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이별의 왈츠> ......확실히 쿤데라의 소설에는 '엎치락뒤치락' 희극적인 면모가 있다.-39쪽
세라헤자드가 다시 '천일야화'를 펼치는 듯한 <만툴리사 거리>는 한달간 읽어댄 소설 가운데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싶은 몇 안 되는 소설 가운데 하나이다.-57쪽
루이스 S.코저의 <살롱 카페 아카데미> ......지식인과 지식사회'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앞의 책은 살롱, 커피하우스, 학사원, 출판시장과 독서시장, 평론지, 정치적 당파, 보헤미안 문사의 출편, 동인지 등의 근대적 공공성 제도와 연관하여 지식인과 지식사회의 발생과 형성을 규명하고 있다.-63쪽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식으로 나는 '서울에 가고 싶은 꿈에 들든 한 시골 소년의 발 앞에 새마을호가 난데없이 멈추어 서는' 이런 거짓말이 바로 소설이 아니겠느냐고, 이렇게 서두를 시작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70쪽
<다자이 오사무의 귀향> 이 이상한 제목의 책에는, 다자이 오사무가 쓴 <굿바이>, <쓰라구 통신>, <쓰가루>란 소설이 실려 있다. <쓰가루 통신>가운데 마지막 편인 <참새>는 비일본인의 눈으로 보면, 섬뜩한 데가 있다. 그들도 그것을 알까? -75쪽
스티븐 킹의 <스탠 바이 미> ...... 여분의 힘으로, 심심풀이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면 이를악물고, 죽어라고 글을 써도 게발새발이 되고 마는 많은 작가들은 넥타이 공장이나 차려야 한다.-108쪽
F.사강의 <어떤 미소> ...... '둘이서 하나'가 된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나'를 버린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지, 두 사람의 '나'가 만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첫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 소녀가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 앞에서 맞닥뜨리는 것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될 것이다.-136쪽
신이나 영웅이 등장하는 고상한 것을 스라는 귀족들의 주문에 대해 모차르트는 이렇게 대답한다. "난 진짜 인간이 나오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사실적인 장소를 사용해서 말입니다. 부인의 내실! 나에게는 부인의 내실이야말로 이 지상에서 가장 흥분을 주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마루에 흩어진 내복 - 여인의 체온이 남아 있는 슈미즈 - 잠자리 밑엔 넘칠 정도로 차 있는 요강!"-145쪽
김신용의 <고백> ...... 몇 년 전에 한국에서도 개봉된 레오 까라의 영화 <퐁네프의 다리>를 보면서 우리 나라에도 부랑자를 다룬 영화나 소설이 한번 나올 만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고백>이라 명명된 김신용 시인의 이 소설읜 장 주네의 <도둑일기>나 윌리엄 케네디의 <억새인간>에 버금가는 소설이 나왔다는충격과 감동을 내게 안겨주었다. -150쪽
소설책에 밑줄을 긋는 행위는, 요주의를 통해 밑줄을 그을 때를 제외하고는 독자가 작가 혹은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하게 느낄 때이다. 그리고 그 밑줄은 다른 독자가 그 책을 들었을 때 당신도 내 생각에 동의하느냐는 물음 곧 대화가 된다.-161쪽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의 여행가방은 몇 번이나 풀어졌다가 다시 싸진다. 까닭은 어떤 책을 넣어 갈 것인가 하는 고민 때문인데, 꾸려놓은 배낭이 풀어 헤쳐지는 것은 욕심이 너무 많아 여행 기간 동안 다 읽지 못할 분량의 책을 넣거나, 여행을 하며 읽기에 부적합한 책을 넣었던 까닭이다. -187쪽
옛날에 한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행위는 오래 전에 잃어버린 내 숨을, 이미 읽은 적 있는 행간들 속에서 다시 찾으려는 시도와 같으니 경이롭다. -188쪽
S.츠바이크의 <어떤 정치적 인간의 초상>...자신의 독단적인 이념 혹은 이상때문에 결국은 추방이나 시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사람! 너무 문학적이고 과분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독재자에 관한 츠바이크의 정의는 갑자기 카프카의 <단식광대>를 떠올린다. 프라하의 음울한 작가에 의해 씌어진 <단식광대>의 주인공은 적어도, 최초에는, 단순히 '오래 굶는' 일에서만 줄거움을 느꼈고, 단식날짜를 하루하루 갱신하는 것에서 자긍심을 느꼈다. 그러나 어느날부터는 단순히 기록을 갱신하는 차원에서 다른 차원, 즉 '오래 굶는' 양적행위에서가 아니라 '내입에 맞는 음식이 없기 때문에' 굶는다는 이상형을 향해 나가며, 결국은 자기 이념으로 인해 죽는다. 이 고집스런 '단식광대' 자리에 독재자를 포개 보자. 처음에 독재자는 단순히 '오래 집권'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 어떤 이상에 헌신하는 것이 더 훌륭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독재자들은 종종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라도 떠나겠다'는 허세를 부린다. -230쪽
이범선의 <표구된 휴지> ....<표구된 휴지>는 '국보급' 소설이다. ....수준이 들쑥날쑥한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나는 '옛날의 선배 작가들은 참 소설을 못 썼구나'하고 계속 중얼거렸다. 그런 느낌은 이 소설집의 제일 끄트머리에 실린 <고국>을 읽고 나서 <표구된 휴지>를 덮을 때까지 가시지 않았는데, 웬걸, 이 소설집을 모두 읽고 난 잠시 후에, 내 생각으로는 이 소설집 가운데서도 가장 못난 소설인 <고국>에 숨은 옛 선배 작가의 장인적 솜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237쪽
내가 이 책을 한번 더 읽기로 작정한 까닭은, 어렸을 때 읽었던 그 책의 내용을 모두 잃어버렸기 때문. 그래서 소설가 이인화가 되기 이전의 평론가 류철균이 언제인가 내게 이런 우스개를 하지 않았던가 : "알고보면 문학도 암기과목의 일종입니다!"-244쪽
이진우의 <적들의 사회> ....제도화된 모든 관계는 내부에 적을 기른다. 이 소설의 작가는 '문단'고 '결혼'이 그러하다고 주장하는데 1부의 강승우는 전자의 희생자이고 2부의 이기준은 후자의 희생자이다.-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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