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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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것조차 불경스럽다 생각했다. 간혹 죽음을 미리 체험해보기 위해 유서를 쓰고 관에 들어가보는 사람들이 몸서리쳐지게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엘리자베스와 데이비드의 글을 읽어보니 죽음도 충분히 아름답더라. 오히려 지금 이 순간보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을 때가 더 아름다운 삶과 죽음을 경험해볼 수 있겠더라. 그만큼 삶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 애정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해보라는 말, 정말 공감이 간다.

불치의 병에 걸린다면, 병원침대에 누워 눈에는 다크서클이 선명한 채로 '아, 죽기 전에  불타는 사랑을 해보고 싶어' 중얼거릴 게 후회될 것 같은데, 그 소원 이번 달 내로 이뤄야겠다. 꽤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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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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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기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11쪽

누군가 미켈란젤로에게, 어떻게 피에타 상이나 다비드 상 같은 훌륭한 조각상을 만들 수 있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이미 조각상이 대리석 안에 있다고 상상하고,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내어 원래 존재했던 것을 꺼내 주었을 뿐이라고 대답했습니다.-22쪽

일료일 아침 일찍 일어나 '생산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는 늦잠을 자는 쪽이 영혼에 더 많은 영양을 공급할지도 모릅니다.-49쪽

이 현상을 빗대어 '어떤 관계에서든 한쪽은 케이크를 만들고 다른 한쪽은 그걸 먹는 법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의 경우, 한쪽은 먼저 나서서 얘기하고 뛰어들어 해결하려고 하는 반면 다른 쪽은 그 문제에 다른 식으로 접근해, 한 발 물러서서 심사숙고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들은 각자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서로가 일처리하는 방식을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사실 두 사람은 훌륭한 짝입니다. 문제에 단도직입적으로 접근하려는 그녀의 마음은 그를 자극하고, 해결을 머뭇거리는 그의 마음은 그녀를 자극합니다.-71쪽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관계에 묶여 버린 사람은 마치 철물점에서 우유를 찾는 사람과 같습니다. 아무리 진열대 사이를 왔다갔다 해도 우유를 찾지는 못할 것입니다.-76쪽

'열렬히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이 한 번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89쪽

"삶은 하나의 모험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164쪽

삶은 롤러코스터라고 생각해 봅시다. 롤러코스터를 탈 때 우리가 그것을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롤러코스터를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밋밋하고 실망스러울까요? 우리는 그것을 조종할 수도 없을 뿐더러, 만일 조종하게 된다 해도 결국 제멋대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롤러코스터에 마음 졸이며 앉아 있었던 때가 그리워질 것입니다.-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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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림책
헤르타 뮐러.밀란 쿤데라 외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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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거침없는 하이킥'을 즐겨보고 있다. 가끔 변두리를 즐겨 보는 이들이라면 이 시트콤의 작가와 피디 이름이 예명으로 된 걸 봤을지도 모르겠다. 그 중 기억나는 예명 중 하나가 '서펄벅'이다. 세상에...! 펄벅이라는 이름이 '서'씨 성과 그리도 잘 어울리다니! 내 성씨와는 그 어떤 유명 작가도 어울리지 않는 듯해서 고민했더랬다. 전펄벅, 전밀란, 전외수, 전하루키, 전주제... 어쩌면 이리도 혀에서 따로 놀까 싶어 안타까웠지만, 이렇게 내 성과 유명작가의 이름을 대입해보면서 왠지 짜릿한 기분도 들었다. 그들은 내가 자기들 이름 갖고 이리 재보고 저리 재보고 괜히 작명가도 아니면서 이 이름은 이게 나빠 저게 나빠 쌈마이 평가를 해대는 걸 알고 있을까. 쓰나미가 100번 쳐대도 모르겠지. 괜히 내가 그들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은 삼장법사 같아서 삐죽 웃음도 나더라. 상상의 나래는 언제나 즐거운 법.

'책그림책'을 보면 이런 상상의 나래가 한없이 펼쳐져서 마음 한구석이 짠하다 못해 저려온다. 간혹 전시회에 가도  감흥 한 번 못 느껴봤는데 컴퓨터 모니터보다 작은 이 책의 그림을 보고 이렇게 많은 걸 느낄 수 있다니... 글자를 보기보다는, 책 내용을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그림을 보기를 권한다. 밀란 쿤데라가 아무리 좋아도, 오르한 파묵의 명성이 아무리 믿음직스러워도, 그들의 글을 보기 이전에 그림을 보길 권한다. 글보다 그림이 100배 훌륭하다. 그림 전문가가 아니어서 붓놀림이 어떻고 구도가 어떻고 하는 건 애시당초 모르겠지만, 그림이 주는 상상력은 정말 최고가 아닐까 싶다. '책'이라는 화두 하나로 어떻게 그런 그림을 그려냈을까. 저 화가는 아마도 1년에 300권 이상의 책을 읽는 게 틀림없어, 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도 내려버렸다.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그의 그림은 그 어떤 독서가보다, 그 어떤 탐서주의자보다 더 많은 걸 설파한다.

마흔여섯명이나 되는 작가의 개성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상상력은 먼 데 외출시켜놓고 그저 그림의 내용만 묘사해놓은 글들이 몇몇개 있다는 것. 독자들은 단순한 그림 설명이 아니라 그 그림을 받아본 작가들의 상상력을 기대했을 텐데, 조금은 무성의한 듯한 글도 있다. 하기야, 그들도 자신을 제외한 마흔다섯명 작가의 글과 자신의 글이 이렇게 비교될 수 있다는 걸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그들은 그저 어느 날 우연히 편지봉투 안에 동봉된 그림 한 장을 받아봤을 테니까. 그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서 서점에 풀리는 날, 그들은 땅을 치며 후회했을 수도 있다. 그 중 뛰어난 작품 순위를 매겨보는 건 독자들이 가질 수 있는 즐거운 덤이다. 임금 없는 데서는 흉도 마음껏 볼 수 있다는데, 하물며 작가들 순위 매기고 흉 보는 거야 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 아, 밀란 쿤데라의 글은 단연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그를 워낙 좋아해 콩깍지가 내 눈을 덮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밀란 쿤데라라면 그 정도 콩깍지는 얼마든지 괜찮지 않은가!!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이 책을 덮은 날, 그림을 배워볼까 생각했다. 마침 새해도 됐겠다, 고등학교 때 그림을 못 배워 미대를 못 간 게 못내 서운하기도 했겠다, 그리고 '책그림책'도 읽었겠다... 이보다 더 근사한 이유가 어디 있을까. 두고두고 이 책을 펴보며, 글보다는 그림을 보며, 기분 내킬 땐 이젤 앞에 앉아서 오후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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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림책
헤르타 뮐러.밀란 쿤데라 외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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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강물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한 후 그녀의 뒤를 따라갈 것이다. 사랑스러운 삶처럼 서로를 껴안으면서 우리는 천천히 한밤중의 강물을 따라 굽이까지 나아가다가 거기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모든 바다 중에서 가장 검은 바다로 들어갈 것이다. <게오르게 타보리>-72쪽

그녀의 가슴은 너무도 풍만했기 때문에 우리들 중의 그 누구도 그녀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기억해 내지 못했다. <밀로라트 파비치>-79쪽

사진사의 더러운 놀이에 탐닉하는 화가들에게 재앙 있어라! <밀란 쿤데라>-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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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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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센스를 본 후에도 그렇고, 도플갱어를 읽은 후에도 똑같은 나의 반응. 뒷산에 구덩이를 파고 외치고 싶어 죽겠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스포일러라고 돌팔매 맞을까봐 혼자만 속으로 끅끅 삭이고 있느라 아주 죽을 맛인데, 또 한편으로는 그 비밀을 아직은 나만 알고 있는 것 같아 괜히 우쭐하다. 흔히들 드라마틱한 상황을 목격할 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쓰곤 하는데, '도플갱어'에선 그런 관용어구조차 무색할 정도다. 반전의 지뢰밭이다. 큰 반전 2건은 압권이다. 소설 중반에 잠깐 호기심 들게 했던 부분이 나중에 큰 태풍이 되어 돌아온다. 

특이한 건, 여느 소설처럼 장마다 장소가 바뀌거나 주제가 바뀌는 게 아니라 순전히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식이라는 것. 이런 것도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철저히 제 3자가 되어 그들의 불행을 관찰하는 건 못된 짓이다 싶지만, 뜨악하게 '상식'이 등장하는 건 또 뭔가. 새롭다. 이것도 내가 제 3자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매력. 특히,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가 차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노랫가락에 맞춰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두드리고 있을 때 차에 올라탄 상식이 해준 말이 기억에 남는다. "당신네 종족의 역사에서 상식의 역할은 특히 어리석음이 고개를 들고 고삐를 쥐려고 하는 것처럼 보일 때 조심하라며 닭고기 수프를 권해주는 수준을 벗어난 적이 없어." 아, 얼마나 자기 처지를 잘 아는 상식이란 말인가.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한때 재미있게 읽었던 게 슬그머니 미안해지기도 한다.

그 외,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 아마도 '도플갱어'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주제 사라마구의 전작 '눈먼 자들의 도시'도 섭렵했을 터. 그렇다면 '도플갱어'에 나오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라마구가 자신의 전작들에 변함없는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이 또한 고맙다.

하지만! 쉼표와 마침표를 잘 구분해가며 읽어야 한다는 것! 처음엔 굉장히 신경쓰느라 읽는 속도가 더뎠는데, 익숙해지니까 이게 또 별미다. 사라마구는 언제나 이렇게 글을 쓰는 것 같은데, 처음엔 독자 생각 안 하는 고집불통 늙은이라는 생각이 들다가, 또 '유명 작가니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고 싶은 게지'라며 동조하게 된다. 어쨌건 자신만의 스타일이라는 건 중요한 거니까. 덕분에 내용을 살펴보지 않고 쓰윽 페이지만 훑어봐도 사라마구의 책은 티가 난다. 그의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라면,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잘난 척 할 수 있겠다. ㅋ 

한 가지 조심할 점은, 저 어려운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라는 이름이 한동안 입안에서 맴돌것이라는 것. 절대 잊히지 않는 이름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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