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명화 비밀 - 개정판 생각나무 ART 1
모니카 봄 두첸 지음, 김현우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2월
품절


9월 9일, 작업 시작을 알리는 공식 행사에서 그는 자신보다 먼저 작업했던 두 사람이 대충 모양만 만들어놓은 대리석의 가슴 부분에 정을 대고 '몇 부스러기'를 떨어뜨렸다. 옷을 입고 있는 다비드를 염두에 두었던 전임자들과 달리 미켈란젤로는 나체의 다비드를 구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일화다.

<미켈란젤로 부나로티 - 다비드>-36쪽

정작 이 작품을 신비화시킨 사람들은 주로 문학 작가들이었다. 아르센느 우센예 같은 작가는 작품에 입힌 광택마저도 신비감을 더해주는 효과를 가진다고 했는데, 18세기 중반에 쓴 글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름마저 아름다운 모나리자, 은은한 갈색으로 빛나는 그녀...... 그녀가 누구인지 묻지 마세요, 차라리 그녀가 누가 아닐 수 있는지를 물어보세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 - 모나리자>-87쪽

캐럴 던컨은 1989년에 쓴 매우 의미심장한 글에서 주로 뉴욕의 현대미술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생각 없이 박물관을 찾는 많은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점을 지적했는데, 그것은 바로 현대미술에서 여성의 누드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왜 미술사가들은 사회적으로나 성적으로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여성의 나체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던가? 나체와 매춘부라는 주제가 현대예술에서의 재현의 쇠퇴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어떻게 그 이미지들이 미술사의 권위적인 전통이나 위신을 손상시키지 않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누드라는 주제가 가장 높은 예술적 야심과 함께 갈 수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한 그녀 자신의 대답은 모든이들을 만족시킬만한 것은 아니었다.

성적대상이 된 여성의 몸이라는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사회적환경으로서의 박물관을 남성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조용하지만 지속적으로 진행된 그 과정을 통해 누드작품은 박물관 방문이라는 지적행위를 남성들만의 행위로 만들어나갔다. 이는 여성의 누드를 통해 현대미술이 남성들만의 기획이 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314쪽

1988년 파리의 피카소 박물관에 그림을 대여할 때, 당시 큐레이터였던 윌리엄 루빈은 "만약 비행기가 폭발이라도 하는 날엔 자살해 버리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이 그렇게 걱정이 되면 비행기를 타고 같이 가면 되지 않냐고 말하자, 루빈은 "그렇군요, 그렇다면 자살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겠군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파블로 피카소 - 아비뇽의 처녀들>-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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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이 죽었다고?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5월
품절


오래 탄 차에는 운전자의 영혼이 배어든다...

<페르난도 서커스단의 라라 양>-70쪽

사랑에 대한 낭만적 상상은 우연이 필연으로 비약하는 데 필요한 정족수를 터무니없이 줄여준다.그리하여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단 한 번의 우연조차도 필연으로 미화하는 논리적 비약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본디 사랑이라는 감정은 비약에 근거하므로.-98쪽

우정이란 선택적인 감정이어서 타인에 대해 이런 면은 마음에 들지만 저런 면은 맘에 들지 않아도 성립한다. 그러나 사랑은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이분법적 감정이어서 이것 혹은 저것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하나도 빠짐없는 전부에 대한 사랑이다. -106쪽

니체가 말했다. 자신을 혐오하는 자는 스스로를 혐오하는 자신을 사랑한다.

<낭만적 서사와 그 적들>-118쪽

당신이 어떤 채널을 선호하는지, 어떤 프로그램을 즐겨보는지 말해준다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있다.

<나비를 위한 알리바이>-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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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깜둥이 삼보
헬렌 배너만 지음, 고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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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프의 개처럼, 읽기만 하면 침 줄줄 흐를만큼 행복해지는 책이 있는데
꼬마 깜둥이 삼보가 바로 그런 책이다.

나무 주위를 빙글빙글 돌던 호랑이들이 결국 녹아서 버터가 되고,
그 버터로 핫케익을 구워 169개나 먹어치웠다는 깜둥이 삼보.
핫케익 엄청 고소하고 짭짤할 것 같아. 아아앙아아.

책의 후반부에는 가장 원작에 가깝다는 라인하트(Chatto & Windus)판이 덤으로 붙어 있다.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 시판되고 있다는데  그래서인지 한글 한 문단에 영어 한 문단씩 배치되어 있다.
혼자 있을 때 괜히 소리내서 영어로 읽어보니 기분 째진다.

헬렌 배너만이 처음 이 이야기를 구상한 건
1898년, 딸들을 인도의 고원피서지로 보낸 뒤 남편이 근무하는 마도로스로 돌아가는 열차 안.
무라카미 하루키는 주방에서, 조앤. K. 롤링은 카페에서, 그리고 헬렌 배너만은 열차에서...
기껏해야, 주방에선 밀린 설거지, 카페에선 수다, 열차에선 맥주만을 즐기는 나에겐 실로 딴 세상 이야기다.
참. 원작에선 인도의 아이였던 주인공이 미국판에서는 흑인 아이로 그려저서
인종차별이다 뭐다 해서 말도 많았다는데,
아, 옛날에 죠리퐁이 여성 생식기랑 비슷하니 판매를 중단하라는 어느 여성단체의 주장만큼이나 어이없다.
'깜둥이'라는 단어가 조금 신경쓰이긴 하지만
개구리 중사 케로로에서도 쿠루루를 '노랑이', 기로로를 '빨강이'라고 하잖아.
엥, 이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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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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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한 가지의 주제에 유달리 천착하는 작가들이 있는데
신경숙도 그렇고 공지영도 그렇고 김연수도 그렇다.
그래서 그들의 사상이나 경험에 쉬이 공감하지 않는 이상 전작주의를 실현하기란 꽤나 버겁다.
아. 그런데도 나는 또다시 김연수의 책을 집어들었다.
머리를 쥐어뜯어도 이유를 몰랐는데... 이런, 지큐 5월호를 보니 '나도?' 싶다.
문학평론가 조영일이 이 시대의 작가들을 신랄하게 평가한 대담이다.

 
조영일: 평균에 만족하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다.  평균을 뛰어넘는, 한국문학을 선도해 나갈 수 있을, 패기와 실력을 겸비한, 시대와 치열하게 싸우는... 그나마 김연수 작품에서는 이런 의지가 좀 느껴진다. 워낙 못 써서 문제지."

GQ :  유종호의 하루키 비판에 대해, 그가 시대적 변화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에 따른 문학적 변화들은 전혀 인정하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연수에 대해 비평할 땐, 당신 역시 '문학적 변화'에 폐쇄적이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조영일 : 그 말은 김연수에게 요즘의 감각이 있다는 건가?

GQ : 김연수 소설은 많이 읽힌다. 

조영일 : 김연수는 굉장히 복잡하게 쓴다. 인물을 자세히 묘사한다기보단, 앞뒤가 엇갈리고, 이 얘기 했다가 저 얘기 했다가...젊은 사람들에겐 참신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내 눈엔 엉성하게 보인다. 자기 글을 통제 못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 같다. 많이 읽혀봤자 일만 부나 이만 부다. 

GQ : 그게 적나?

조영일 : 그것만으로 먹고살기 힘들다. 그리고 김연수의 인기는 작품보다는 인간적인 매력에 있는 것 같다.

GQ : 독자가 인간성을어떻게 아나? 그것 때문에 팔린다는 얘기는 황당하다.

조영일 : 김연수 소설의 핵심이 감상주의다. 그게 치기 어린 문학청년들하고 통하는 거다. 왜 떴는지 나도 이해가 안 간다. 어떤 평론가는 김연수가 굉장히 좋은 문장을 쓴다고 얘기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 유치한 표현들이 산재해 있다.
 


아이고 화들짝.
김연수에 대해 이렇게 평가를 하다니 싶다가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김연수의 인기는 작품보다는 인간적인 매력에 있는 것 같다라는 저 말.
하지만 유치한 표현들이 산재해 있다는 표현은 거슬린다.
단언컨대, 그의 문장은 유치한 게 아니라 감성적으로 밀도가 높은 거다.
그게 유치하다면, 그 평론가는 연애를 안 해 봤다는 얘기.

아무래도 나는 김연수의 다음 작품도 의무적으로 사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밑의 두 책도.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
푸시킨의 <대위의 딸>

아, 하나 더.
조영일이 썼다는 <한국문학과 그 적들>도 반드시 사보야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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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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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진짜 중국을 보려면 어디까지 가야만 하는 걸까요? 보들레르의 글에 보면 그런 말들이 있던데, 중국 사람들은 고양이의 눈을 보고 시간을 읽는다는. 아, 그러고 보니, 그건 남경에 관한 글이었군요."
"그런 말이 있습니까? 중국 사람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어요. 정말 신기한 일이군요."
내가 말했다.
"정말 신기한 일이군요."
정화가 내 말투를 흉내냈다.
"대련에 가면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이라는 책을 사서 읽어보세요. 거기에 나오는 글이에요. '꿈들! 언제나 꿈들을!', 그런 문장도 나오죠."-33쪽

최초의 연애 감정을 뜨겁게 달구는 장작은 이처럼 혼자 지내는 고독의 시간들이었다.-39쪽

나는 겨드랑이에 끼워넣었던 두 손을 눈앞에 펼치고 바라봤다. 차가운 바람을 받은 두 손은 창백했다. 한때 절망했던 손, 또 한때 의심했던 손. 그리고 이제는 그 무엇도 믿을 수 없게 된 손. 정희는 과연 나를 사랑했던 것일까? 여옥이처럼 나를 통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꼈던 것일까?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여옥이가 두 손으로 내 오른손을 감싸 쥐고는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 사람, 죽었습지. 내게 바다 얘기 들려주던 그 사람, 죽었습지. 작년 8월 대성촌에서 죽었습지. 나도 한 계절 말이 안 나돕답데.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그렇답데.-115쪽

"꼭 누가 흔들어야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랍데. 나뭇가지 저 혼자서 흔들리는 밤도 더러 있답데."-132쪽

낚시에 붙잡힌 물고기처럼, 여옥이는 가슴살이 빨갛게 홍조를 띨 정도로 가쁘게 숨을 몰아쉬다가 바다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줄 수 있느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물기로 축축한 여옥이의 검은 몸을 어루만지며 여름 땡볕을 받아 마른 돌들이 하얗게 타오르는 광경을 떠올려보라고 말했다. 바다란 그 마른 돌들이 흐느껴 잠들면서 꾸는 꿈이라고 말했다. 내 말에 여옥이는 몸을 뒤척이면서 우리는 서로 다른 지방에서 자랐기 때문에 서로의 말을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그런 말로는 바다를 떠올릴 수 없으니 물결 하나만 보여달라고 말했다. 한 줌의 달빛이면 보름의 밤을, 한 닢 꽃잎이면 봄날의 바람을 볼 수 있으니 어서어서 이랑이 긴 물결 하나는 보여달라고. 나는 어둠 속에서 미끈거리는 여옥이의 몸 안으로 남해 푸르른 물결 하나를 밀어넣었다.-148쪽

"그거 알아사 씁네. 내사 동무한테 애당초 맘도 없었는데 이 손일랑 그만 정이 붙어버렸소. 동무 처음 왔을 때, 송 영감이 희대의 영웅이 나왔다며 떠들었습지. 마작하다가, 혁명하다가, 특무질 하다가 목 매달리는 사내는 많아도 여자 때문에 자기 목을 매는 사내가 간도 땅에는 흔치는 않습지. 그런데 용정 나가는 길에 마바리에서 손 아프다고 우는 걸 옆에서 보니 그 맘은 또 얼마나 아프겠는가 그런 생각이 듭데. 마음이야 어디 붙었는지 내사 모릅지. 하지만 손이야 눈에 보이니 만져주고 싶었습지. 그러다 그만 정 깊이 들어버렸소."-273쪽

사랑이라는 게 우리가 함게 봄의 언덕에 나란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면, 죽음이라는 건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뜻이겠네요. 그런 뜻일 뿐이겠네요.-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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