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밝혀졌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엮음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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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신의 글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세계의 시작은 자주 온다]는 정말 고귀한 시작이었어요.-43쪽

그러나 아내는 그에게 첫사랑이자 유일한 사랑이었고, 조그만 슈테틀 출신들은 으레 첫사랑이자 유일한 사랑을 용서해 주는 법이었으므로, 그는 억지로라도 이해하려 했다. 아니면 이해하는 척했다.-68쪽

"러시아 작가들 중에는 최고급 작가들이 많이 있죠, 그렇지요?" "오, 물론이죠. 셀 수도 없죠." "톨스토이도 있고, 그렇죠?" 그는 <전쟁>이랑 그리고 또 <평화>도 썼지요. 둘 다 최고급 작품이죠. 또 내가 틀리지 않다면 글을 써서 노벨 평화상도 탔죠."-107쪽

우주 비행사가 우주 공간에서 본다면,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 빛나는 작은 점으로 보일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빛이 아니라, 빛으로 잘못 보기 쉬운 백열광, 수 세대에 걸쳐 어둠을 뚫고 우주 비행사의 눈까지 쏟아진 꿀 같은 성교의 광휘였다.
150년쯤 지나 그 백열광을 발한 연인들이 그 후로 죽 영원히 누워 있게 된 후, 우주 공간에서 대도시들이 보이게 될 것이다. 그 도시들은 1년 내내 빛을 발할 것이다. 더 작은 도시들도 보이기는 하겠지만, 꽤 힘들게 찾아야 할 것이다. 슈테틀은 사실상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커플들 하나하나도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백열광은 수많은 사랑이 모두 합해져서 탄생한다. 부탄가스로 붙인 라이터처럼 불꽃을 튀기는 신혼부부와 십 대들, 빠르고 밝게 타오르는 남자 커플들, 수 시간에 걸쳐 은근히 다채로운 빛을 발하는 여자 커플들, 축제에서 파는 부싯돌 장난감 같은 난교 파티, 아이를 가지려는 부질없는 노력을 계속하면서, 눈길을 거둔 후에도 밝은 빛이 눈에 남기는 잔상처럼 땅 위에 자신들의 좌절된 이미지를 불태우는 커플들. -144쪽

어떤 날 밤, 어떤 장소들은 좀 더 밝다. 밸런타인 데이의 뉴욕이나 성 패트릭의 날을 맞은 더블린은 똑바로 바라보기도 힘들 지경이다. 오래된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예루살렘은 하누카를 맞는 여드레 동안 매일 촛불처럼 빛난다. 트라킴브로드 같은 작은 마을이 우주 공간에서 보이는 날, 폴란드-우크라이나의 하늘을 성적 에너지로 충만시킬 정도의 전압이 발생하는 날은 1년 중 트라킴데이 하루뿐이다. 우리 여기 있어요. 1804년의 백열광은 150년 후 그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 여기 있어요, 살아 있다고요.-145쪽

이런 게 사랑이야. 브로드는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 그 사람이 없다는 게 마음 쓰이고 다른 무엇보다도 그가 없는 것이 더 싫다는 것. 함께 있는 게 좋다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하게 말이지.-184쪽

집시 소녀는 나무에 연애편지를 새겨 넣어, 숲을 그에게 보내는 쪽지로 채웠다.-346쪽

문명화된 인간성의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순수한 동물적 광희 속으로 낙하할 때, 영원과도 같은 7초로 절정 없이 끝났던 2700번의 행위 이상을 보충했을 때, 더는 억제할 수 없는 홍수처럼 조샤에게로 넘칠 때, 방출해서 소모해 버리기보다 통제하여 활용할 수만 있었다면 독일군은 상대도 안 되었을 정도로 강력한 성적인 빛을 우주 속에 내뿜을 때, 폭탄이 결혼 침대 위에 떨어져 새신부의 떨고 있는 육체와 자신 사이에 박혀 트라킴브로드를 소멸시켜 버리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바위투성이 협곡의 바닥에 닿았을 때, 7초간의 폭격이 끝난 후 조샤의 눈물로 축축해지고 자신의 정액으로 흠뻑 젖은 베개에 머리를 내려놓았을 때, 자신이 죽은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졌음을 알았다.-380쪽

그 모든 일을 하고,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까지 했는데, 결코 나를 사랑했던 건 아니야. 그게 사랑이란다.-3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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