <연> -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