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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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를 읽은 후에 김경욱 전작주의를 결심했다.
정말 책 많이 읽은 청년이로구나 싶게 그의 책 곳곳에는 주옥같은 '남의 말'들이 많다.
그런데 그 '남의 말' 덕분에 나의 독서영역도 넓어지겠다.
전작주의도 전작주의지만 다른 작가들의 책도 읽고 싶은 게 많아졌기 때문.
예를 들자면,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플루랑스의 <결혼행진곡>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눈이 침침해지기 전에 어서 읽어야 할 텐데.
이래저래 걱정이 많은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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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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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약효의 팔십 퍼센트는 플라시보 효과다. 플라시보 효과로 치자면 책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부작용도 거의 없다. 중독? 환영할 만한 일이다.-12쪽

당신이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 말해주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다. 당신의 독서목록은 그 자체로 당신의 자서전이고 영혼의 연대기이다.-16쪽

내가 죽는 것이 가슴 아픈 유일한 까닭은 그것이 사랑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18쪽

내가 구두를 선물하자 당신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그렇게 불쌍해 보이던가요? 내가 기대한 반응은 그런 게 아니었다. 제 발 사이즈는 어떻게 아셨어요? 당신이 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물어왔다면 나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답했을 것이다. 당신을 읽는 것은 나의 즐거움이죠. 인파로 붐비는 환승역에서 행인들의 뜨악한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플랫폼 바닥에 그려진 발자국의 크기를 줄자로 재던 내 모습을 은밀히 떠올리며 미소를 지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위험한 독서>-29쪽

"독창적인 물건을 만들어내려면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고립되어야 해. 위대한 작품을 쓰기 위한 일곱 단계. 첫번째, 모든 인간관계를 끊어라. 두번째, 전화코드를 뽑아라. 세번째, 방문을 걸어잠가라. 네번째, 컴퓨터의 전원을 켜라. 다섯번째, 아무도 시도한 적 없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글을 써라. 여섯번째, 창문과 방문을 열어젖히고 기왕 쓴 글의 사분의 일을 버려라. 마지막 단계, 아내에게 읽혀라."-78쪽

헤밍웨이가 옳았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에 불과했다.-87쪽

"십 년은 꿈, 백 년은 꿈속의 꿈, 천 년은 한순간의 빛이지요."

<천년여왕>-92쪽

기억의 연금술에 의해 사실과 허구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몸을 섞어 하나가 됐다.-108쪽

사랑하는 자는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감출 수 있지만 사랑받는 자는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감출 수 없다.-108쪽

그가 세 살 때 최초로 읽은 글자는 맞춤법에 어긋난 것이었다. '안주일절'이 아니라 '안주일체'가 옳은 표기였다. 자신이 최초로 읽은 글자가 잘못 표기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비범한 재능이 과연 축복일까 하는 형이상학적인 의문에 사로잡혔다.-109쪽

"나는 긍지에 찬 사람보다 허영심에 차 있는 사람들에게 관대하다. 상처받은 허영심이야말로 모든 비극의 어머니가 아닌가?"-114쪽

"한때 당신을 사랑했던 나 자신을 용서하지 않기 위해 내내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나의 사랑은 당신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에 대한 사랑입니다. 그러니 모든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요, 샬롬."

<게임의 규칙>-114쪽

"열정적 사랑은 찰나의 것이지만 영원을 보여주기 때문에 위험하다.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 눈을 감는 것은 영원에 눈멀까 두렵기 때문이다."

<공중관람차 타는 여자>-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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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에 이별을 1
한수산 / 삼진기획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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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의 책은 촌스럽고 애잔해서 70년대스럽다....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 97년도에 초판이 나왔다.

정말이지 제2의 부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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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에 이별을 2
한수산 / 삼진기획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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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어느 철학자는 말했었다. 섹스, 남녀의 성교에는 여덟 가지가 있다고.
그에 의하면, 여자가 하는 이야기를 기분 좋게 듣고 있는 것도 성교였다.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여자와 소근소근 속삭이는 것도 성교였다. 여자의 물건을 자기 옆에 놓아두고 즐거워하는 것도 성교의 하나였다. 여자를 매만지거나 스치는 것도 성교였다. 여자와 함께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성교였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것 또한 성교였다.-161쪽

"제주에서는 저녁 때 서쪽으로 가야 합니다."
"무슨 시 같군. 제주의 저녁은 서쪽에 있습니다."
선글라스를 밀어올리면서 그가 혜련을 보았다. 제주에서 협재대정 쪽으로 난 일주도로를 끼고 돌기로 하고 떠난 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에 이런 게 있지. 파리행 비행기는 밤에 떠납니다. 이별의 시간을 아끼십시오. 팝송이야."-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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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에 이별을 1
한수산 / 삼진기획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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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남자가 커피에 몇 스푼의 설탕을 넣는지를 알 때쯤이면 여자는 결혼을 했거나 아니면 헤어져 있어야 한다. -12쪽

한 여자는 남자의 기억 속에 얼마나 오래 잠겨 있을 수 있는가. 그것은 두 사람이 치러낸 관계의 깊이에 따라 길어질 수도, 아니면 소나기처럼 지나갈 수도 있겠지.-26쪽

모든 사랑의 시작이 그렇지 않은가? 사랑이 무슨 시험을 쳐서 시작하거나 면허를 따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기차여행에서, 등산길에서, 어느 찻집에서 그렇게 만나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인연이 길고 뜨거운 것이 될 때, 그것은 오래 남아서 즐겁거나 서러운 문양을 만들게 된다.
날줄과 씨줄을 엮어 무엇을 짜내는가는 그 만남 뒤의 일이다. 잠깐의 만남으로 영영 잊혀진 얼굴들이 있다 해도, 모든 사랑의 시작은 그렇게 짧게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27쪽

바다 위에 비가 뿌리고 있다. 물 속으로 물이 떨어지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물인 바다 속으로 가장 작은 물인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43쪽

"이리 봐도 좋고, 저리 봐도 좋고, 엎어놓고 봐도 좋고, 뒤집어놓고 봐도 좋고, 낮에 봐도 좋고, 밤에 봐도 좋고... 그러다가 어느 날 꿈 깨니까 내 팔자가 이 꼴이드라."-63쪽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 머리를 감게 하고 매일 구두를 갈아 신게 할 그런 남자도 나에게는 없다. 이게 바로 늙는 거구나 싶었어요."-84쪽

"그때 오빠, 우리는 어울리지도 않게 포도주를 사가지고 갔었잖아요. 산에 포도주를 사가지고 가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 걸 하면서 말예요."
"으음, 그때 그랬었지, 맞아. 잠깐만, 그런데 그 일을 행복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 않니. 다들 산에 가고, 포도주도 마시고 그러는데."
"그때 술잔이 없어서 사과로 잔을 만들었었잖아요." (박순녀의 '산에서 만난 남자')-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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