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외수
박석수 / 술래 / 1994년 1월
품절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고 서로의 인간적인 온기를 나누는 데는 깡술이 제일이었다. 안주는 좋을수록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취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그것은 비겁하다고 한달만 씨는 굳게 믿었다. 먹은 만큼 취하는 깡술처럼 정직한 게 어디 있는가.-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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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 살림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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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소설 <원미동 사람들>을 읽고 나니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이 못 견디게 읽고 싶다.
대전집에 아마도 영문으로 된 책은 있을 텐데 그걸 읽어내기는 무서우니, 그냥 번역본 한 권 사야겠다.

<원미동 사람들>에는, 정말로 주변에 있을 법한 이웃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곳에선 애들이 골목에서 뒹굴다 싸우고 부부들은 지지고 볶고 싸운다.
동네 사람들끼린 이익 때문에 잠시 편가르기를 했다가도 공공의 적이 나타나면 똘똘 뭉친다.

이런 게 바로 사람 사는 맛.
숨길 수 없는 '가난'이 삶에 묻어있지만 그래서 더 살아갈 힘이 생기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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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 살림 / 2004년 3월
구판절판


올망졸망한 것들이 으레 그렇지만 밝은 곳에 드러난 자신의 남루한 세간들을 보는 일은 언짢았다.

<멀고 아름다운 동네>-8쪽

여기저기 이름 석 자를 내걸고 글을 쓰다보면 과거 속에 묻혀 있던, 그냥 잊은 채 살아도 아무 지장이 없을 이름들이 전화 속에서 튀어나오는 겨우가 더러 있었다. 물론 반갑기야 하고 추억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서로 살아가는 행로가 다르다는 엄연한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겉으로는 한 번 만나자거나 자주 연락을 취하자거나 하는 식의 말치레만으로 끝나는 일회성의 재회였다.

<한계령>-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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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예의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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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갖고 있는 건 1994년의 초판 8쇄본.

 

공지영의 소설은 읽다 보면 언제나 "나 학생운동한 예쁜 여자야."라는 뉘앙스가 마구 느껴진다.

그런데 나는 그게 좀 불편.

80년대 학번이 아니어서 그런가.

하지만 작가 후기에 써 있듯,

태어난 이래 대통령의 이름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생활을 한 그녀에게는

이것이 바로 전쟁터에서의 문학이었을 테니, 심정적으로 이해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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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1-06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못 봤는데 궁금하군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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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양이 하루키의 첫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다 해서 늦은 생일선물로 준 책.
이 책을 주고 나는 커피를 얻어마셨으니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K는 돈 주고 선물을 산 셈이 됐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도 아직 안 읽어봤기 때문에 몇 주 후 알라딘에서 재주문.
책을 펼쳐드니 '차례'가 나오기 전 하루키의 '기획의도' 비슷한 것이 나오는데 이게 참 얄밉다.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실로 간단하다.
갑자기 무언가가 쓰고 싶어졌다. 그뿐이다.
정말 불현듯 쓰고 싶어졌다.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겸손을 몰라. 

 
***
작가 후기에 보면, 하루키가 소설을 쓰게 된 데는 데릭 하트필드라는 작가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고딩 하루키가 고베의 헌책방에서 외국 선원이 놓고 간 듯한 하트필드의 페이퍼백 몇 권을 한꺼번에 산 적이 있는데
만일 그곳이 책방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낡은 물건이었다던 책들.
종이가 거의 오렌지빛이었다고 하니 헌책 특유의 고소한 곰팡이 냄새도 먼지처럼 떠다녔겠지.
어쨌든 화물선이나 구축함에 있는 하급 선원의 침대 위에 놓인 채 태평양을 건너
까마득히 먼 시간의 저편에서 고딩 하루키의 책상 위로 오게 됐을 책의 저자인 데릭 하트필드를,
몇 년 후 성인이 된 하루키가 찾아나선다.
뉴욕에서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하이힐의 뒤꿈치만큼이나 조그만 하트필드의 무덤을 찾은 하루키.
삶도 죽음도 편안하게 느껴지고 종달새가 지저귀는 몽환적인 그곳에 주저앉아 담배를 피우던 5월의 무덤가.
하루키의 말을 빌자면, 

"이 소설은 그런 곳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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