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비타민
한순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1월
구판절판


경제학적 관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경제학을 적용해 보면 "시간을 아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성공이 보이는 사람이 시간을 아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다.-25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부러 사전 정보를 접하지 않으려 무던히도 노력했건만...
일단 노트북만 켰다 하면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과잉 정보들.
덕분에, 이번 그의 책에는 참으로 박민규스럽게도 '라이터스 컷'이 들어가 있다는 정보를 접해버리고 말았다.
그럼 뭐야, 혹시 결말이 두 개일지도 모른단 얘기? 두근두근.

그러나 그 두근거림은 한 챕터를 다 읽기도 전에 그냥 일상적인 박동소리로 바뀌고 말았다.
뭐 이래, 왠지 우울한 걸. 문장의 허리를 톡 잘라먹은 채로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는 박민규스러움은 여전하지만
인적 없는 곳에서 우울하게 재회한 남녀가 우울하게 식사를 하고 식당 주인도 왠지 우울해 버리는 바람에 실망하려던 찰나...!

미남배우 아버지가 10살 연하 미모의 사업가와 재혼했다는 대목에서,
아니, 사실을 말하자면, 매우 잘 생겼던 아버지에 비해 참으로 못생겼던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
이거 왠지 범상치 않은 걸 하는 기운을 느끼고야 말앗다.
그리고 그 기운을 느낌과 동시에 책장을 탁 덮고 표지의 그림을 바라보는데,
뚱뚱하고 못생기고 뜨아한 표정에 심술보까지 덕지덕지 붙은 한 여자아이가 눈에 띈다.
아니, 일부러 눈에 띄라고 원작과는 달리 그 여자아이의 뒷배경을 어둡게 처리해 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어두움에도 불구하고 그 옆의 다른 여자들은 인형처럼 예쁘다.

그러니까 박민규의 이번 이야기는 못생긴 여자와 잘생긴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가 잘생겼다는 묘사는 없지만, 아버지가 잘 생겼고, 백화점 직원들 사이의 인기투표에서도 1위를 했으니,
그리고 예쁜 군만두 양의 특별한 관심까지 받았으니 잘생겼겠지 하는 추측, 아니 바람.)

그런데 불순한 나는, 역시 이쁘면 세상 살기 편하다는 불멸의 진리를 깨닫고야 말았으니....
작가의 의도 같은 건 달나라로 보내버린 건가..

나도 잘생긴 남자와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가서 <시녀들>을 감상하고 싶다.
하지만 못생긴 여자아이와 내가 닮았다는 농담이라도 듣는다면 뒤통수를 후려갈겨 줘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구판절판


젊은 아버지의 얼굴 앞에서 특별한 감정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다만 누군가를 사랑해 온 인간의 마음은 오래 신은 운동화의 속처럼 닳고 해진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어떤 빨래로도 그것을 완전히 되돌리진 못한다... 변형되고, 흔적이 남은채로...그저 볕을 쬐거나 습기를 피해야만 한다고 나는 생각했었다.-68쪽

실은... 하고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희미하나마 고요히 수직으로 떨어지는 편편의 눈들을 나도 볼 수 있었다. 약속시간을 어기고...늦게 나올까 생각도 했었어요. 그럼 늦어서 죄송해요, 라고 할 말이 생기잖아요. 많이 기다리셨나요, 물어볼 수 있는 말도 생기고...-37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덴고 같은 남자친구 있었으면 좋겠다.
저녁식사로 따끈한 된장국이랑 샐러드, 두부 정도만 준비해 두는 심플한 남자. 하지만 팔은 굵고.
그런데 나는 아오마메처럼 군살없이 탄탄한 몸매가 아닌데 괜찮을까요.

2.
오늘 코스모폴리탄을 보는데 거기에 1Q84 소개가 나왔다. (GQ였나?)
그런데 뭐야, 후카에리를 천재적인 문학소녀라고 소개해 놨네?
이 에디터, 어디서 주워들은 말로만 기사 썼구만.
하긴 나도 얼굴에 모닥불 묻은 심정으로 고백하자면,
M양이 얼마 전 우리집에 잠깐 들렀다가 책장 위에 놓아둔 이 책을 보고
"일큐팔사 벌써 읽었어?" 라고 하길래
"아이큐팔십사 아니야?" 라고 반문.
나보다 책을 덜 읽는 M양은 금세 꼬리를 내리고
"아, 아이큐팔십사였어? 어디 방송에서 일큐팔사라고 읽길래 나도 모르게 그만..."

아. M양 미안해서 어째. 일큐팔사 맞아. 내가 바보였어.  더블에스오공일을 에스에스오공일이라고 불렀을 때보다 더 부끄러워.


조지 오웰의 <1984>와 회전축의 어느 한 지점을 공유하는 듯한 이야기.
하지만 아오마메와 덴고와 후카에리가 사는 곳은 1984년이 아니라 1Q84년이다.
일본어로는 두 개의 음이 똑같다는데 우리말로도 얼추 비슷한 발음. 
아쉽게도 덴고와 아오마메의 찐한 키스신은 없다. (나만 바랬던 것?)

 

3.
어째서 사람들은 '신비한 소녀'에 매료되는 걸까.
나의 기억 속에 있는 첫번째 신비한 소녀는 티티엘 소녀.

 

4.
2권 284쪽에 인용된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가 읽고 싶다.
임기가 종료되면 잔인한 방법으로 참살되는 고대의 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데 허 이거 참.
'그들', 그러니까 1Q84 식으로 말하면 '리틀피플'의 목소리를 듣는 자였기 때문이라지.
자진해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운명.
 

5.
침대 위에서 불량한 자세로 엎드려 보다가 커피까지 쏟고 말았다. 그것도 살짝 쏟은 게 아니라 왕창 아주 대대적으로.
볼링공 떨어져도 끄떡없는 좋은 침대도 아니면서 나는 어쩌자고 말랑한 침대 위헤 커피잔 올려놓고 몸을 들썩거렸던 걸까.
볼링공 무게보다 10배는 더 나가는 주제에 어쩌자고.





그러나 상황순응주의자답게 1분 후엔 오히려 책에 추억이 생겼네, 라며 기차가 스위치 백하듯 생각을 바꿨다.
게다가 쏟아진 자국마저 어쩜 예술적이야.
책도 더 도톰해졌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장바구니담기


"올해는 매미 우는 게 평소보다 좀 빠른 거 같아. 이 동네는 앞으로 한참 동안 또 시끄러울 거야. 귀가 아플 만큼.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서 며칠 머물렀을 때 마침 꼭 이런 소리가 났어. 아침부터 밤까지 끊임없이 소리가 이어졌지. 백만 마리의 크고 작은 매미가 일제히 울어대는 소리가."
"나이아가라에 갔었어요?"
다마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긴 세상에서 가장 따분한 동네였어. 나 혼자 거기서 사흘을 묵으면서 폭포 소리 듣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게 없었어.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책도 못 읽었어."-28쪽

"간호사 교육을 받을 때 한 가지 배운 게 있어요. 명랑한 말은 사람의 고막을 밝게 흔든다는 거예요. 명랑한 말에는 밝은 진동이 있어요. 그 내용이 상대에게 이해되든 안 되든 고막이 물리적으로 밝게 떨린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는 환자분께 들리건 들리지 않건, 아무튼 큰 소리로 명랑한 말을 건네라고 배웠어요. 뭐, 이론이야 어찌 됐건, 그건 틀림없이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요. 경험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해요."-58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