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충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보면 불편해지는 책이 간혹 있다.
무라카미 류의 책은 대부분 그런 경우.

망한 책대여점에서 싸게 팔고 있지 않았더라면 가져오지 않았을 텐데
어쩌자고 나는 <한없이 투명한 블루>를 불편하게 숨어서 읽고 나서 또 그의 책을 집어들었을까.
손에 똥냄새 같은 게 묻으면 남들 앞에서는 진저리를 치다가도 나 혼자 있을 때는 몰래 킁킁 맡아보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으엑 싫어 외치면서도 결국은 다 읽어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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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충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9월
절판


등교 거부를 할 때도 그랬지만, 태어나서 여태 하던 일을 그만둔 후로는, 무엇 때문에 여태 이런 짓을 해 왔는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게 되고 말았다.-9쪽

식어 버린 에스프레소는 마치 수백만 송이의 꽃에서 추출한 꿀처럼 달았다. -71쪽

제가 있어야 할 장소를 잃어버리면, 물건이란 언젠가 사라지는 것이 그 운명이다.-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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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 이야기 범우문고 37
김정한 지음 / 범우사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외출할 때는 언제 책 읽을 겨를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핸드백에 반드시 한 권을 넣는다.
그런데, 빅백이라면 몰라도 보통 핸드백은 책 한 권에 몸체가 뚱뚱해져 버린다.
버클을 가까스로 채운다.
영 폼이 안 난다.


하지만 이건 범우사 문고본이다.
다이어리보다 작고 얇다.
나는 헌책방에서 천원을 주고 샀는데 찍혀 있는 정가표시는 2000원.
책값이 오른 지금도 2800이면 한 권을 살 수 있다.
(표지는 내가 갖고 있는 98년도 3판 2쇄본이 훨씬 고풍스럽다.)
지큐의 정우성 에디터는 생수 사 마시듯 범우사 문고판을 산다고 한다.
영국에 펭귄북스가 있다면 한국엔 범우사 문고판이 있다며 추켜세운다.
이건 정우성 에디터의 "시월이 온다 하니, 추석 전날의 고향집처럼 생각나는 브랜드" 5가지 중 하나다.
나머지 네 개는, 컨버스와 무인양품, 빅, 광장시장이다.

정우성 에디터는 처음 지큐에 입사할 때부터 마음에 들었다.
내가 편집장도 아닌데 "아이구 귀여워" 엉덩이 두드려주고 싶은 심정.
아, 편집장이어도 엉덩이 두드려주면 성추행으로 몰리겠지?
어쨌든 그도, 범우사 문고판도 지금의 그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

이 작은 한 권에는 <모래톱 이야기>, <제3병동>, <인간 단지> 이렇게 세 단편이 들어 있는데
소재며 문체가 고색창연, 옛스럽고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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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점 청목정선세계문학 39
미우라 아야꼬 지음, 이정예 옮김 / 청목(청목사) / 1990년 3월
평점 :
절판


 

아, 이런 게 "100퍼센트의 소설"이지.
하루키가 말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처럼.

'드라마틱'이라는 단어를 설명할 때 이 소설을 예로 들면 그야말로 딱이겠다.
전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 자꾸만 뒷페이지를 흘끔흘끔 넘겨다 본다.
소심한 성격 탓에 뒷페이지 내용 다 읽지도 못하고 다시 앞페이지로 돌아왔다가 다시 뒷페이지를 흘끔흘끔.
손을 묶어놓고 읽을 수도 없고.

정말 소설 같은 소설을 읽고 싶을 땐 <빙점>만한 해결책은 없다.
(100년의 고독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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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점 청목정선세계문학 39
미우라 아야꼬 지음, 이정예 옮김 / 청목(청목사) / 1990년 3월
절판


화장을 하니 한결 마음이 가라앉았다. 나쓰에는 화장이 여자에게 있어 긴요한 무장이라고 생각했다.-126쪽

"오빠."
요오꼬가 도오루를 돌아보았다.
"왜, 요오꼬?"
도오루는 요오꼬의 얼굴이 몹시 쓸쓸해 보여 몹시 놀랐다.
"눈은 참 깨끗하지, 오빠?"
"응......"
"그렇지만 향기가 없어."
"이렇게 많이 쌓여 있는 눈에서 향기가 난다면 큰일이야, 요오꼬."-311쪽

"엄마.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읽어 보셨어요?"
"누구와 같이 지냈느냐고 묻고 있잖아? 지금."
"<사양>을 보면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른이 된 증거라고 했어요. 저도 이제 어른이 된 거예요, 엄마."-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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