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작업 시작을 알리는 공식 행사에서 그는 자신보다 먼저 작업했던 두 사람이 대충 모양만 만들어놓은 대리석의 가슴 부분에 정을 대고 '몇 부스러기'를 떨어뜨렸다. 옷을 입고 있는 다비드를 염두에 두었던 전임자들과 달리 미켈란젤로는 나체의 다비드를 구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일화다.
<미켈란젤로 부나로티 - 다비드>-36쪽
정작 이 작품을 신비화시킨 사람들은 주로 문학 작가들이었다. 아르센느 우센예 같은 작가는 작품에 입힌 광택마저도 신비감을 더해주는 효과를 가진다고 했는데, 18세기 중반에 쓴 글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름마저 아름다운 모나리자, 은은한 갈색으로 빛나는 그녀...... 그녀가 누구인지 묻지 마세요, 차라리 그녀가 누가 아닐 수 있는지를 물어보세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 - 모나리자>-87쪽
캐럴 던컨은 1989년에 쓴 매우 의미심장한 글에서 주로 뉴욕의 현대미술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생각 없이 박물관을 찾는 많은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점을 지적했는데, 그것은 바로 현대미술에서 여성의 누드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왜 미술사가들은 사회적으로나 성적으로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여성의 나체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던가? 나체와 매춘부라는 주제가 현대예술에서의 재현의 쇠퇴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어떻게 그 이미지들이 미술사의 권위적인 전통이나 위신을 손상시키지 않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누드라는 주제가 가장 높은 예술적 야심과 함께 갈 수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한 그녀 자신의 대답은 모든이들을 만족시킬만한 것은 아니었다.
성적대상이 된 여성의 몸이라는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사회적환경으로서의 박물관을 남성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조용하지만 지속적으로 진행된 그 과정을 통해 누드작품은 박물관 방문이라는 지적행위를 남성들만의 행위로 만들어나갔다. 이는 여성의 누드를 통해 현대미술이 남성들만의 기획이 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314쪽
1988년 파리의 피카소 박물관에 그림을 대여할 때, 당시 큐레이터였던 윌리엄 루빈은 "만약 비행기가 폭발이라도 하는 날엔 자살해 버리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이 그렇게 걱정이 되면 비행기를 타고 같이 가면 되지 않냐고 말하자, 루빈은 "그렇군요, 그렇다면 자살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겠군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파블로 피카소 - 아비뇽의 처녀들>-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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