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네즈 - 제2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전혜성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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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이 들끓을 땐, 손을 덴다. 살의가 치받치면, 살을 벤다. 산란할 땐, 언제나 무언가 깨어진다.-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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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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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언제나 대부분,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19번 <파리대왕>은 정말 아니올씨다.
물론, 책을 사기 전 알라딘에서 땡스투 적립금을 타먹기 위해 먼저 읽은 이들의 리뷰를 꼼꼼하게 읽으면서
번역의 상태가 심히 메롱스럽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정말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거다.
마치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영어 숙제로 해석 열 번씩 해갔던 딱 고 정도의 국어실력이랄까.
의역이 아니라 완전 직역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옛날스러운 말투는 또 어떻고.

몇 가지 짚어 보자면,

먼저, "야코가 죽은 것이다."
엥? 야코? 처음엔 야코라는 애가 죽은 건가 했는데, 이 단어 진짜 오랜만에 들어본다.
정확하게는 콧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는데 정말 옛날 영화에서나 한번씩 들어봤던 단어.
그냥 "기가 죽었다" 라고 해도 되지 않나? 굳이 옛날 속어를 써야 돼? 나 이 책 헌책방에서 산 것도 아닌데?
뒷부분에는 "치도곤을 놔주었어." "귀쌈을 질러박았어." 같은 문장도 있다.
"그 녀석들이 나를 소경으로 만들었어." 라는 문장도.
여기 주인공들 분명히 아저씨가 아니라 소년들인데. 헐.

그리고 "I am..." 이라고 시작되는 문장은 "나는..." 이라고 꼭꼭 직역해 주기.
"나는 계속했어. 나머지는 내가 보낸 거야. 그러나 나는 사냥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나는...."
그래. 나도 중1 때 이랬었지. 나는 학교에 갑니다. 나는 친구를 만납니다. 나는 밥을 먹습니다. 나는 학생입니다....

한 술 더 떠,
잘 모르는 단어는 영어단어 그대로 써놓고 밑에 각주를 달아놓기.
"분홍색의 표석이 뒤죽박죽 굴러 있고 그 위로는 사탕을 입힌 것처럼 구아노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응? 구아노? 구아노가 뭐길래 다닥다닥 붙어 있나 의문스러운데 마침 각주가 달려 있다.
---해조의 똥이 쌓여서 굳어진 것으로 비료로 쓰이는 경우도 있음.
에잇, 뭐야. 그럼 그냥 "해조류의 똥이 굳은 채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다 읽고 나서 용산역 뿌리서점에 갔다가 <파리대왕>을 발견했는데 심각하게 다시 사서 읽을까 고민했을 정도.
제대로 된 번역으로 읽었다면 2배 정도는 더 재미있었을지도 몰라.
 






 

 

 

 

 

 

 

 

 

못난 번역 핑계로 나는 9월 16일부터 홀로 내팽개쳐진 채 <파리대왕>을 읽기 시작했는데, 

 






 

 

 

 

 

 

 

  

  

10월 8일에 M양을 만나 홍대 바이은에서 커피를 마실 때도 핸드백엔 이 책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내 핸드백 안을 흘깃 보더니 요즘엔 무슨 책을 읽냐고 물어보는 M.
꺼내서 번역이 메롱스럽다 어쩐다 흉을 보는데
혹시 파리대왕이 프랑스 파리의 왕 이야기냐고 너무나도 조심스레 묻는 M!
안 그래도 M의 별명이 '로마 출신 파리지엔느'이기 때문에 당연히 농담으로 받아들였는데
정말로 정색을 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창피 당할까봐 너한테 살짝 물어보는 거라는 수줍은 고백!!!
ㅋㅋㅋㅋㅋㅋ 완전 웃겨서 커피가 코로 들어갈 뻔 했는데,
생각해 보니 나는 M 앞에서 무라카미의 신작 1Q84를 '아이큐 팔십사'라고 읽은 사람인 걸.
어쩜 이리도 끼리끼리인지. ㅋㅋ

그나저나 바이은 커피는 언제 먹어도 최고!
직접 만든 베이글도 먹어봐야 하는데 항상 배가 부른 상태로 가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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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사람아, 그냥 갈 수 없잖아
사석원 지음 / 푸른숲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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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사람아, 그냥 갈 수 없잖아>는 정말로 내 스타일의 술 이야기.
그냥 술집이 아니라 이제는 사라져가는 '대폿집' 이야기들이다.
거기에 호쾌한 그림까지 곁들여지니 침이 쥬르르~ 술이 저절로 땡기는 책.
전국소주기행을 갈까 했는데, 약간 궤도를 틀어서 전국막걸리기행으로 해도 괜찮겠다.
요즘 세계의 음주문화에 대해 공부할 일도 생겼는데, 이건 '본 공부' 전의 가벼운 '스타터'용으로 아주 굿.

그나저나 요즘 정말로 막걸리가 마시고 싶은데
가족을 제외한 지인들 대부분이 막걸리는 물론 술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구머리조림이 그렇게 맛있다는 인사동의 '남원집'에 가보고 싶은데... (아직 남아있겠지요?)
북한 막걸리인 대봉막걸리도 먹고 싶고.

먹고 싶은 게 많아 큰일인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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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사람아, 그냥 갈 수 없잖아
사석원 지음 / 푸른숲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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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하면 또 떠오르는 것이 있다. 종로 3가에서 시인 오장환이 경영하던 서점을 인수받아 재개업한, '마리서사'. 이곳이 바로 한국 모더니즘 시 운동의 본거지로 유명한 서점이다. 또한 결혼한 뒤 당시 세종로 135번지, 지금의 교보문고 자리에 신혼방을 차린 것을 보면 박인환은 책과 서점으로 단단히 묶여 있던 삶을 산 셈이다.-16쪽

남도인들을 빨래 짜듯 짜면 국악 소리가 뚝뚝 떨어진다던데 정말 그런가보다.-34쪽

6.25전쟁 때 아수라장 피난지에서조차 그림을 사는 이가 꽤 있었다던데, 경제적인 지수들과 상관없이 오히려 문화적인 토대는 더욱 각박해지는 것은 왜일까?-53쪽

큼지막한 창문으로 연신 햇볕이 쏟아지는데, 어찌나 따뜻하던지 마치 햇볕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66쪽

홍어! 세치밖에 안 되는 입 안의 혀로 느끼는 맛이 뭐가 요렇게 다르다냐? 고놈 참 지리고 지리다. 이 지독한 냄새를 사람들은 좋다고 환장을 하니. 더군다나 가격도 허벌나게 비싸네 그려. 알쏭달쏭한 게 홍어맛이다. 처음엔 누구나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도, 톡 쏘는 그 맛 때문에 울고 웃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어쩌다가 "에이, 까짓 못 먹을쏘냐." 며 한두 점 우적우적 씹어 삼키니, 헛기침도 나고 눈물도 나고 입 천장도 벗겨지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게 된다.-90쪽

하얀 얼굴에 쌍꺼풀이 진 눈을 한 여성 접대원이 북한 막걸리인 '대봉막걸리'를 가져다주었다. 가격은 1병에 3달러. 막걸리 병의 크기가 남한 것의 3분의 2 정도밖에 안 된다. 빛깔도 훨씬 진하다. 아마 누룩을 까지 않고 그대로 담아서 발효시킨 것 같다. 누런 빛깔의 대봉막걸리를 한 모금 쭈욱 들이켜자,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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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비타민
한순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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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두고 야금야금 읽은 책.
 

내가 만화를 그린다면 경제학 교수의 캐릭터는 번쩍이는 안경 쓴 족제비과의 사람으로 그려야겠다 생각했는데
<경제학 비타민>을 쓴 한순구는 그런 캐릭터는 아닌 것 같다.
늙으면 태권브이를 만든 김박사처럼 될 것 같.............
  

 나, 한순구...

 

아니구나.
내 생각이 맞았구나.
하지만 사진을 보지 않고 책만 본다면, 그는 분명히 배가 동그스름하게 나온 푸근한 아저씨!
경제라면 수박 겉핥기에도 못 미칠 얕은 지식을 가진 나 같은 경제바보들에게도 친절하기 그지없다.
이 한 권으로 지식을 쌓기에는 무리가 있어도, (그럼 경제학원론을 읽어야겠지요)
술자리에서 논란거리 하나 던지고 좌중을 관찰하기엔 더없이 좋을 소재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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