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하면 또 떠오르는 것이 있다. 종로 3가에서 시인 오장환이 경영하던 서점을 인수받아 재개업한, '마리서사'. 이곳이 바로 한국 모더니즘 시 운동의 본거지로 유명한 서점이다. 또한 결혼한 뒤 당시 세종로 135번지, 지금의 교보문고 자리에 신혼방을 차린 것을 보면 박인환은 책과 서점으로 단단히 묶여 있던 삶을 산 셈이다.-16쪽
남도인들을 빨래 짜듯 짜면 국악 소리가 뚝뚝 떨어진다던데 정말 그런가보다.-34쪽
6.25전쟁 때 아수라장 피난지에서조차 그림을 사는 이가 꽤 있었다던데, 경제적인 지수들과 상관없이 오히려 문화적인 토대는 더욱 각박해지는 것은 왜일까?-53쪽
큼지막한 창문으로 연신 햇볕이 쏟아지는데, 어찌나 따뜻하던지 마치 햇볕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66쪽
홍어! 세치밖에 안 되는 입 안의 혀로 느끼는 맛이 뭐가 요렇게 다르다냐? 고놈 참 지리고 지리다. 이 지독한 냄새를 사람들은 좋다고 환장을 하니. 더군다나 가격도 허벌나게 비싸네 그려. 알쏭달쏭한 게 홍어맛이다. 처음엔 누구나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도, 톡 쏘는 그 맛 때문에 울고 웃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어쩌다가 "에이, 까짓 못 먹을쏘냐." 며 한두 점 우적우적 씹어 삼키니, 헛기침도 나고 눈물도 나고 입 천장도 벗겨지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게 된다.-90쪽
하얀 얼굴에 쌍꺼풀이 진 눈을 한 여성 접대원이 북한 막걸리인 '대봉막걸리'를 가져다주었다. 가격은 1병에 3달러. 막걸리 병의 크기가 남한 것의 3분의 2 정도밖에 안 된다. 빛깔도 훨씬 진하다. 아마 누룩을 까지 않고 그대로 담아서 발효시킨 것 같다. 누런 빛깔의 대봉막걸리를 한 모금 쭈욱 들이켜자,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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