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어쩔 수 없었다는 것밖에 아무것도 아니다.'<어쩔 수 없었기에, 사랑했다 - '모래 위의 집'의 경미>-35쪽
'끝 모를 심연에서 태어나 끝 모를 심연으로 사라져 가는 우리들. 그 사이의 빛나는 시간이 인생이다' (니코스 카찬차키스)<어쩔 수 없었기에, 사랑했다 - '모래 위의 집'의 경미>-38쪽
다자이 오사무의 비극은 그가 산 시대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연출한, 거기에는 작위의 냄새가 난다. 목숨을 가지고 벌인 유희인가.<그의 고향에서 만나는 다케라는 이름의 하녀>-188쪽
나도 이제 세월이 가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나이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떨어지는 시력이 그것을 느끼게 한다. 돋보기 안경의 도수를 높이면서, 이제는 세상의 큰 것만 보라는 뜻이로구나 생각한다. 작은 글씨를 읽지 않고도 행간을 의미를 헤아릴 수 있는 나이.나도 그 나이가 되어 있지 않은가.<창밖에는 자작나무>-350쪽
그는 이 책에서 철저하게 아버지의 모습이다. 아름다운 아버지. 이 아들, 솔직하게 말하면 부러워 죽을 지경이다.
말이 가난할 때, 우리는 운다. 그 무엇으로도 말할 수 없기에. 차마 말로 말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다만 소리친다. 아아아 또는 오오오 해도 좋으리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말의 부족함을 알 때 우리는 서로를 껴안는다.<삶은 시간이라는 사막을 가는 것이다>-30쪽
자라 있는 손톱을 보니집 떠나온 지 오래임을 알겠다.<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97쪽
퍼렇게 가슴 저 밑바닥에 멍이 들어서 꿈꾸듯 보랏빛으로 앉아 있던 나는 어디로 간 것일까.<기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108쪽
세월이 흘러서 같은 강가에 다시 가 설 수는 있지만 같은 강물에 다시 손을 담글 수는 없는 것과 같지.그래서 그리스의 작가 카잔차키스는 만년에 거리에 나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몇 분씩만 시간을 줄 수 없냐고 구걸을 하고 싶어했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서 5분씩만 꾸어서라도 자신의 마지막 작품을 끝낼 수 있는 시간을 얻고 싶어했어.<삶에 아름다운 창문을 내는 법>-194쪽
누군가는 말한다. 끝이 있기에 영원하다고. 끝이 있기에 그 현장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영원으로 남는 거라고. 그래서 내 안에서 누군가가 말한다. 그렇다고 끝이 있는 것이 영원하다고. 사랑도 헤어짐이 있을 때 비로소 영원한 것으로 가슴에 남는다고.<내 안에서 숨쉬는 사막>-212쪽
그의 <청춘의 문장>에 너무 천착했던 게 분명하다. 몇 년간은 도서관에서 다리 저린 채 앉아있었겠구나 할 정도로 완벽한 고증엔 찬탄을 보내지만, 그래도 기대에 못 미쳤달까, 먼저 읽었던 그의 작품에 지나치게 매료됐었달까.. 이상을 미치도록 좋아한다면 이 작품도 미치도록 좋아할 듯. 하지만 나는 이상보다는 김유정이 좋고, 김연수는 <청춘의 문장>으로 만족하련다.
종일토록 빗소리를 들었더니 어느 순간 소리가 사라졌다. 내가 빗소리 속에 있는 게 아니라 빗소리가 내 안에 있었다.-44쪽
"맞아요. 아무리 좋은 희곡을 썼다고 해도 셰익스피어 앞에서 벤 존슨은 그림자에 불과하죠. 예술세계만큼 냉혹한 사회도 없어요. 한 명의 천재를 위해 수천 명의 범재를 희생시키닌까요."-49쪽
전기 집필이란 고작 1백여 개의 조각만을 겨우 긁어모은 뒤, 1천 개의 조각이 필요한 퍼즐을 완성시키겠다고 덤비는 아이의 무모한 유희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105쪽
"이렇게 눈 오는 날 흔히 애욕의 갈등이 생기는 법이야."-135쪽
"무슨 일이든 이름을 걸고 오랫동안 익히면 어느 수준은 넘어갑니다. 대충 비슷하게는 만들 수 있습니다. 그건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한 사람에게 세월이 주는 선물일 따름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누구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지요. 달인이라고 할 정도가 될 때는 뭔가 다른 게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158쪽