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밝혀졌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엮음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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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부러운 커플이 있다.
요 전까지만 해도 <서재 결혼시키기>의 앤 패디먼 부부가 그랬는데
이제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와 니콜 크라우스 커플이다.
심지어 뒷쪽 책 날개엔 둘의 책 광고가 나란히....
니콜, 언제 신간을 내신 건가요.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 사 봐야겠네.
이렇게 나 같은 사람 낚으려고 책 광고도 함께 하는 거겠죠. 

앗, 그런데 지금 막 알라딘의 저자 정보에서 확인한, 니콜 그라우스에 대해 몰랐던 사실 세 가지!

 1. 니콜이 조너선보다 3살 연상.
2. 10대 시절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에 반해서 문학에 빠지기 시작.
3. <사랑의 역사>보다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가 더 먼저. (왜 우리나라에선 늦게 번역된 거지?)

어쨌거나 둘은 옥스퍼드에서 만나서 지금 한창 "뉴욕 최고의 문학커플".
지금도 뉴욕 어디에선가 한창 꿑같은 광휘를 내뿜고 계신 건 아니신지.

 
게다가 이 여자 니콜, 어딘지 모르게 고저스한 분위기.
 


그에 비하면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공부 잘 햇을 것 같은 모범생 스타일.
그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에서
"니콜, 내 아름다운 여신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헌사를 바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 책의 헌사는 조금 바뀌었구나.

"꾸밈없이 그리고 불가능하게
나의 가족을 위해"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그의 전작이 훨씬 더 좋다.
특히 뉴욕시의 여섯 번째 구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환상적이었거든요. 

어쨌거나,
이렇게 새 책이 기다려지는 작가들이 자꾸 늘어가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나만 아는 비밀장소에 질 좋은 수제 쿠키를 숨겨놓은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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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밝혀졌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엮음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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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신의 글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세계의 시작은 자주 온다]는 정말 고귀한 시작이었어요.-43쪽

그러나 아내는 그에게 첫사랑이자 유일한 사랑이었고, 조그만 슈테틀 출신들은 으레 첫사랑이자 유일한 사랑을 용서해 주는 법이었으므로, 그는 억지로라도 이해하려 했다. 아니면 이해하는 척했다.-68쪽

"러시아 작가들 중에는 최고급 작가들이 많이 있죠, 그렇지요?" "오, 물론이죠. 셀 수도 없죠." "톨스토이도 있고, 그렇죠?" 그는 <전쟁>이랑 그리고 또 <평화>도 썼지요. 둘 다 최고급 작품이죠. 또 내가 틀리지 않다면 글을 써서 노벨 평화상도 탔죠."-107쪽

우주 비행사가 우주 공간에서 본다면,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 빛나는 작은 점으로 보일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빛이 아니라, 빛으로 잘못 보기 쉬운 백열광, 수 세대에 걸쳐 어둠을 뚫고 우주 비행사의 눈까지 쏟아진 꿀 같은 성교의 광휘였다.
150년쯤 지나 그 백열광을 발한 연인들이 그 후로 죽 영원히 누워 있게 된 후, 우주 공간에서 대도시들이 보이게 될 것이다. 그 도시들은 1년 내내 빛을 발할 것이다. 더 작은 도시들도 보이기는 하겠지만, 꽤 힘들게 찾아야 할 것이다. 슈테틀은 사실상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커플들 하나하나도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백열광은 수많은 사랑이 모두 합해져서 탄생한다. 부탄가스로 붙인 라이터처럼 불꽃을 튀기는 신혼부부와 십 대들, 빠르고 밝게 타오르는 남자 커플들, 수 시간에 걸쳐 은근히 다채로운 빛을 발하는 여자 커플들, 축제에서 파는 부싯돌 장난감 같은 난교 파티, 아이를 가지려는 부질없는 노력을 계속하면서, 눈길을 거둔 후에도 밝은 빛이 눈에 남기는 잔상처럼 땅 위에 자신들의 좌절된 이미지를 불태우는 커플들. -144쪽

어떤 날 밤, 어떤 장소들은 좀 더 밝다. 밸런타인 데이의 뉴욕이나 성 패트릭의 날을 맞은 더블린은 똑바로 바라보기도 힘들 지경이다. 오래된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예루살렘은 하누카를 맞는 여드레 동안 매일 촛불처럼 빛난다. 트라킴브로드 같은 작은 마을이 우주 공간에서 보이는 날, 폴란드-우크라이나의 하늘을 성적 에너지로 충만시킬 정도의 전압이 발생하는 날은 1년 중 트라킴데이 하루뿐이다. 우리 여기 있어요. 1804년의 백열광은 150년 후 그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 여기 있어요, 살아 있다고요.-145쪽

이런 게 사랑이야. 브로드는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 그 사람이 없다는 게 마음 쓰이고 다른 무엇보다도 그가 없는 것이 더 싫다는 것. 함께 있는 게 좋다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하게 말이지.-184쪽

집시 소녀는 나무에 연애편지를 새겨 넣어, 숲을 그에게 보내는 쪽지로 채웠다.-346쪽

문명화된 인간성의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순수한 동물적 광희 속으로 낙하할 때, 영원과도 같은 7초로 절정 없이 끝났던 2700번의 행위 이상을 보충했을 때, 더는 억제할 수 없는 홍수처럼 조샤에게로 넘칠 때, 방출해서 소모해 버리기보다 통제하여 활용할 수만 있었다면 독일군은 상대도 안 되었을 정도로 강력한 성적인 빛을 우주 속에 내뿜을 때, 폭탄이 결혼 침대 위에 떨어져 새신부의 떨고 있는 육체와 자신 사이에 박혀 트라킴브로드를 소멸시켜 버리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바위투성이 협곡의 바닥에 닿았을 때, 7초간의 폭격이 끝난 후 조샤의 눈물로 축축해지고 자신의 정액으로 흠뻑 젖은 베개에 머리를 내려놓았을 때, 자신이 죽은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졌음을 알았다.-380쪽

그 모든 일을 하고,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까지 했는데, 결코 나를 사랑했던 건 아니야. 그게 사랑이란다.-3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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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독서일기 범우 한국 문예 신서 79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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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독서일기 중 1993년 1월부터 1994년 10월까지의 것.
왠지 꾸준히 애독자(?)가 있는 것 같아서 궁금했는데 헌책방에서 발견한 김에 들고 왔다.

그런데 정말로 독서일기다.
"대구 가는 기차 속에서 000을 읽다" 로 시작되는 것도 많다.
어떤 날의 일기는 그냥 심플하게 "제주도에 오다"로 시작하고 끝난다.
독서 외의 이야기는 단순히 그것 뿐이다, 어디 가고 어디에 왔는데 무엇을 읽었다....
이 사람은 잠자고 밥먹고 똥누고 나서는 책 읽는 것 밖에 할 일이 없나 싶게 독서양이 방대하다.
단순히 "많이" 읽는 게 아니라 "깊이" 읽고 있어서 부럽다.
아는 게 많으니 쓰고 싶어 죽겠는 모습이 눈에 보여서 얄밉다.
궁금도 하다. 그는 속독을 할까, 정독을 할까. 
나는 그의 책을 화장실에 두고 하루에 하루치의 일기를 읽었다.
하룻동안 이 책만 읽으라면 지루할 텐데, 그의 일기 쓰는 템포에 맞춰 하루씩 읽다 보면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돈 쓸 일이 많아진다.


1. 밀란 쿤데라의 <이별의 왈츠>, 
    쿤데라의 소설에는 엎치락뒤치락 희극적인 면모가 있다는데 그 희극적 면모가 궁금하다.
    그의 <농담>을 사놓고 다른 이에게 선물하는 바람에 한 번도 그의 책을 읽은 적이 없기도 하고. 

2.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만툴리사 거리>,
    세라헤자다가 다시 '천일야화'를 펼치는 듯하다는데, 과연 정말?

3. 루이스 S.코저의 <살롱 카페 아카데미>,
    커피하우스와 지식사회의 발생 사이의 연관관계가 궁금하다.
    배명훈 연작소설 <타워>에서도 커피하우스(커피숍?)가 꽤 큰 지식의 축이었는데, 
    나는 그냥 다 필요없고 최고로 맛있는 커피를 파는 홍대 뒷골목의 'by 은'에서 
    헌책 무더기 쌓아놓고 읽으며 어줍짢은 지식소녀(?) 흉내라도 내고 싶다.

4. 다자이 오사무의 <귀향>,   
    얼마 전 읽은 <빙점>에서는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을 들먹거리더니 이번엔 <귀향>.
    이건 필시 다자이 오사무를 어서 읽으라는 신의 계시로 느껴지네.
    비일본인의 눈으로 보면 섬뜩하다는, 그의 단편 <참새>를 읽고 싶기도 하고. 


5. 스티븐 킹의 <스탠 바이 미>,
    얼마나 대단한 소설이길래, 죽어라 노력해도 심실풀이로 쓴 이 소설을 따라잡지 못하는 작가들더러
    넥타이 공장이나 차려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을까. 
    안 대단하기만 해 봐라. 특히 중편 <타락>과 <무서운 동심>, 두고 보겠다.
 
6. F. 사강의 <어떤 미소>,
    사춘기 소녀 도미니크가 어떻게 '나를 잃어'가며 '둘이서 하나'가 되는 사랑을 하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그의 연인 뤽크가 유부남이라고? 돌로 쳐 죽일 놈.

7. 김신용의 <고백>,
    <퐁네프의 다리>처럼 부랑자를 다룬 소설이라는데, 
    장정일은 이를 장 주네의 <도둑일기>, 윌리엄 케네디의 <억새인간>에 버금간다고 비교해 놓았다. 
    어머나, 다들 안 읽은 것뿐이라 비교 그래프가 머리에서 안 그려진다. 분하다. 
    그러므로 8번째와 9번째는....

8. 장 주네의 <도둑일기>

9. 윌리엄 케네디의 <억새인간>

10. 카프카의 <단식광대>,
      단순히 '굶는 것'을 즐기던 광대가 점점 '내 입에 맞는 음식이 없기 때문에' 굶는다며 허세를 부리기 시작할 때
      그 모습이 독재자와 얼마나 닮았는지 확인해 보고 싶다.

11. 이범선의 <표구된 휴지>,
      장정일은 이것을 '국보급 소설'로 꼽았다. 
     '소박한 황토색 서정의 작가'라며 이범선을 묘사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서정'에 빛깔을 붙이기를 좋아할까.
     '비단결 같은 서정의 눈물방울'로 묘사되는 한수산은 참 좋은데, 황토색 서정도 나는 좋아할까?
      어쨌건 이범선의 이 소설집 중 <국보>에 나오는 진로 소주병에 주목. 
      소주 온더락이라도 만들어 두고 홀짝이면서 읽어야겠다.

12.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
      장정일은 이 소설에 '섬광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부여한다.
      섬광문학... 탐미문학만큼 매혹적인 이름이다.

13. 이진우의 <적들의 사회>,
     문단의 희생자와 결혼의 희생자, 이 중 누가 더 억울한지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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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독서일기 범우 한국 문예 신서 79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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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 <이별의 왈츠>
......확실히 쿤데라의 소설에는 '엎치락뒤치락' 희극적인 면모가 있다.-39쪽

세라헤자드가 다시 '천일야화'를 펼치는 듯한 <만툴리사 거리>는 한달간 읽어댄 소설 가운데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싶은 몇 안 되는 소설 가운데 하나이다.-57쪽

루이스 S.코저의 <살롱 카페 아카데미>
......지식인과 지식사회'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앞의 책은 살롱, 커피하우스, 학사원, 출판시장과 독서시장, 평론지, 정치적 당파, 보헤미안 문사의 출편, 동인지 등의 근대적 공공성 제도와 연관하여 지식인과 지식사회의 발생과 형성을 규명하고 있다.-63쪽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식으로 나는 '서울에 가고 싶은 꿈에 들든 한 시골 소년의 발 앞에 새마을호가 난데없이 멈추어 서는' 이런 거짓말이 바로 소설이 아니겠느냐고, 이렇게 서두를 시작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70쪽

<다자이 오사무의 귀향>
이 이상한 제목의 책에는, 다자이 오사무가 쓴 <굿바이>, <쓰라구 통신>, <쓰가루>란 소설이 실려 있다. <쓰가루 통신>가운데 마지막 편인 <참새>는 비일본인의 눈으로 보면, 섬뜩한 데가 있다. 그들도 그것을 알까? -75쪽

스티븐 킹의 <스탠 바이 미>
...... 여분의 힘으로, 심심풀이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면 이를악물고, 죽어라고 글을 써도 게발새발이 되고 마는 많은 작가들은 넥타이 공장이나 차려야 한다.-108쪽

F.사강의 <어떤 미소>
...... '둘이서 하나'가 된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나'를 버린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지, 두 사람의 '나'가 만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첫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 소녀가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 앞에서 맞닥뜨리는 것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될 것이다.-136쪽

신이나 영웅이 등장하는 고상한 것을 스라는 귀족들의 주문에 대해 모차르트는 이렇게 대답한다. "난 진짜 인간이 나오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사실적인 장소를 사용해서 말입니다. 부인의 내실! 나에게는 부인의 내실이야말로 이 지상에서 가장 흥분을 주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마루에 흩어진 내복 - 여인의 체온이 남아 있는 슈미즈 - 잠자리 밑엔 넘칠 정도로 차 있는 요강!"-145쪽

김신용의 <고백>
...... 몇 년 전에 한국에서도 개봉된 레오 까라의 영화 <퐁네프의 다리>를 보면서 우리 나라에도 부랑자를 다룬 영화나 소설이 한번 나올 만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고백>이라 명명된 김신용 시인의 이 소설읜 장 주네의 <도둑일기>나 윌리엄 케네디의 <억새인간>에 버금가는 소설이 나왔다는충격과 감동을 내게 안겨주었다. -150쪽

소설책에 밑줄을 긋는 행위는, 요주의를 통해 밑줄을 그을 때를 제외하고는 독자가 작가 혹은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하게 느낄 때이다. 그리고 그 밑줄은 다른 독자가 그 책을 들었을 때 당신도 내 생각에 동의하느냐는 물음 곧 대화가 된다.-161쪽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의 여행가방은 몇 번이나 풀어졌다가 다시 싸진다. 까닭은 어떤 책을 넣어 갈 것인가 하는 고민 때문인데, 꾸려놓은 배낭이 풀어 헤쳐지는 것은 욕심이 너무 많아 여행 기간 동안 다 읽지 못할 분량의 책을 넣거나, 여행을 하며 읽기에 부적합한 책을 넣었던 까닭이다. -187쪽

옛날에 한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행위는 오래 전에 잃어버린 내 숨을, 이미 읽은 적 있는 행간들 속에서 다시 찾으려는 시도와 같으니 경이롭다. -188쪽

S.츠바이크의 <어떤 정치적 인간의 초상>...자신의 독단적인 이념 혹은 이상때문에 결국은 추방이나 시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사람! 너무 문학적이고 과분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독재자에 관한 츠바이크의 정의는 갑자기 카프카의 <단식광대>를 떠올린다. 프라하의 음울한 작가에 의해 씌어진 <단식광대>의 주인공은 적어도, 최초에는, 단순히 '오래 굶는' 일에서만 줄거움을 느꼈고, 단식날짜를 하루하루 갱신하는 것에서 자긍심을 느꼈다. 그러나 어느날부터는 단순히 기록을 갱신하는 차원에서 다른 차원, 즉 '오래 굶는' 양적행위에서가 아니라 '내입에 맞는 음식이 없기 때문에' 굶는다는 이상형을 향해 나가며, 결국은 자기 이념으로 인해 죽는다. 이 고집스런 '단식광대' 자리에 독재자를 포개 보자. 처음에 독재자는 단순히 '오래 집권'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 어떤 이상에 헌신하는 것이 더 훌륭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독재자들은 종종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라도 떠나겠다'는 허세를 부린다. -230쪽

이범선의 <표구된 휴지>
....<표구된 휴지>는 '국보급' 소설이다.
....수준이 들쑥날쑥한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나는 '옛날의 선배 작가들은 참 소설을 못 썼구나'하고 계속 중얼거렸다. 그런 느낌은 이 소설집의 제일 끄트머리에 실린 <고국>을 읽고 나서 <표구된 휴지>를 덮을 때까지 가시지 않았는데, 웬걸, 이 소설집을 모두 읽고 난 잠시 후에, 내 생각으로는 이 소설집 가운데서도 가장 못난 소설인 <고국>에 숨은 옛 선배 작가의 장인적 솜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237쪽

내가 이 책을 한번 더 읽기로 작정한 까닭은, 어렸을 때 읽었던 그 책의 내용을 모두 잃어버렸기 때문. 그래서 소설가 이인화가 되기 이전의 평론가 류철균이 언제인가 내게 이런 우스개를 하지 않았던가 : "알고보면 문학도 암기과목의 일종입니다!"-244쪽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263쪽

이진우의 <적들의 사회>
....제도화된 모든 관계는 내부에 적을 기른다. 이 소설의 작가는 '문단'고 '결혼'이 그러하다고 주장하는데 1부의 강승우는 전자의 희생자이고 2부의 이기준은 후자의 희생자이다.-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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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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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자꾸만 데자뷰를 느껴서 혼란스러웠는데 작가 후기를 보고서야 의문이 풀렸다.

          오산이.
          이 여자에게 이름을 지어준 지가 꼭 일 년이 되었다.
          오산이는 내 단편 <배드민턴 치는 여자>의 분신이다.


그 단편 읽을 때도 '알 수 없는 우울한 여자네' 라고 생각했는데
신경숙은 그 우울한 여자에게 깊이 감정이입하고 있었나 보다.    

단편의 주인공을 장편으로까지 끌고 온 걸 보면. 아니, 확장시킨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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